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2006년) CICI 한국이미지 커뮤니케이션 심볼, 고암 정병례 作 (작품제공: 새김아트)

해례본으로 시작… 브랜드 가치 제고에 한몫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한글 글꼴이 다양해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티셔츠부터 그릇과 같은 생활용품 등에서 한글 디자인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글꼴이 읽고 쓰는 역할에서 예술까지 영역을 넓힌 셈이다.

훈민정음이 창제된 순간부터 한글 글꼴은 시대마다 다양해지고 있다. 최초의 한글 글꼴은 훈민정음 해례본이다. 이후 고종이 국·한문 혼용을 공포해 한글이 언문에서 국문으로 격상하면서 글꼴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당시 큰 글자 필사체에서 명조체 유형의 인사체로 바뀌었다. 하지만 국어 말살정책을 펼쳤던 일제 강점기에는 한글 글꼴 개발이 침체됐다. 1915년 조선서적인쇄주식회사가 번각 발행한 보통학교 조선어독본에 쓰인 조선어 새 활자체가 개발됐다.

흔히 사용되는 서체 ‘바탕체’는 최종호 선생이 개발했다. 원래 중국 왕조 ‘명’에서 이름을 따와 ‘명조체’라고 했으나 문화체육관광부가 바탕체로 이름을 바꿨다. 최 선생은 박경서체의 원안을 바탕으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이후 자신만의 조형 감각으로 서체를 개발했다. 현재 바탕체는 기본 서체로 사용되고 있으며, 읽기에 매우 적합한 글꼴로 평가받고 있다.

한글 글꼴 다양화는 한류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이 6개월간 방한한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유럽 등 20여 개국 외국인 52명을 대상으로 ‘세계 언어 중 다양한 디자인이 가능하면서 돋보이는 언어’라는 설문을 한 결과 한글(23.4%)이 영어(29%) 다음으로 높게 조사됐다. 이는 케이팝(K-POP) 등으로 한류가 전 세계적으로 전파되면서 자연스럽게 한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마리아(24, 스페인)는 “한국 아이돌 멤버들의 이름을 적기 위해 한글 공부를 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다양한 한글 글꼴을 봤는데 신기하고 예뻤다”며 “특히 한글이 새겨진 그릇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한글 글꼴은 지난 2005년부터 디자인권리로 인정받아 해마다 관련 출원과 등록이 늘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기준 49건의 한글 글꼴이 출원돼 2009년 23건보다 크게 늘었다. 출원을 하는 곳도 과거 출판이나 인쇄업뿐만 아니라 지자체나 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허를 인정받은 글꼴은 출원을 한 해당기관이 15년간 독점으로 사용할 수 있다.

특허청은 “한글 글꼴이 디자인권리로 보호받으면 기업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수단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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