[리얼인터뷰] “‘밝은 눈, 맑은 귀’로 詩 느껴요”
[리얼인터뷰] “‘밝은 눈, 맑은 귀’로 詩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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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4일 종로구 운니동 한국시인협회 사무실에서 이건청 회장을 만났다. 이 회장은 사물을 편견 없이 볼 때 비로소 좋은 시를 쓸 수 있는 조건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사진=박선혜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이건청 한국시인협회장
이전에 보고 듣는 방식 깨뜨려
모든 사물 첫 마음으로 바라봐
정신·감성 담당하는 시 멀리해
‘시의 날’로 시인·독자 소통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오는 11월 1일은 제25회 ‘시(詩)의 날’이다. 온전히 시와 시를 좋아하는 이들의 향연이 이날 오후 3시부터 운현궁에서 펼쳐진다. 사단법인 한국시인협회의 주최로 열리는 잔치는 예년과 달리 ‘소통’을 강조한다. 과거 실내에서만 협회 시인들끼리 모여서 했던 행사와 달리 올해는 밖에서 시인과 독자들이 허물없이 만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으로 꾸며진다. 협회는 행사 당일 더 많은 사람이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한다. 이 단체를 진두지휘하는 이건청(70) 회장을 지난 24일 종로구 운니동에 위치한 한국시인협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시의 날’에 대해 소개해 달라.

‘시의 날’을 이야기하려면 시에 대해 알아봐야 한다. 시는 인간이 지닌 말의 활용 가운데 가장 깊이 있고 감각적이다. 또한 상대방에게 말하고 싶은 본질을 전달하는 언어다. 그래서 일제강점기 등 역사 속에서 시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협회에서는 11월 1일을 ‘시의 날’이라고 정하고 시의 존재 의의와 가치를 되새길 수 있도록 기념일을 정했다.

-왜 ‘시의 날’을 11월 1일로 정했는가.

1908년 육당 최남선(1890~1957) 선생이 우리나라 최초의 신시(新詩)인 ‘해(海)에게서 소년에게’를 발표한 날을 기념일로 정한 것이다. 이날을 기념일로 정해 시와 시인, 시와 독자와 소통할 수 있도록 시인협회가 터를 닦고 있다.

-시가 문학과 같은 다른 장르보다 사장돼 있다.

시대가 바뀌면서 시는 어려운 처지에 처해 있다. 우선 물질 만능주의가 확산되자 사람들은 정신과 감성을 담당하는 시를 멀리하게 됐다. 한마디로 비(非)시적인 시대가 됐다. 게다가 요즘의 시는 고유의 가치에서 벗어났다. 그러면 ‘시인의 수가 감소했느냐’라는 의문이 남는데 아니다. (전문적으로) 작시하는 사람들은 1만여 명으로 많다. 시인이 많아도 사람들이 시를 찾지 않는 이유는 진지함이 없기 때문이다. 시인 대부분이 ‘나도 한번 시를 써볼까’ 하고 입문해서 너무 쉽게 글을 쓴다. 시인은 자신의 영혼을 바치고 역량을 다 발휘해야만 좋은 시를 쓸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 자들이 많다.

-시를 느끼는 방법은 무엇인가.

시인은 가장 순수한 본질을 아름다운 노래로 부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독자는 이를 잘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시의 날’ 행사에서 시인과 독자는 같은 눈높이에서 시를 읽을 수 있도록 ‘삼삼오오 대화마당’을 통해 서로 소통할 수 있게 된다.

-박목월(1916~1978) 선생에게 시를 사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인연을 이야기해 달라.

양정고등학교 2학년 재학 시절 교내에서 문학 발표회를 열게 됐다. 그때 내가 조지훈 선생과 박목월 선생을 섭외해야 했는데 그때 박 선생을 처음 만나게 됐다. 당시 선생에게 전율을 느끼고 시인이 돼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 스승이 있는 한양대에 진학했고, 더 나아가 시학을 직접 강의하게 됐다. 또한 스승이 창간한 잡지 ‘심상(心象)’의 편집장으로 지냈으며, 지난해엔 박목월문학상을 받았다. 존경하는 스승의 이름으로 받는 상이라 뜻깊었다.

-박 선생에게 영향을 받은 것은 무엇인가.

시에 대한 엄정성, 삶의 진지성, 자아 성찰이다. 어떻게 삶을 진지하게 살아야 하는지 등 여러 가지 삶의 태도에서 문학 감각을 배웠다.

-울산 반구대 암각화를 소재로 시집 ‘반구대 암각화 앞에서’를 냈다. 하나를 보고 여러 개의 시로 표현했다.

울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는 6000년 전에 그려졌다. 이를 보고 굉장한 감동을 느꼈다. 바위를 돌로 쪼아 296개의 다양한 모양이 만들어졌고 고래 58마리가 각기 다른 모양으로 새겨져 있다. 반구대 암각화를 수없이 찾아갔지만 갈 때마다 6000년 전의 모습이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진다. 시집이 세상으로 나올 때까지 약 3년이 걸렸다.

-협회에서 하는 캠페인이 있는가.

협회에서 ‘밝은 눈, 맑은 귀’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사물을 바라볼 때 상식이나 타성에 깃들여진 눈이 아니라 처음 봤을 때의 그 느낌을 생각하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내가 바라보고 듣는 방식을 깨트려야 한다. 모든 사물과 현실을 감각으로 바라보는 노력이야말로 시를 접하는 방법 중 가장 올바른 것이다. 내달 있을 ‘시의 날’ 행사에 와서 직접 느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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