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서방세계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특히 유럽의 원조격인 이탈리아․그리스는 풍전등화(風前燈火) 그 자체다. 요즘 세계 뉴스의 탑은 그리스에 가 있다. 그리스는 총파업으로 굶주림과 대중교통의 마비 나아가 국가의 주요 기능마저 마비돼 가고 있다. 위기는 갈수록 심각해져 갈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더 큰 문제는 그리스 부도사태가 전 유럽으로 확산될 조짐이 크다는 데 있다.

사실상 유럽의 시대는 그 끝을 선고한 지 오래다. 그렇다면 이제 세계가 의지할 곳은 아시아뿐이다. 그러나 아시아의 현실도 아직까진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먼저 한반도를 보자. 북 도발에 대한 김관진 국방장관의 국회 답변은 “휴전선 너머까지 응징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아무런 전제 조건 없는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가 북한의 변함없는 입장이라고 밝히는 가운데, 미국이 6자회담 재개 전 비핵화에 대한 사전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응수함으로써 북미 간의 인식 차와 남북 간의 대립각은 여전함을 느낄 수 있다.

즉, 이 한반도 평화에 대한 실마리를 찾기에는 아직 멀기만 하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그렇다 할지라도 우리는 포기하지 말고 인내를 가져야 한다. 왜? 우리에겐 분명한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현명한 우리의 정책 방향은 과연 뭘까 하는 것이다. 미국 의존정책의 일변도에서 서서히 탈피해 나가는 것이다. 상호 방위, 상호 우방국에서 절대적 우방국임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미국의 저의를 꿰뚫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한반도의 위협은 곧 미국의 위협이라는 사실과, 한국의 경제시장 개방은 광활한 아시아 경제시장의 개방을 의미하고 있다는 사실에 귀 기울여 볼 때, 진정한 한․미 간 상호관계가 얼마나 호혜성(互惠性)에 걸맞은가에 의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미국의 한반도 내지 한국에 대한 정책은 역사적 사실에서 그 진실이 이미 명백히 밝혀졌다. 물론 때론 미국의 도움이 대한민국의 재건에 큰 도움이 됐던 것도 사실이다.

현시점에서 우리가 관심 가져야 할 상대는 미국이 아닌 중국임을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일본이며 더 나아가 아시아 전역이다.

지금 아시아의 현실은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가졌으면서도 하나가 되지 못하고 상호 물고 뜯는 형국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협력 대신 독자 노선을 걸으며 홀로서기를 꾀하는 미련한 길을 각국은 택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차기 권력의 중심에 설 것이 확실시되는 시진핑을 벌써부터 전면에 내세우며 경제대국과 군사대국 나아가 세계 초일류강대국의 야망을 나름 실현시켜 가고 있다.

일본은 어떠한가. 지난해 지진과 쓰나미 나아가 원전 피해로 나라는 쇠약의 길로 접어들면서 세계를 주름잡던 일본의 대기업들마저 한국기업에 항복 선언을 한 상태다. 그뿐인가. 재난의 후유증은 예측 불가할 정도로 지속될 전망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그들의 기질이 말해주듯이 기대기와 홀로서기를 반복하며 재기를 노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동양 삼국의 역사적으로 얽힌 뿌리 깊은 사연과 아울러 첨예한 영토분쟁은 이 세 나라가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협력할 수 없는 주요한 이유가 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가 크게 생각해 볼 것이 있다. 대국의 기질을 살려보자는 것이다. 우리는 원래 대국의 후예로 대의(大義)를 중시하며 살아왔던 민족이다. 이제 우리는 우리나라만 생각할 수 없고 아시아와 세계를 생각하는 민족으로 나아가야 하는 역사적 운명을 안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이쯤에 생각나는 선각자가 있다. 약 100년 전 ‘동양 평화론’을 주창했던 안중근 의사다.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것도 그가 우리 민족의 원흉이기도 했지만 중요한 것은 동양의 평화를 방해하고 해치는 인물이기에 처단할 수밖에 없었다는 그의 고백을 기억해야 한다. 그렇다. 그는 이미 100년 전 동양 삼국의 평화가 얼마나 귀중한가를 역설했다. 그것은 동양 삼국을 넘어 아시아 전역 나아가 인류의 평화가 바로 한중일 삼국에 달렸음을 미리 내다봤던 것이다.

지금까지 어떤 관계와 사연으로 인해 다툼과 증오와 반목으로 점철돼 왔다 할지라도 인류의 미래를 위해 이젠 협력해야만 모두가 살고 협력하지 못한다면 모두가 망한다는 사실을 함께 인정하고 고민해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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