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봄은윤석산(1947~ )역신(疫神)에게 아내를 빼앗기고면구스럽게 돌아서는처용마냥우리의 봄은 그렇게 왔다. 민낯의 서울 광화문 광장은 오늘도낯익은 군중들로 붐비고 밀가루 반죽으로 버무려진 듯이것도 저것도 아닌 널브러진 세상.그러나 저마다의 소리로 저마다의함성 터뜨리는 세상 그래 촛불도, 태극기도모두 아랑곳하지 않고봄날은 그렇게 우리의 곁 훌쩍 찾아왔다. [시평]올해도 어김없이 봄은 우리의 곁을 찾아왔다. 내가 중학교에 막 입학하던 1960년의 봄날에는 4.19가 일어났다. 그해 이후 우리의 봄날은 늘 데모대와 함께 최루탄으로
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ports Illustrated)’는 한때 미국을 대표하는 스포츠 잡지였다. 스포츠 삽화나 사진이 많다는 잡지 이름처럼 화려한 비주얼이 압권이었다.오랫동안 스포츠 저널리즘의 유서 깊은 바이블로 잡은 것은 심도있는 기사와 사진 때문이었다. 올 칼러 사진으로 잡지를 채워 뜨끈뜨끈한 스포츠 현장을 잘 보여줬다.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잡지 역사는 시사 주간지 타임을 창간한 헨리 루스(1898~1967)의 아이디어로부터 시작됐다. 루스는 타임지와 비슷하게 스포츠를 주간지처럼 커버
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동아예술전문학교 예술학부 교수)영화 ‘서울의 봄’이 개봉 33일 만에 관객 수 1000만명을 돌파하며 따뜻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았다.영화 흥행의 주요 원인에는 2시간가량 관객들이 지루함을 느낄 수 없도록 쉴 틈 없이 쏘아붙이는 빠른 전개와 당시의 생생한 역사적 사건 조명, 배우들의 밀도 높은 연기, 정교한 편집과 플롯이 주효했다. 이번 웰메이드 작품은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12.12 사태를 잘 모르는 MZ세대, 중고생까지 극장가로 불러들이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서울의 봄’ 관객 중 50%가 20·30세대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위원장직을 수락하면서 당의 현 상황을 야구에 빗댔다. “9회 말 투아웃 투스트라이크면 원하는 공이 들어오지 않았어도, 스트라이크인지 애매해도 후회 없이 휘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자신을 절체절명의 순간인 9회 말 투아웃에서 나오는 대타 상황에 비유한 것이다.지금 국민의힘은 벼랑 끝에 몰려있다. 내년 총선에서 서울 49개 지역구 중 6곳을 빼곤 전패한다는 관측이 당 내부에서 나올 지경에 이르렀다. 10.11 강서구청장 보선에서 참패한 이후 대대적 쇄신을 다짐하며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혁신위
꽉 다문 입, 태풍이 오고 있다문인수(1945~2021)새벽에 들어오는 고깃배들을 본다.빈 그물엔 불가사리만 흉흉하게 붙어있다밤새 건져 올린 죽은 별들저것이 희망이었겠으나 힘껏 탁 탁 털어낸다마음이 또 꽉 다무는 입, 저 긴 수평선방파제 굵은 팔뚝이태풍의 샅을 깊숙이 틀어잡고 있다[시평]태풍의 계절이다. 장마와 무더위가 지나가면 태풍이 찾아온다. 몇몇은 한반도를 비켜가기도 하지만 어느 태풍은 한반도로 상륙을 해서 한반도 전체를 뒤집어 놓고는 한다. 강풍에 큰 나무가 쓰러지고, 많은 비에 도로가 잠기고, 집이 잠기고, 산사태가 나서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마블 스튜디오의 슈퍼히어로물 시리즈 때문에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알려졌지만, 이 용어는 이미 오래전에 나온 개념이다.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영화적 세계를 말한다. 각각의 별도의 영화가 모여 하나의 세계관을 이루는 방식이나 형식을 일컫는다. 만화, 소설 등 개별 작품이 세계를 공유하며 하나의 작품 체계를 이루는 Shared Universe라 하는데,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영화 영역을 가리킨다.마블 스튜디오 영화 콘텐츠는 ‘Marvel Cinematic Universe(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라고 하는데 영어 앞 자를
이 세상이 존재하고 유지하고 발전해 나가기 위해 절대 필요한 게 있다면 각자의 역할이다. 인류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각자의 역할이 있고, 그 역할 중 한 가지가 있으니 기자(記者, reporter)라는 직업군이다.기자의 역할은 독자(시청자, 국민)들에게 사회와 나라 나아가 세계에서 일어나는 정보(뉴스)를 편견과 가감 없이 신속 정확하게 알려야 하는 아주 특별한 사명을 가지고 있다.이제 생각해 볼 것은 일반적 기자의 사명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지만,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하는 또 다른 차원의 기자도 있음을 알리는 바다.우리는 흔히 형
윤경림 케이티(KT)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가 여권 등 외부로부터 전방위 압박을 받고 사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KT의 차기 회장 선출이 다시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KT 이사회는 23일과 24일 연이어 간담회를 열어 사의 철회를 설득했으나 윤 후보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에 앞서 이사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 같다. 내가 버티면 케이티가 더 망가질 것 같다”고 토로했다고 한다.KT 이사회는 지난 7일 차기 대표이사(CEO) 후보 4명을 심사한 끝에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불행하게도 신년 벽두부터 다시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혼돈의 도가니에 빠지게 됐다. 중국발 코로나19 재확산 소식에 우리나라 정부는 대책을 발표했고, 많은 국가가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세계가 팬데믹이 재현되는 것은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인류는 2020년 초 중국으로부터 시작된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인해 홍역을 치렀기 때문이다. 2020년부터 지금까지 중국은 방역만이 전부인 것처럼 전 국민의 PCR 검사와 감염자의 격리, 중국에 오는 외국인 입국자의 일정기간 격리 등 온갖 방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재벌집 막내아들’의 인기 요인은 제목의 어그로에 있다. 끝장 드라마 같지만, 그 안에 사회적인 메시지와 개인적 욕망의 대리 실현이 믹스돼 있기 때문이다. 자칫 어려울 수 있는 경제적 사건과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를 투자와 경영, 승계 다툼이라는 대중적 흥미 코드로 잘 버무려 냈다. 설정과 컨셉도 흥행 코드에 트렌디함을 적절하게 구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억울한 흙수저 출신 직장인이 거대한 재벌 체제에 맞서 싸우는 설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일종의 사적 복수극이라고 해야 할 법했다. 이를 위해 사용되는 환생이라
찾아온 이 시대는 과연 어떤 시대일까.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지금까진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인 시대를 살아왔으나, 이젠 눈에 보이는 것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깨달아 살아가는 시대라 한다면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물론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왜일까. 지금까지 수많은 세월 눈에 보이는 것이 다인 줄로만 알고 살아왔기 때문이며, 그러한 사고방식이 관성적 작용에 의해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새 것을 싫어하고 묵은 것을 좋게 여기는 아주 잘못된 유전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 할지라도 이쯤에 와서는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세 치 혀로 사람들을 화나게 했다. 책임 회피성 말을 하면서도 태도가 너무나 뻔뻔한 모습을 보였다. 이 장관은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은 아니었다” “경찰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는 말을 했다. 역대급 안전 망언이다. 유가족은 물론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이 장관은 참사 뒤 3일째가 돼서야 “심심한 사과”를 표명했다. “경찰의 사고 원인 조사 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는 섣부른 추측이나 예단은 삼가야 된다는 취지에서 드린 말씀이었지만 결
윤석열 대통령이 1일부터 5일까지 닷새간 취임 후 첫 여름휴가에 들어갔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여름 휴가동안 휴식을 취하며 향후 정국을 구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휴가를 떠나는 시점이 공교롭게도 대통령이 안팎으로 어려운 때이다. 코로나19 재확산과 고물가 등 민생위기가 산적한 상황이며 휴가가 끝나면 8.15 광복절 특별 사면 같은 민감한 현안이 기다리고 있다. 당장 20%대까지 내려간 지지율과 여권내 분란 돌파도 시급한 해결과제로 떠올랐다.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하루 10만명에 다가서면서 방역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일본에 불교를 전래해준 백제 성왕(聖王, ?~554 AD)의 죽음에 대해 일본서기는 동기와 사실을 소상히 적어 남겼다. 서기를 쓴 사람이 백제에서 일본에 온 사람에게 사건 전말을 듣고 소상하게 적은 것이다. 우리 삼국사기에는 진흥왕 대 신라군과 백제군이 고리산성(지금의 옥천)에서 격전을 벌인 끝에 죽음을 당했다고만 기록하고 있다. 성왕을 체포해 목을 벤 신라군의 이름과 직책까지 적고 있다. 보은 삼년산성에서 출전한 고간(高干)도도(都刀)가 구천을 지나는 성왕을 사로잡아 참수한 것이다. 도도는 그가 포로로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여야 지도부의 혼돈이 점입가경이다. 이들이 과연 한국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정치인들인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이를 쳐다보는 국민마저 낯이 뜨겁다.국민의 힘은 지금 이준석 대표의 과거 일탈행위 의혹에 대한 윤리위의 제재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성숙하지 못한 이 대표의 처신과 언행이 당을 혼란으로 빠뜨리고 있다.대통령 측근으로 불리는 소위 윤핵관과도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각오 같다. 얼마 전 공주출신 국회부의장이었던 정진석 의원과 한바탕 불협화음을 빚더니 이제는 대통령과 가깝다는 중진에게도 화살을 쏘고 있다.여
박희제 인천언론인클럽 회장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문화정책 풍향계가 어디로 흐를지 관심이 높다. 지난 정부 때 블랙리스트 파문과 미투 사건이 불거지면서 혼돈에 빠졌던 문화계인지라 윤석열 2.0 문화도시 논의,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 등을 살피며 눈치를 보고 있다.윤 정부의 문화 분야 국정과제가 ‘문화 공영으로 행복한 국민, 품격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로 정해졌다. 일상이 풍요로워지는 보편적 문화복지 실현, 공정하고 사각지대 없는 예술인 지원체계 확립, 전통문화유산을 미래 문화자산으로 보존 및 가치 제고 등 7개 항을 약속했
역사는 발전한다. 지금까지의 역사를 보더라도 때론 역류하고 또 때론 혼돈으로 빠져든 적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역사는 앞으로 나아갔다. 역사의 발전을 신뢰하는 근거다. 그러나 시대의 역류와 혼돈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그리고 그 후유증이 확산되면서 역사 발전에 대한 회의론이 맹위를 떨진 적도 적지 않다. 파시즘과 독재, 전쟁 등이 한 시대를 지배했던 곳에서는 오직 폭력만이 시대의 좌표였다. 물론 폭력의 끝은 대체로 비참하게 몰락했지만, 그 후유증은 역사의 발전을 신뢰하는 많은 사람들을 절망케 했다.우리의 경험도 예외가 아니다. 일제 식민
박희제 인천언론인클럽 회장 도시도 인간과 같이 진화하고 있다. 인간과 도시가 별개의 DNA를 지니며 공진화하고 있는 것 같다. 글로벌 팬데믹은 인류의 생활패턴과 도시 풍경을 일거에 뒤바꿔 놓았다. 자유 평등 박애를 외치며 중세 왕정체제에서 시민 공화주의로의 변혁을 이끈 프랑스 대혁명 이상의 대변화가 사회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혁명은 일상의 변화를 수반하게 된다. 혁명 상황처럼 도시의 삶이 급격히 바뀌어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언택, 온택 등 비대면 접촉에 익숙해지고 있다. 줌 강의와 재택근무를 더 편리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흔히들 작금의 시대를 말세 혹은 종말이라 한다. 이 말세와 종말은 무엇이 끝난다는 것인가. 그것은 이 지구촌의 말세도 종말도 아닌 종교의 말세며 종교 세상이 끝난다는 것이다.그래서 조선이 낳은 유학자 격암 남사고 선생은 ‘말세골염 유불선’이라 했고, ‘무도문장 무용야’라 했다.그때가 되면 모든 종교는 자신들의 생각에 염색되고 낡은 사상에 구태의연해져서 백해무익한 애물단지가 된다고 했으니 종교 말세가 틀림없지 않은가.이는 인생의 허무한 생각이 말세를 자초했으니 그 누구에게도 핑계할 수도 없게 됐다.그래서 예로부터 송구영신이라 했으니,
난세(亂世)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난세가 오는 것은 그 시대(나라)를 이끌만한 인물이 없기에 나타나는 현상일 게다. 그와 반대로 난세가 왔기에 이 땅엔 위인도 인재도 인물도 없으며, 그저 모든 게 아사리판(개판, 난장판)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아마 후자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그래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군계일학(群鷄一鶴)을 찾아보지만 언감생심(焉敢生心)일 뿐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어쩌면 ‘난세에 영웅’이 왔어도 세인은 소경과 귀머거리가 되어 도무지 알아보지 못하는 건 아닐까.지금 이 나라 정치판이 그렇고 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