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손충당금·준비금 적립기준 상향 조정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최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은행의 고배당을 억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올해 말까지 마련될 예정이다.

20일 금융위원회(금융위) 측에 따르면 은행의 배당으로 쓸 수 있는 재원을 줄여 배당성향(순이익에 대한 현금배당 비율)을 낮추는 방식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올해 은행들이 최대 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한국판 ‘반(反) 월가시위’ 등 금융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은행권의 하반기 순이익이 7조 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상반기에도 이미 농협·수협 등을 포함한 18개 은행에서 총 10조 원 대의 순이익을 올린 상태다.

이에 금감원은 대손충당금과 대손준비금 적립기준을 높이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대손충당금은 은행이 지출하는 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충당금이 늘수록 배당에 쓸 수 있는 당기순이익은 감소하게 된다.

대손준비금은 은행들이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으로 대손충당금이 줄어들자 손실에 대비해 자금을 더 확보하도록 하는 목적으로 도입됐다. 당기순이익의 일부는 대손준비금으로 떼어 둬야 한다.

금감원은 또 대손충당금·준비금의 통일된 적립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이에 대한 운용 실태 조사에도 나섰다. 올해 안에 새로운 충당금 적립기준이 마련되면 은행들이 내규에 반영토록 권고할 계획이라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적립기준이 상향조정되면 은행들의 배당은 상당 수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이 만약 내년 초 이사회에서 고배당을 추진하면 더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금융위는 보이고 있다. 또한 추가자본을 쌓도록 하거나 고배당 임원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이와 관련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8월 금융지주 회장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위기 상황에서 고배당은 문제가 많다”며 고배당을 자제할 것으로 주문한 바 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10일 6개 주요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경제성장이 둔화되면 기업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그 과정에서 부실채권 비율이 높아지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2~3년을 내다보고 그나마 상황이 좋을 때 충분한 충당금을 쌓아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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