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은 권력을 이기고 투표가 낡은 시대를 이겼습니다. 상식과 원칙이 이겼고 오늘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선택했습니다.”

26일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신임 서울시장이 당선이 확정된 후 서울시민에게 드리는 글을 낭독하면서 한 말이다.

1000만 서울시민은 한나라당도 민주당도 아닌 직접 정치계에 입문한 경험은 없지만 오랜 시민운동을 통해 정책을 다뤄온 박원순을 선택했다. 즉, 본격적인 시민정치의 시대로 돌입한 것이다. 정치인이 아닌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시정’을 펼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박원순 서울시장을 선택하는 만든 주요인이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국민은 구태의연한 보수와 진보의 이념논쟁, 갈등과 대립의 소용돌이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정치권을 향해 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통해 심판을 베풀었다고 봐야 한다.

민심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으나 정치권이 자신만의 틀 안에서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기득권을 갖고 있는 한나라당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 패배에 대해 깊이 되새겨봐야 한다. 지나간 시대마다 기득권을 소유한 계층은 낡고 부패해 새로운 세계, 변화를 요구하는 민심에 의해 개혁돼 왔다.

민주당도 한나라당과 별반 차이가 없다. 시민운동을 표방한 박원순 신임 서울시장에 밀려 제1야당에선 후보조차 내지 못한 현실을 감안할 때 내년에 있을 대선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

어쨌든 사회변화와 민심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한 정치권은 이번 선거결과를 통해 다시 한 번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당선된 것이지 정책적으로 검증돼 선택된 것이 아니란 점을 상기해야 한다. 더욱 낮아지고 또 낮아져서 시민의 눈과 귀의 역할을 잘 감당하는 것이 자신을 선택한 서울시민에 대한 도리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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