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익 정치평론가
국민의 생각과 뜻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준 선거였다. 기존 정치권에 식상을 하면서도 선택의 폭은 그리 크지 않았다. 한나라당이냐 아니냐를 극명하게 보여준 선거였다.

국민들이 정치에 식상을 하면서도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끊임없는 지지를 보여준 것으로 보이고 또한 새로운 정치세력에 대해서도 관대함을 보여주었다. 그 결과는 정치에 직접 몸을 담은 적이 없는 시민단체의 수장을 수도 서울의 장으로 선택할 만큼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보여준 것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박원순 시장이 스스로 일어선 것은 아니고 야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기는 했지만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의 역할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과 안철수의 인기와 바람의 덕분으로 볼 수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나경원 후보가 패배했지만 일방적인 패배가 아니라는 데 위안을 삼아야 할 것으로 본다. 한나라당은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기초단체장을 당선시킨 것으로도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선거의 결과로 여․야 정치권은 변화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입증시켜 주었다. 호남에서 승리한 민주당과 영남과 충청에서 승리한 한나라당 후보들이 받은 지지율은 압도적이거나 일방적인 형태가 아니라 박빙의 승리를 거둔 곳이 많았다. 유권자들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 결과였다. 결과를 갖고 말하면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은 안도하겠지만 내용적으로는 반성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정치라는 것이 대화와 타협이고 그다음 절차는 표결이다. 정치는 그렇게 하라고 국민들이 만들어 준 것임에도 불구하고 대화가 실종되고 타협이란 굴욕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표결을 하려고 하면 고성과 몸싸움으로 막으려고 하는 행태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으니 국민들이 보기에는 싸움질만 하는 사람들로 보이는 것이다.

국회의원이라면 국민을 대표하는 자리임에도 도덕성에 대해서는 일반 국민들보다 못한 경우가 속출하고 있으니 국민들의 정치인에 대한 불신도 높아간다.

무소속 박원순 시장의 등장으로 정치권에서는 제3신당의 분위기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제3의 신당은 기존 정치권의 틀을 무너뜨릴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에서는 제3신당의 출현에 긴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 안철수의 신당은 진보적인 정책으로 승부할 것이며 기존의 진보인사들을 포용하게 된다면 야권의 재편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서울시장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준비되어 온 것으로 제3신당은 지역의 구도를 깨는 획기적인 진보당의 출현을 예고하고 있었다. 박원순 후보가 시장이 됨으로써 더욱 자신감을 갖고 박차를 가할 가능성이 높다. 진보의 제3신당은 한나라당을 변화시킬 동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한나라당의 내부개혁을 추동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 시장이 민주당에 입당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것이다.

정치는 시대에 따라서 변해야 함에도 우리의 정당들은 구태를 답습하는 형태로 이어져 왔다. 진보를 표방하는 정당들도 지금까지 국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길을 따르지 않고 특정세력을 옹호하는 정당으로 비쳐져왔기 때문에 대중성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이제 대중성을 가진 제3신당이 출현한다면 이들 정당의 이합집산은 시대적인 요청이라고 본다. 진보와 보수가 확실하게 구분되는 양당제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고 그 중심에는 박근혜의 한나라당과 안철수, 박원순의 제3신당으로 재편될 가능성에 주목하고자 한다.

이명박 대통령을 탄생시킨 한나라당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으로 본다. 새로운 보수정당으로 완전히 탈바꿈하지 않는다면 한나라당은 점점 작아질 일만 남아 있다. 시대적 요청을 받아들여 건강한 보수정당으로 거듭나는 길만이 한나라당이 살 길이라고 단언한다.

또한 제3의 신당은 진보의 가치를 지켜내고 북한에 대해서도 일방적인 양보와 유화책만 펴지 말고 진정으로 충고하고, 당근과 채찍을 병행하는 냉정한 시각을 갖고 나가기를 바란다. 일방적인 친북은 진보주의자들이 할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진보정당이 대중적이지 못한 이유가 친북에 있었음을 명심하고 북한에 대해서도 당당한 진보정당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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