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술 정치컨설팅 그룹 인뱅크코리아 대표 

서울시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코 10.26 서울시장 재선거일 것이다. 그런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하여 요즘 진흙탕게임인지 인물검증게임인지 잘 구분이 되지 않는다. 서울시민의 미래를 확정할 수 있는 정책대결은 이미 실종된 지 오래된 것 같고 그나마 예의상 TV 토론회를 중심으로 하여 나름대로의 정책 토론도 했건만 정책을 가지고 무엇이 서울시민들에게 유익한 것인지에 대해 다투는 정책게임은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최근 언론을 통해 발표되는 여론조사를 보면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자가 상당히 선전하고 있는 모양새다. 처음에는 10% 가까이 뒤지고 있었던 것 같았는데 앞섰느니 박빙이니 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한겨레와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KSOI)가 서울지역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전화여론조사 결과에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는 51.3%를, 무소속 박원순 후보는 45.8%를 기록해 나 후보가 5.5% 앞선 것으로 조사되었다.

중앙일보가 14~15일 한국갤럽에 의뢰하여 서울시민 118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박 후보가 40.8%, 나 후보가 39.8%를 기록해 박 후보가 1% 앞선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박 후보는 그동안 10% 가까이 앞서고 있던 지지도를 다 까먹은 꼴이 됐고, 나 후보는 상당히 선전한 선거전이 되었다는 게 통계상의 견해다.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사실 박 후보의 지지도가 애초부터 자기 자신이 스스로 확보한 지지도라든가 서울 비전 등 정책 때문에 생긴 지지도가 아니라 안철수 원장의 바람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서서히 허물어지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아무리 안 원장 때문에 발생된 지지도라 해도 국민들이 박 후보에게 높은 지지를 보냈을 때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오로지 서울 발전과 함께 서민들이 살기 좋은 서울을 만들어 달라는 간곡한 주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후보마저 진흙탕게임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정책대결마저 보여주지 못하고 있음이 안타깝다.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은 17일 박 후보의 ‘병역기피 의혹’을 재차 거론하며 ‘병역혜택도 무효’라고 주장했다. 박 후보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병역비리, 투기, 위장전입, 탈세 등 온갖 부패로 얼룩진 당이 어떻게 나 같은 사람을 그렇게 얘기할 수 있느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현재 한나라당의 날 선 검증은 병역문제만이 아니라 허위학력 기재, 자녀유학 의혹 등 여러 가지다. 이는 박 후보에 대한 검증공세를 통해 나 후보의 지지도를 올리겠다는 선거전략에 따라 지지도가 상승했을 것이라는 계산 때문에 멈추지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이 때문에 서울시장 재선거는 진흙탕게임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선거에 있어서는 ‘구도’란 중요한 부분이다. 그런데 선거의 구도가 형성되게 되면 두 가지 형태로 구분되는데 하나는 ‘A냐 B냐’의 형태고 다른 하나는 ‘A냐 A 아니냐’의 구도다. 지금 나 후보와 박 후보의 형태는 ‘A냐 B냐’가 아닌 ‘A냐 A 아니냐’의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다시 말해 ‘박원순이냐 박원순 아니냐’의 형태를 보이고 있다는 말이다. 이는 박 후보의 지지도가 높았기 때문에 이러한 형태를 띤 것도 있지만 나 후보 측의 공세로 인해 완전한 모양을 갖춘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선거에 있어서 ‘A냐 A 아니냐’의 구도는 A로서는 네거티브의 상황에 빠져 공격당할 우려가 높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17일 한 라디오에 나와 “역대 하락세를 타던 후보가 승리한 경우는 없다”며 나 후보의 승리를 확신한 것도 이와 같은 구도싸움의 결과를 인식했을 것이라고 본다.

선거에는 많은 전략이 있다. 그러나 검증 공방 뒤에는 반드시 정책대결을 통해 반드시 서울시민을 위해 검증받아야 한다. 정책이 실종된 선거는 서울시민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1라운드가 인물검증이었다면 2라운드에서는 정책검증을 통해 누가 더 서울시민을 위한 훌륭한 인물인가 검증해야 할 것이다. 나 후보 측이나 박 후보 측이나 이제는 진흙탕에서 나와 정책대결로 진검승부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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