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익 정치평론가
김대중 정부 때 최초로 공직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시작됐다. 당시는 국무총리에만 적용됐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장관급 이상에 대한 공직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시작된 것이다.

최초로 인사청문회에 선 사람은 이한동 전 국무총리였다. 이한동은 민주당, 자민련 공동정부의 국무총리 후보로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집요한 추궁을 받는 입장에 서게 됐다. 검증의 주요 논점인 병역 문제, 재산형성 문제, 도덕성에 기초를 두고 철저한 검증이 시작됐다.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미움을 산 이한동 전 총리는 그들의 압박을 받아 한나라당에서 자민련으로 가게 됐다. 그러나 다른 부적합성은 별로 찾을 것이 없었는지 40년 전에 고향에 친구 3인과 산을 산 것을 투기로 몰아붙이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집요한 공세가 있었다. “투기하려고 했다면 강남에 땅을 사지 고향에 산을 사겠느냐”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그때의 공세는 지금도 기억이 날 정도로 각인이 되어 있다.

그 후에 인사청문회에 섰던 공직후보자들은 병역, 학력위조, 투기, 탈세, 재산상속, 논문대필, 위장전입, 집 거래 시 다운계약서 문제 등 검증의 양도 많아졌다. 실제로 있었던 문제에 대해서 검증을 요구했지만, 당사자의 해명이 적합하다고 인정되는 것은 거의 없었을 정도로 치밀하게 준비하고 후보자들을 압박해왔다. 검증을 통과해 총리나 장관이 된 사람들도 있었지만, 부적합 판정을 받고도 임명된 사람도 있었으니 청문회 무용론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청문회 과정에서 비리가 드러나고 도덕성에 치명적인 증거들이 나타나서 낙마한 사례들을 보면서 검증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여론이 더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임명직 장관급은 청문회를 하는데, 선출직 장관급에 대한 청문회의 필요성은 없는지도 의문이다. 주민의 선택이 청문회를 대신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충분히 검증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국회의원이나 광역단체장들은 장관급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들에 대한 검증은 결국은 유권자가 할 수밖에 없다. 유권자가 직접 물을 수는 없으니까 상대후보에 의해서 문제 제기를 할 수 있고, 출마자는 주민의 알 권리에 대해서 답을 해주는 것이 후보 간 검증을 해 볼 수 있는 여지가 된다. 그러나 의무조항은 아니라서 당사자가 성실하게 답변해 줄 것으로 믿지는 않는다.

서울시장 후보들 간에 검증이냐 네거티브냐 하는 문제가 불거져 나오고 있다. 검증이란 드러난 사건이나 행위에 대해서 설명이나 해명을 요구하는 것이라면, 네거티브는 없는 사실을 만들어서 공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야권 동맹의 박원순 후보에게 한나라당에서 요구하는 것은 네거티브 전략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본다. 시민단체의 수장이라서 지나온 행적이 봉사와 헌신만으로 살아왔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혹은 시민단체의 장이라서 검증이 필요 없다고 보지도 않는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 이해찬 전 총리, 김혜경 진보신당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한나라당의 검증 공세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하고, 우상호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도를 넘은 네거티브로 선거가 혼탁해지고 있고, 그 혼탁함이 이제는 정치 퇴행으로 이어져 국민 불신이 극대화되고 있다는 판단 하에 단호하게 공세적으로 이를 차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우리가 박 후보에 대해 흑색선전을 한다고 주장한다면 고소·고발을 해서 진위를 가리고 오라”며 “우리가 근거 없이 덮어씌웠다면 사법 처리를 받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지금 진행 중인 검증절차는 박원순 후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행했던 사건들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없는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흑색선전이 아니라고 본다. 그대로의 사실을 밝혀주기를 바라기 때문에,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은 네거티브가 아니란 것이다. 총선시민연대에서 주도적으로 역할을 한 최열, 박원순은 낙천, 낙선운동을 하면서 시시콜콜 후보자에게 검증의 잣대를 쓸 때에 그것이 네거티브였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박원순 후보는 개인의 의혹 제기에 대해서 무엇이 네거티브이고 검증인지를 구분해서 공세를 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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