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달 7일 이명박 대통령이 광주 마이스터고를 방문해 학생들의 실습실 수업을 참관했다. (연합)

“취업 빗장 풀린 건 바람직”… 임금격차 등 해결과제 남아

[천지일보=장요한 기자] 최근 정부가 기업들에 ‘고졸 채용’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공공기관은 물론 일반기업까지 고졸 채용을 늘리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학벌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반겼지만, 한편으로는 우려의 목소리도 냈다.

한국고용연구원 박상현 박사는 “능력보다는 학벌을 중시하는 사회적인 풍토로 인해 80% 안팎의 높은 대학진학률을 보이고 있지만 정작 대학을 나와도 실업자가 되는 현실을 볼 때 고졸자들의 취업 빗장이 풀린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대학가도 별 소용없다’는 특성화 학생들의 인식 변화가 나타나기도 했다. 그동안은 대학 졸업장 여부에 따라 받는 사회적 차별이 많아 특성화고 학생들도 대학진학으로 내모는 구조였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달 26일 서울 시내 75개 특성화고 3학년 전체 학생 1만 8323명을 대상으로 취업 희망률을 설문 조사한 결과 7621명(41.6%)이 “졸업과 동시에 취업하겠다”고 답했다. 올해 서울지역 특성화고 졸업생의 취업률(24.2%)과 비교하면 17.5%p 높은 수치다.

지난해 시교육청이 같은 학생(당시 고2)을 대상으로 취업 희망률 조사 시 취업 희망자가 28.5%에 그쳤던 것에 비해 1년 새 13%p 이상 늘어났다.

하지만 박상현 박사는 고졸자 채용에서 노동의 질이나 임금 격차, 남학생의 경우 병영문제 등 보완해야 할 점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학벌없는사회 장혜옥 대표는 “고졸 채용이 이벤트성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고졸 인력을 채용해도 고용이 불안정한 계약직이나 단순 업무 등에 배치된다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청년유니온 조금득 사무국장도 “학력 차별 없이 고용하려는 움직임 자체는 환영하지만 입사 후 비정규직으로 일하게 되거나 명확한 업무 없이 잡무를 하게 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면서 “이런 긍정적인 분위기와 함께 질적인 내실도 다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기업에서 남학생의 경우 군필자 위주로 채용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필자를 채용했더라도 조기입대를 권장하거나 단순 업무에 배치시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박상현 박사는 “기업에서 미필자를 꺼리는 상황에서 남학생은 군 연기가 가능한 대학진학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이 문제는 시급하게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채용하는 고졸 인력의 질이 높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동석 대변인은 “기업도 이익단체인데 이들이 필요로 하는 우수 인재를 충족시켜줘야 하는 것이 교육계의 과제”라면서 “사실 전문성 숙련과정에 있어 (고교 과정인) 3년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일찍부터 진로를 결정한 경우 중학교 단계부터 특성화고와 연계가 되는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인재 양성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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