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의 봄! 2010년 12월 튀니지의 한 소도시 시디부지드에서 벌어진 대졸청년 노점상의 분신자살 사건은 재스민 혁명의 시발점이 되었다. 경찰단속에 항의하다 분신자살한 부아지지 청년의 분신은 극심한 생활고와 집권층의 부정부패 그리고 억압통치로부터 쌓여왔던 튀니지 국민들의 분노를 일거에 촉발케 한 촉매제가 되었고, 결국 오늘의 ‘아랍의 봄’을 이끌어 낸 진원지가 되었다. 지난 60~70년대 나아가 80년대 우리의 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은 우리 국민 모두의 생각일 것이다.

한 청년의 분신은 나비가 되어 벤 알리 튀니지 대통령의 23년 독재를 무너뜨리고, 이어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30년 독재마저 침몰시키고 나아가 유일무이(唯一無二)한 북한 김정일 독재정권과 혈맹관계를 유지하며 42년간 철권을 휘둘러 오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를 제거하는 효과를 가져오기에 이르렀다.

특히 우리나라 돈으로 수백 조에 달하는 나랏돈을 개인 비자금화하며 철권을 휘두르던 시대의 독재자 카다피는 머리에 총상을 입고 싸늘한 시신으로 피를 흘리며 악취와 함께 5평 남짓한 콘크리트 바닥에서 허름한 담요 하나 걸친 상태로 국민은 물론 전 세계의 조롱과 함께 그 말로를 장식했다.

이러한 카다피의 최후는 꺼져가던 중동의 민주화 바람에 다시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되고 있으며, 마지막 남은 중동의 독재자 예멘의 살레 대통령과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며 압박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으니 나비효과는 아직 그 끝을 가늠해 보기엔 이르다 하겠다.

여기쯤에서 우리가 생각해 보고 고민해 볼 것은 뭘까. 중동의 한 소도시에서 시작된 나비효과가 파장이 되어 그 종착점은 과연 어디까지일까라는 것이다.

우리에게 관심이 가는 것은 중동도, 아프리카도 아니요 사실은 북한 김정일 독재정권인 것이다. 그러나 내부로는 어떤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표면상으로는 아직 북한은 요지부동이다. 혹자들은 그것이 가능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견해를 밝히고 있기는 하다.

이를테면 중동은 독재정권하에 있다 할지라도 현대문명의 이기와 그에 따른 문화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즉, 인터넷 문화에 노출되어 있으므로 세상의 흐름과 함께 옳고 그름을 분별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과 여건이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는 것이며, 나아가 공동의 여론을 쉽게 모아 행동에 나설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북한은 인터넷의 미보급과 차단 그리고 철저한 정보 차단 내지 보안강화 체제로 인해 중동과 같은 여론형성과 봉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한편으론 중동혁명의 여파가 중국에 미치는 파장이 크지 않는 한 중국의 문화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는 북한의 입장에선 나비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필자는 약간의 다른 견해를 밝히고 싶다. 인(人)의 장벽 즉, 사람으로 인해 막혀 있는 장벽은 사람은 막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점점 커지는 나비의 파장은 나라와 대륙을 넘고 바다를 건너 더욱더 거세게 울려 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소리 없이 울려 퍼지는 이 파장은 사람이 억지로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즉, 온 인류가 누려야 할 자유와 평화 그리고 번영이라는 당위성은 진리가 되어 곧 엄청난 힘을 발휘하고 말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에게 불어 닥칠 만 가지 사태 즉, 국지전과 전면전 같은 방향 전환용으로서의 남침, 폭동 쿠데타 같은 북측 내부의 유혈사태, 그리고 그에 따른 대거 남한 내지 중국과 제3국으로의 탈북행렬 등에 대한 분석과 함께 가상 시나리오를 세워 철저히 대비해 나가야 한다.

지난 역사를 통해 얻게 되는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정신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10만 대군을 양병해 닥쳐올 전란에 대비해야 한다는 율곡의 간곡한 당부는 당파에 쓸려 허망한 소리로 전락하고, 결국 나라와 백성을 도탄에 빠뜨렸던 지난날을 교훈 삼아야 할 것이다.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현대판 당파에 휩싸인 채 무책임하고 안일한 판단은 예측 불허의 사태에 허를 찔릴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부탁하고 싶은 것은 ‘염불보다 잿밥에 눈이 멀다’는 속담과 같이 지금 리비아를 둘러싼 열강들은 논공행상(論功行賞)에 정신이 없다. 파괴된 한 나라의 질서 회복과 복구 그리고 안녕엔 관심이 없고 오직 유전 차지와 석유 쟁탈전에 혈안이 돼 있다.

목숨 걸고 42년 독재와 싸워 온 그들의 수고가 헛되지 않도록 끝까지 진심 어린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며, 그들의 불행이 곧 우리 모두의 불행임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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