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칼럼니스트1992년, 지금으로부터 32년 전, 아득한 시절, 참 재미난 일들이 많았다. 88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더 넓은 세상에 눈을 뜨면서 보고 듣고 즐길 거리가 엄청 늘어났다. 1980년대의 암울한 시절이 지나고 마침내 문민정부가 들어섰고,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이란 희망에 부풀었다.쿠데타로 집권한 대통령이 스포츠로 민심을 누르려 했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이 무렵 대한민국 스포츠는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었다. 겨울에는 농구장 배구장에 관중들이 자리를 꽉 채웠고, 봄 여름 가을에는 축구장에 모여 응원을 했다. 지금처럼 외국인
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부모만 한 자식이 없다는 말이 있다. 이 표현은 부모의 무조건적인 사랑이 얼마나 가치 있고 소중한지를 강조하며, 부모·자식 간의 특별한 유대감을 나타낸다. 어떤 부모에게도 자식이 그 자체로 가장 소중한 것이며, 부모의 사랑은 돈이나 성과와는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이 말이 생각난 것은 한국 프로야구 간판스타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입단 합의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서이다. 뉴욕 포스트 존 헤이먼, 디애슬레틱의 켄 로젠탈 기자 등 미국 현지 대표적인 소식통은 13일(한국
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프로야구 LG 트윈스가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쥐는 것을 보면서 ‘죽은 제갈공명이 산 중달을 도망치게 했다’는 소설 삼국지 이야기가 떠올랐다. 제갈공명이 죽은 뒤에도 적이 두려워할 정도로 뛰어난 지략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였다. LG가 이번에 우승을 차지한 것은 5년 전 세상을 떠난 고 구본무 선대 LG그룹 회장의 ‘야구 유산’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마치 제갈공명의 얘기처럼 말이다. 그것은 구 회장이 생전에 준비했던 일본 오키나와산 아와모리 소주와 롤렉스 시계였다.그는 럭키금성
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윤석열 대통령은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가운데 야구를 가장 좋아하는 이로 기록될 듯하다. 대선 후보시절 포함 야구와 관련된 공식적인 행차를 한 것만 해도 여러 번이다.대선 캠페인이 한창이던 2021년 11월 초 당시 윤석열 국민의 힘 후보자는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을 참관했다. 당시 윤 후보는 국가대표 야구 유니폼을 입고 관중석에 앉아 국민스포츠인 프로야구를 현장에서 같이 보고 즐겼다. 국가지도자로서 국민들과 감성을 같이하며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그는 ‘야구 명문’ 충암고
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8일 인천 SSG 랜더스 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 한국시리즈(KS) 6차전에서 SSG가 4-3으로 역전승을 거두고 시리즈 전적 4승2패로 우승을 차지하던 순간은 극적인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SSG 선수들은 특별한 세리머니를 펼치기도 했다. 팀명인 랜더스를 딴 일명 ‘랜딩’ 세리머니였다. 정용진 구단주와 KS 최우수선수(MVP)상을 받은 김강민은 우승기를 그라운드에 꽂았고, 폭죽이 솟구쳐 올랐다. 영국이 낳은 세계적인 4인조 록밴드 퀸의 ‘위 아 더 챔피언(We Are The C
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인간은 본래 고독한 존재이다. 고독을 이겨내기 위해 가족과 씨족을 이루고 사회를 만들고, 국가를 형성했다. 무리를 지어 살다 보니 유희와 여가도 필요했다. 네덜란드 문화사학자 요한 호이징하(1872~1945)가 유희하는 인간을 뜻하는 ‘호모 루덴스(Homo Ludens)’라고 칭한 이유이다. 군중은 유희적 본성을 찾기 위해 한 곳에 모인 많은 사람을 뜻한다. 공통된 규범이나 조직성 없이 우연히 조직된 인간의 일시적 집합이다.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 희생된 많은 이들은 핼러윈 축제를 위해 모인
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국내 타자로서는 둘 다 최고의 타이틀을 언론에서 붙여줬다. ‘국민타자’ 이승엽(46)과 ‘조선 4번타자’ 이대호(40)이다. 호칭은 다르지만 모두 타자로서 최강의 실력을 갖췄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 시즌을 끝으로 둘은 공교롭게도 무대를 달리하게 됐다. 오랫동안 야인생활을 하던 이승엽은 두산 감독으로 다시 일선으로 복귀한 반면 이대호는 정들었던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벗고 은퇴의 길로 떠나게 된 것이다. 이승엽 두산 신임 감독은 19일 선수단과 첫 만남을 가지고 새롭게 시작하자는 당부의 인사를
정라곤 논설실장/시인지난 18일 막을 내린 2021 KBO리그 한국시리즈에서 kt위즈가 보인 저력은 한마디로 파죽지세였다. 파죽지세(破竹之勢)란 ‘대나무를 쪼개는 기세(氣勢)’라는 뜻으로, 곧 세력이 강대해 대적을 거침없이 물리치고 쳐들어가는 기세인바 kt위즈가 그랬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전통과 저력의 두산베어스를 상대해 창단 7년밖에 안 되는, 아직 신생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kt위즈는 7전 4선승제에서 4전 선승으로 챔피언을 결정지어버렸기 때문이다.그렇다고 하여 두산베어스가 어디 못하는 팀인가. 그렇지 않다. 그
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가을 야구가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고 있다. 올 시즌 내내 치열한 경쟁을 통해 플레이오프를 거쳐 최종 한국시리즈에 오른 kt wiz와 두산 베어스가 최종 우승을 놓고 겨루며 뜨거운 열기를 뿜어낸다. 11월 초 풀린 ‘위드 코로나’와 함께 그동안 야구를 보지 못했던 팬들이 야구장에 몰리면서 북적북적하는 모습이다.내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를 향해 뛰는 주요 대선 후보들에게 한국시리즈가 열리는 경기장은 결코 지나칠 수 없는 장소이다. 많은 이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하며 민심행보를 하기에는 최적의 장소이
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신세계 그룹의 쇼핑복합시설인 스타필드 하남, 고양, 안성점 등 3곳에 ‘스포츠몬스터’라는 스포츠테마파크가 입점해 있다. 스포츠 몬스터서는 1600평 규모의 시설에서 약 35종의 스포츠 콘텐츠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야구(타격연습), 축구(풋살), 농구는 오프라인으로 즐길 수 있고, 디지털 존에서는 야구(투수), 축구(키커), 핸드볼(골키퍼)을 가상공간 체험으로 경험할 수 있다. 참여스포츠로 레이저 사격, 다트 게임, 사이클, 인공암벽타기 등도 할 수 있다. 지상 6.5m 높이에서 6개의 장애물
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미국프로야구(MLB)에는 오랫동안 “타율이 높은 타자는 포드를 몰고 홈런 타자는 캐딜락을 몬다”는 속설이 있었다. 스즈키 이치로 같은 단타 위주의 교타자가 배리 본즈 같은 홈런 위주의 장타자보다 수입이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했다. 현재 MLB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른바 ‘슬러거(Slugger)’로 불리는 대형타자들이 고액 연봉 순위에서 투수와 함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하지만 이것도 시장 상황에 따라서는 바뀔 수 있다. 수요와 공급의 원칙으로 평가액이 달라진다. 2021시즌을 앞두고 나
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처음에는 구단주의 일상적인 관심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1차전부터 6차전까지 한 번도 빠짐없이 경기장에 출근, ‘직관’을 하는 모습은 관심 이상의 특별한 것이었다. NC 다이노스 김택진 구단주는 24일 고척돔에서 벌어진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팀이 두산 베어스를 4-2로 물리치고 창단 이후 첫 우승을 차지하는 순간을 선수단과 함께 했다. 구단주가 한국시리즈 전 경기를 직접 경기장을 찾아가 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김택진 구단주가 야구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NC 다이노
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뜨거운 손(hot hand)’ 현상은 미국 농구에서 나왔다. 슛을 일단 성공시킨 선수가 이어지는 다음 슛을 성공시킬 것이라 믿는 인지적 편향성을 말한다. 관중들은 물론 선수, 감독들도 슛발이 받은 선수를 크게 믿는 경향이 많다. 일단 발동이 걸린 선수는 뜨거운 손을 가진 것으로 간주하고 집중적으로 슛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뜨거운 손은 지난 1985년 심리학자이자 행동경제학자인 아모스 트버스키와 톰 길로비치가 한 논문에서 처음으로 소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2013년
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마지막 순간까지 가슴 설레며 경기를 지켜봤다. 연장 13회초 SK 공격, 2사 후 상황에서 2번타자 한동민이 우중간 결승 솔로홈런을 날리자 SK 응원단은 이내 함성으로 뒤덮였다. SK는 한동민의 이 솔로홈런 한 방으로 4-4로 팽팽히 맞선 승부를 결정지우고 2010년 이후 8년 만이자 4번째 한국프로야구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극적인 순간에서 잠시 숨을 돌리며 SK의 연고지, 인천야구의 추억이 낡은 필름이 돌아가듯 기억 속을 맴돌았다.인천 SK 야구단의 첫 번째 전신팀은 1980년대 ‘꼴찌 신화
정라곤 논설실장/시인지난 2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포스트시즌’ 넥센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의 플레이오프 5차전은 보기 드문 명승부였다. TV 전국시청률에서도 8.9%(수도권 9.7%)를 점유해 당일 시청률 순위에서도 8위를 차지할 만큼 팬들의 관심이 높았다. 승패가 나지 않아 연장전까지 이어진 장장 5시간 동안 경기 현장 또는 TV 앞에서 각본 없는 드라마를 지켜본 시청자들은 KBO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명승부였다고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았다. 두 팀은 10회말 마지막까지 선수들과 관중들이 손에 땀을 쥐게
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지난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는 양팀 응원단이 조용하게 경기를 관전했다. 보통 경기 같으면 시끄러운 음악과 치어리더의 화려한 율동, 관중들의 흥에 넘치는 응원전이 펼쳐졌지만 이날만은 예외였다. 이날 경기는 양 구단이 공식적으로 응원단을 운영하지 않기로 해 응원전이 펼쳐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유는 이날 세상을 떠난 LG 그룹 구본무 회장을 추모하기 위해서였다. LG 트윈스 구단주이기도 했던 그가 프로야구 발전에 기여한 공로와 스포츠 사랑을 기리자는
정라곤 논설실장/시인제96회 어린이날 행사가 전국적으로 개최돼 5월 5일 하루만큼은 어린이 세상이었다. 부모들은 아이들과 함께 바깥나들이를 나가는데, 아이의 나이에 따라 가족행사 내용이 달라진다. 대개는 유아기에는 가까운 어린이공원이나 놀이터를 찾고, 또 초등학생이 되면 야구장을 즐겨찾기도 한다. 필자는 야구 경기를 좋아해서 비단 어린이날뿐만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잠실야구장을 여러 번 찾았다. 그때마다 아들과 딸은 경기에 대한 흥미보다는 야구장에서 아빠가 사주는 아이스크림을 먹는 재미로 따라나서곤 했는데 아이들과 함께 한 즐거운 날
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문재인 대통령이 중앙 언론사 체육부장단과 만났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2018 평창동계올림픽 홍보와 붐 조성을 위해서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서울을 출발, 강릉행 KTX 열차에서 한국체육기자연맹 정희돈 회장, SBS 스포츠부장을 비롯한 37명의 체육부장단과 간담회를 갖고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적극 협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올림픽 홍보는 정부와 강원도, 조직위원회의 몫이고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가운데서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라곤 논설실장/시인 지난해 관중 800만 시대를 연 프로야구는 올해도 840만여명으로 신기록이다. 3월 31일 정규시즌 개막 이후 각 팀마다 144경기를 치르는 대장정에서, 대통령 선거가 있었고, 유달리 무더운 여름이 닥치기도 했지만 관중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프로야구를 즐기고 사랑했던 것이다. 올해 관중수 100만명을 넘긴 팀은 LG(113만 4846명), 두산(109만 4829명), 롯데(103만 8492명)와 KIA(102만 4830명) 등 4팀이다. 이들 팀들이 막바지까지 선두와 최종 5강팀을 가려내느라 혼전을 펼쳤던 바 이
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그 해 여름은 아주 무더웠다. 더위에 지쳐 게으름을 피우면서 프로야구 중계방송을 보는 게 뜨거운 청춘들의 행복한 위안거리였다. 당시 최고의 인기팀은 단연 해태 타이거즈였다.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전두환 독재정권의 탄압에 억눌렸던 국민들은 승승장구하는 호남 연고의 해태 경기를 보면서 답답한 마음을 달랬다. 하얀 러닝셔츠,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집안 마당의 조그만 야외 나무평상에 앉아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프로야구 TV 중계를 즐기는 모습은 낯익은 광경이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해,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