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 학대 신고 현황 (보건복지부 제공)

가족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 노인공경 사회풍토 만들어가야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현재 노인 학대 일시보호 쉼터에서 지내는 전향임(가명) 할머니는 지난 2009년 11월 23일 여권과 신분증만 가지고 인천국제공항에 버려졌다. 미국에서 함께 살던 자녀가 더는 할머니를 모시지 못하겠다며 한국행 비행기에 태워 보냈기 때문. 한국에서 부랑인 시설을 전전하며 지내는 2년여 간 전 할머니의 치매와 정신분열 증세는 더 악화됐으며 무엇보다 자식에게 버림받은 마음의 상처가 깊어졌다.

이는 서울특별시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 제공한 유기와 관련된 노인 학대 사례다. 최근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학대로 인해 노년시기를 불행하게 보내는 노인의 사례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어 노인 학대 행위자와 노인을 대상으로 한 전문적인 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는 9월 기준 현재 2726건의 노인 학대 신고가 접수됐다. 이는 2005년 한 해 동안 발생한 노인 학대 신고건수(2038건)보다 많다. 또 최근 5년(2005~2010년)간 매년 노인 학대 신고건수가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2010년(3068건)에는 2005년 대비 절반 정도가 증가했다. 유형별 노인 학대 현황을 살펴보면 정서적 학대(39%)를 경험한 노인이 가장 많았으며 신체적 학대(25.7%), 방임(21.4%),경제적 학대(11.3%), 유기(1.8%), 성적학대(0.8%)가 뒤를 이었다.

지난해 학대 행위자 유형으로는 아들(48.4%)이 가장 많았으며 딸(12.7%), 배우자(10.0%), 며느리(8.4%)순으로 가족에 의한 학대피해가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노인보호기관이나 단체 등에서 학대피해 노인 상담과 일시적인 보호, 정서적 안정 회복 프로그램, 가족관계 개선 프로그램 등 다양한 서비스와 교육이 이뤄지고 있으나 가족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학대 사실이 은폐되는 경우가 많아 노인 학대 개선에 어려움이 많다는 게 전문기관 측 설명이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은 “피해 노인 중 84.3%가 가족이나 친인척에 의해 학대받고 있으나 은폐성이 강해 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주변의 관심이 그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교육을 통해 인식이 개선되면 지역 내 무관심하게 여겨졌던 노인 학대 사례를 찾을 수 있을뿐더러 교육 대상자가 자신이 노인을 학대하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해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연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동배 교수는 장기적으로 노인 학대 문제를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노인 이미지 개선과 건강한 노인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현재 젊은 층 사이에서는 노인이 존경의 대상이기보다는 부담스러운 존재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으며 노인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는 경
우가 많다”면서 “사회적으로 노인을 공경하는 풍토가 만들어지고 노인 자신들도 행실과 외모 관리, 인권을 주장할 수 있는 활동그룹 등을 만들어가려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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