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관리와 보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으며 우리 민족은 우수한 문화재를 강탈당한 뼈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이후로도 문화재 국내외 밀반출, 도난 사건 등으로 정부가 문화재 관리에 소홀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웠다.

국보 1호인 숭례문 화재 사건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세계적 문화유산으로 꼽히는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가 소실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사실 반구대 암각화는 이미 오래전부터 훼손될 위험이 높아 전문가들 사이에서 관리와 보존에 힘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울산대학교(총장 이철) 반구대암각화유적보존연구소는 최근 “1971년 암각화 발견 후 28년간보다 2000년 이후 훼손 속도가 2배나 빨라지고 있다”며 “이렇게 훼손 속도가 심각한데도 정부와 울산시는 이견만 내세운 채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인류가 보전해야 할 문화유산이 소멸돼 가는 것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300점에 가까운 물상 대부분이 암각된 주암면의 훼손 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보아 전체적인 균열이나 탈락, 풍화 정도는 훨씬 심각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연구소는 이 같은 원인으로 울산지역 생활용수 확보를 위한 사연댐 건설에 따라 암각화가 물에 잠겼다 나왔다 하면서 발생하는 ‘동결-융해의 반복현상’을 꼽았다.
문화재는 한 번 훼손되면 복구가 불가능하다. 문화재로 지정만 해놓고 관리와 보존에 소홀하다면 이는 안일한 탁상행정에 불과하다.

우리 민족의 무구한 역사와 함께해 온 소중한 문화유산이 관리 소홀로 우리의 역사 저편으로 사라질 수도 있다. 무력으로 때로는 무지의 소산으로 잃어버린 문화재가 아직 우리 주변에 많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해외로 반출되고 강탈당했던 문화재도 조금씩 제자리를 찾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우리 안에 있는 문화재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이보다 더 부끄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 문화재가 우리와 함께 또 다른 역사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의 끝없는 관심과 관리가 필요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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