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대화문화아카데미(원장 강대인) 주최로 열린 외국인 종교지도자들 대화모임 가운데 한국 종교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개종문제가 화두로 올랐다. 이날 강디에고(맨 왼쪽) 신부가 개종문제에 대한 얘기를 처음 꺼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강디에고 신부 “진리 찾아 종교 바꾸는 것 정상”

[천지일보=손선국 기자] 외국인 종교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국에서 겪은 종교문화를 진단하는 대화의 장이 열렸다.

24일 오후 대화문화아카데미 주최로 열린 이 모임에서 10여 명의 참석자들은 자신들이 한국의 각 종단에 몸담고 생활하면서 느낀 경험담과 고충을 털어놨다.

인도에서 온 법성 스님은 “인도에서는 스님들이 고생을 안 한다. 그냥 공부하고 수행하고 신도 집에 찾아가 법문을 한다”며 “한국 스님들은 수행도 하지만 일도 많이 한다. 너무 힘들다”고 고백했다.

이탈리아에서 온 강디에고 신부는 종교 예식의 형식적인 면을 지적했다. 그는 “한국인들은 종교의 내용보다 형식을 더 중요시하는 것 같다”면서 “미사 때 움직이지 않고 두 손 모으고 열심히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는데 마음은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모임에는 이탈리아에서 온 강디에고(꼰슬라따선교수도회) 신부가 제기한 개종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참석자들의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한국 종교계에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개종문제는 외국인 종교지도자들에게도 화제가 됐다.

강디에고 신부는 “한국에는 많은 종교가 다양성 속에 평화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분쟁이 많다”면서 “특히 개신교가 가장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종교가 한국의 가정 안에서 가족 구성원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 다른 종교를 가진 가족들끼리 결혼하는 경우 개종을 위한 부당한 압력을 가하기도 한다고 의아해했다.

이 신부는 “한 사람이 진리를 찾다가 이 종교에서 저 종교로 갔다면 지극히 개인적이면서 정상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에서 온 원신영(원불교대학원대학) 예비교무는 “진리를 찾아 개종할 수 있다는 것 자체는 그 종교의 건강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종교에 여러 길이 있기 때문에 자기가 선택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터키에서 온 장후세인(한국이슬람교) 홍보팀장은 “이슬람에서는 절대 종교를 강요하지 않으며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이슬람에 대해 소개해준다”며 “이후 믿고 안 믿고는 개인의 자유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외국인 종교지도자들의 한국 문화에 대한 소탈한 이야기가 계속됐다.

인도에서 온지 3년 됐다는 법성(백양사) 스님은 “한국 사람들은 인사를 잘하고 친절하지만 스님이든 누구든 돈이 없으면 한국에서 살지 못한다”면서 “한국에 와서 공부를 하거나 살려고 하면 무조건 혼자 알아서 해야 한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한국 사회가 다문화 사회로 진입한 만큼 다문화 가정과 외국인 노동자들을 차별 없이 포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인도에서 온 에밀다 마챠도(마리아전교자프란치스코 수녀회) 수녀는 “한국인들은 ‘우리’라고 하는 울타리 안에 들어와 있으면 잘해주는데 그 울타리를 벗어나면 남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네팔 출신의 원성도 원불교 교무는 최근 한 귀화 여성이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목욕탕 출입이 거부된 사건을 예로 들어 다문화 가정과 외국인 노동자들을 차별 없이 대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날 행사는 故 여해 강원용 목사가 1965년 설립한 비영리 단체인 대화문화아카데미에서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종교 지도자들과 함께 다종교·다문화 사회로 접어든 한국사회의 공존과 평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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