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의원 원장

 

정신과 전문의인 필자는 최근 급증하는 아동 청소년 환자들을 경험하고 있다. 다양한 문제로 내원하는 아이들이지만 절제력이 부족하고 충동적이어서 자신의 욕구를 조절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어릴 적부터 부모가 아이의 모든 욕구를 다 들어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아이는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거나 행동한다. 집안이 경제적으로 풍요로운지 아닌지보다 아이에게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해주었는가의 여부가 더 작용한다.

아이의 물질적 욕구는 점차 커져서 나중에는 부모가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고, 그 결과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에 갈등과 다툼이 발생하는 광경을 자주 목격하고 있다. 따라서 아이에게 취학 전부터 경제 교육을 시켜서 절제력을 키우게끔 만드는 부모의 지혜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다시 말해 경제 교육을 통해서 아이에게 ‘관리(management)’ 능력을 키워 줄 수 있다. 물론 돈 관리를 가르치는 것이 주된 내용이겠지만, 이는 나아가서 생활 관리, 학습 관리, 자기 관리 등으로 확장시켜 나갈 수 있다. 아이가 스스로 욕구를 조절하고 절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운다는 점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렇다면 경제 교육을 어떻게 시켜야 할까? 돈의 개념을 알려주는 것이 우선적이다. 상점 놀이를 통해서 물건을 고르고, 사고팔며, 돈을 지불하고 거슬러 주며, 신용카드를 결제하는 등의 각종 행동을 연습할 수 있다. 즉, 원하는 것을 아무 때나 무조건 다 가지는 것이 아니라 돈이 있을 때 그것도 제한된 물건만을 살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주는 것이 필요하다.

직업을 가져야 돈을 벌 수 있다는 것도 가르쳐라. 그림책이나 책을 이용하여 직업이나 경제 개념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것이 좋다. 또한 아이에게 경제 교육을 손쉽게 시키기 위해 수학 교육과 연관시켜서 설명하는 것이 좋다. 가령 사과 한 개에 배 두 개를 먹으면 과일 세 개를 먹은 것으로 설명하는 것처럼 100원짜리 동전으로 사탕 1개를 살 수 있고, 3개로는 3개를 살 수 있다는 식으로 설명해 준다. 즉, 실제 생활과 연관 지어 가르쳐 준다.

아이가 올바른 행동을 했을 때 스티커를 한 장씩 붙여줘서 다섯 장이 모이면 장난감 1개를 사 주고, 열 장이 모이면 더 큰 장난감 1개를 사 주는 식으로 응용할 수 있다.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는 반대로 스티커를 떼어 놓는다. 덧셈, 뺄셈의 개념과 여러 개가 모여서 더 큰 한 가지를 얻을 수 있다는 교훈을 심을 수 있다.

노력하는 작은 행동 하나하나(이것은 저축의 개념에 해당함)가 모여서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음(목돈이 되어 비싼 물건을 살 수 있음)을 깨닫게 해 준다. 생활이 곧 경제라는 것을 알려 주기 위해서 엄마가 슈퍼나 마트에서 물건을 사고 돈을 지불하는 것을 아이에게 보여 준다. 엄마가 멀리서 지켜보는 가운데서 아이 스스로 돈을 지불하고 과자를 사오게 하는 것도 훌륭한 방법이다. 부모와 아이 간에 물물교환을 해 보라. 엄마가 아끼는 물건과 아이가 아끼는 물건을 서로 교환할 수 있다. 아이가 갖고 있는 물건이나 장난감을 엄마가 가짜 돈을 이용해서 사는 것과 아이가 역시 가짜 돈으로 엄마의 물건을 사는 놀이도 도움이 된다. 실제 돈으로 하는 것도 괜찮지만, 자칫 잘못하면 돈에 대해서 지나친 강조를 준다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따라서 실제의 돈은 주로 모으고 저금하는 식으로 관리하게끔 하라. 명절 때 어른들이 주신 돈이나 평소 손님이 주신 돈을 아이가 저금통이나 작은 상자에 모아놓게끔 하여 ‘돈은 가급적 함부로 쓰지 않고 모으는 것’이라는 인식을 일찍부터 심어준다.

돈이 생기자마자 후다닥 가게에 가서 군것질을 하게끔 내버려 두지 마라. 당장 먹고 싶은 것을 참게 하여 인내심과 욕구 조절 능력을 키워 준다. 만일 아이가 참기 힘들어하면, 차라리 엄마가 대신 과자를 사 준 다음에 아이가 받은 돈은 저축하게끔 유도하라. 저축의 중요성을 그만큼 강조하는 것이다. 부모의 무조건적인 사랑이 물질로 표현될 때 아이를 망칠 수 있음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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