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복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다.옛날에는 전라남도 장흥 정도는 가야 매생이 맛을 보았는데, 요즘은 마트에 가면 녹색 매생이 덩이가 종종 눈에 띈다.매생이는 갈파래목의 해조류로 깨끗한 곳에서 자라며 매산(苺山)이 접미어 ‘이(伊)’가 붙어 ‘매산이’ 음운변화를 거쳐 ‘매생이’가 되었으며, 일부에서는 ‘맷생이’라고도 하는데 이 말은 생 이끼라는 뜻으로 생긴 모습과 질감이 마치 이끼 같아서 붙여진 이름인 것 같다.매생이는 섬유질이 촘촘해서 보온능력이 아주 뛰어나다.녹색 매생이와 두부, 굴을 넣은 매생이국이나 매생이죽은 겨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성군으로 꼽히는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후 법적으로 공용화한 것은 459년 후인 대한제국 고종 9년(광무) 1905년이었다. 고종황제는 칙명을 통해 모든 관공서의 공문이나 서식을 한글로 쓰라고 명을 내렸다.언문이라고 비하해 안방 여인들의 내간으로만 사용하던 한글이 제대로 국문으로 대접을 받은 것이다. 우리글이면서 역대 임금들의 유시나 선비들의 상소, 저서에 한글 쓰기를 꺼려 했다.그런데 첫 한글 공용 이후 조선을 뒤흔든 사건이 있었다. 바로 비분강개한 충정공 민영환공의 자결이었다
서은훤 행복플러스연구소 소장‘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동화를 읽거나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마도 외국 동화로 알고 있을 것인데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설화가 있다.신라의 왕이 김응렴을 사위로 맞게 됐다. 어느 날 왕이 병에 걸려 세상을 떠나게 됐을 때, 맏사위인 김응렴으로 하여금 차기 왕이 될 것을 유언했다. 왕의 유언대로 신라의 새 왕이 된 김응렴에게 고민이 생겼는데 귀가 점점 자라기 시작한 것이다. 다행히 왕관으로 귀를 가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왕관을 만드는 기술자는 알 수밖에 없었다. 왕관 기술자는 할아버지가 될
정연용 변리사행안부는 기초자치단체 226개, 세종특별자치시 1개, 제주특별자치도 행정시 2개를 합한 229개 지역에서 인구감소지역으로 89개 지역을 지정했다.우리나라는 20년째 초저출산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특히 실질적으로 0명대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등 OECD 회원국에서도 가장 빨리 늙어가고 있다. 지방은 점점 비어가고 국가구조도 변하고 있다.지역의 생사는 출산력과 인구 이동에 기초하는데 이는 소득 수준과 일자리에 많은 의존을 하고 있다. 일본의 마스다 히로야는 지방 소멸이란 용어를 처음으로 보고서에서 발표했는데,
김영복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우리나라와 중국이 원산지인 회화나무는 괴(槐)의 중국 발음이 ‘회’이므로 회화나무, 혹은 회나무가 됐다고 전해진다. 회화나무는 괴수(槐樹), 백괴(白槐), 출세수, 행복수, 옥수(玉樹), 양목(良木), 양화목으로도 불린다.또 나무의 가지 뻗은 모양이 멋대로 자라 ‘학자의 기개를 상징한다’라는 의미로 ‘학자수(學者樹)’라 하며, 영어 이름도 같은 의미인 ‘스칼러 트리(scholar tree)’다.반대로 일각에서는 아무 곳이나 이익이 있는 곳에는 가지를 뻗어대는 곡학아세(曲學阿世)를 대표하는 나무라는 해석을 내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미복(微服) 잠행’이란 임금이 평민 의상을 입고 바깥세상을 시찰하는 것을 지칭한 말이다. 구중궁궐에 갇혀 살던 임금들도 때로는 자유롭게 거리를 구경하고 백성들과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 고구려 산상왕의 부인은 미망인인 형수였다. 형수의 도움으로 왕위를 얻은 산상왕은 그녀의 질투심으로 다른 왕비를 얻지 못했다. 왕은 어느 날 제사에 쓸 돼지가 궁을 빠져나가자 이를 뒤쫓았는데 주통촌에 다다른다. 주통촌은 색주가로 술과 여자가 있는 곳이었다. 산상왕은 궁중을 빠져나가 여자를 만나고 싶었던 것인가. 그는 주통촌
천지일보가 독자참여코너로 가로세로 낱말 퀴즈를 연재합니다. 낱말 퀴즈는 가로세로 낱말퍼즐 저자로 잘 알려진 김수웅 선생이 직접 출제한 퀴즈가 격주로 게재됩니다. 퀴즈에 응모하는 독자 중 5분을 추첨해 스타벅스 커피 쿠폰을 증정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가로열쇠1.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해방되어 나라와 주권을 다시 찾은 날을 기념하는 국경일3. 국경일이나 일요일과 같이 국가나 사회에서 정해진 휴일5. 규모가 작고 세력이 약함. □□국가, □□민족7. 대한민국의 □□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8. 서면상
박관우 역사작가/칼럼니스트의친왕(義親王)은 6.25전쟁 때 순정황후(純貞皇后)를 비롯하여 의친왕비(義親王妃), 삼축당(三祝堂), 광화당(光華堂)과 함께 부산에서 피난 생활을 하였으며, 환도(還都)한 이후 1955년 8월 9일 장면(張勉) 전(前) 총리(總理)를 대부(代父)로 하여 비오라는 세례명으로 영세하였으며, 그로부터 1주일 후가 되는 8월 16일 새벽 4시 안국동 별궁에서 향년(享年) 79세를 일기(一期)로 시대(時代)의 풍운아(風雲兒) 의친왕은 파란만장한 생애를 마쳤던 것이다.의친왕이 타계한 이후 처음에는 서삼릉(西三陵)에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신라 화랑 효종랑의 설화는 고대 서라벌 사회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풍속을 보여 준다. 왕도에 지은(知恩)이라는 처녀가 30세가 넘도록 시집을 가지 않고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다. 그런데 가난해 쌀 10섬에 팔려 가는 몸이 된다.모녀가 붙들고 통곡하는 것을 지나가던 늠름하고 인자한 화랑 효종랑이 들었다. 화랑은 부모를 설득해 곡식 1백섬을 받아 구해준다. 한번 팔려 가면 평생 노비가 되는 것을 딱하게 여긴 것이다. 효종랑을 따르는 낭도 수천명이 각각 쌀 한 섬씩을 가져다줬으며 대왕도 벼 5백섬과 집 한 채를
김세곤 역사 칼럼니스트/ `임진왜란과 호남사람들' 저자“사또, 만약 누가 옆에서 나랏님을 배반하라 하면 어찌하시겠습니까? 한 사람과의 약속인 정절(貞節)을 지키겠다는데 왜 자꾸 나보고 배신하라고 하십니까?.”탐관오리의 대명사인 변학도는 남원부사로 부임하자마자 춘향을 품에 안고자 한다. 춘향은 단호하게 호색한 변학도의 수청을 거부한다.변학도는 온갖 방법으로 춘향을 회유했으나 이것이 안 먹히자 폭력을 쓴다.“여봐라, 이 년을 매우 쳐라.”곤장 한 대를 맞은 춘향은 “일편단심으로 일부종사하겠소”라고 대꾸한다.2대를 맞자 “불경이부(不更二
첫사랑 엽서박제천(1945 ~ ) 살구꽃 피는 우물은 나만의 보물창고우물 속 깊이 얼굴을 묻고, 아무개야 소리치면아무개야 메아리지며 달려오는 발소리,아무개야 아무개야 아무개야 부르면우불 속 낮달 거울에 어리는 얼굴,아무개야 아무개야 아무개야 목이 메이면내 가슴 속 우물에도 참방참방 솟아오르는그리운 얼굴살구꽃 황홀한 꽃잔치 한마당. [시평]옛적 임금님 머리를 깎아주는 이발사가 임금님 왕관을 벗기고 머리를 깎아주는데, 그만 임금님 귀가 당나귀 귀임을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임금님 귀가 당나귀 귀인 것을 아는 사람은 오직 그 이발
전경우 작가/문화칼럼니스트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인 보르네오 섬에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이렇게 세 나라가 있다. 그 중 제주도의 세 배 크기인 브루나이는 1인당 국민소득이 8만 불이 넘고 세금도 내지 않는 지상낙원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명성에 맞지 않게 최근 이 나라에서 살벌한 소식이 들려왔다. 간통을 하면 돌을 던져 죽이고, 도둑질하면 손과 발을 잘라버리는 등 엄격한 이슬람 율법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이 나라가 이슬람 국가인 줄은 알지만,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세상 사람들이 깜짝 놀라고 있다. 인권
박관우 역사작가/칼럼니스트경신년 봄에 정약용(丁若鏞)은 세로(世路)가 위험하다고 느끼고 결단을 내려 처자식을 거느리고 마재로 낙향했다.그런데 며칠 뒤 임금이 사암(俟菴)이 마재로 돌아간 사실을 알고 내각(內閣)에 영(令)을 내려 재촉하는 소명이 있어서 부득이 서울로 돌아오니 정조가 승지(承旨)를 통해 유시(諭示)하기를 “규영부(奎瀛府)가 이제 춘방(春坊)이 되었으니 처소를 정한 뒤에 들어와 교서(校書)의 일을 하게 하라. 내가 어찌 그를 놓아두겠느냐”라고 했으니 정조가 아무리 주위에서 사암을 비방하여도 굳건히 신뢰하는 마음은 변함이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미투(me too)운동이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다. 가해자들의 천인공로 할 행태가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 미투운동은 역사상 전례가 없는 아래로부터의 성폭력 진상규명과 인권 회복 운동이다. 많은 사람들이 망설임 끝에 진실을 드러내는 용기를 내었을 것이다. 하지만 용기를 내었다가도 망설이거나 접은 사람도 많을 것이다. 사실을 말하거나 축소해서 말한 경우에도 걱정과 두려움이 많을 것이다. 증거 있냐 하는 건 흔하게 듣게 되는 물음일 테다. 우리 사회는 언젠가부터 사실이 명백함에도 빼도 박도 못할 증거가 있지 않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흥미로운 설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의 주인공인 신라 제48대 경문왕. 왕위에 오르기 전 전왕인 헌안왕이 중매를 섰다. 왕이 화랑인 응렴(경문왕의 이름)을 눈여겨보며 자신의 딸을 짝지어 주기로 한 것이다.헌안왕은 딸이 둘 있었다. 그런데 큰딸은 얼굴이 좀 모자란 반면 작은 딸은 절세의 미인이었다. 응렴은 언니보다는 동생과 혼인을 하고 싶었다. 선택 과정에서 응렴은 흥륜사 스님한테 찾아갔다. 그랬더니 스님은 큰딸을 취하면 세 가지 기쁨이 있을 것이라고 암시했다.응렴은 큰딸을 취했으며 헌왕이 죽자 왕위를
‘임금님은 벌거벗었대요’ 안데르센 동화 속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네덜란드 태생인 안데르센(1805~1875) 작가가 1937년 사치스러운 임금님과 당시의 사회를 비판하고 풍자하며 쓴 동화 ‘벌거숭이 임금님’은 ‘인어 공주’ ‘미운 오리새끼’와 함께 세계 아동문학의 걸작품으로 지금도 인정받고 있다. 지구촌의 수많은 아이들은 이 동화를 즐겨 읽으면서 어린 시절부터 근면과 정직을 근본으로 삼고 세계인으로 성장하고 있음은 이 책이 가져다준 교훈적 결과이기도 하다.우리 사회에 충격을 주고 혼란의 도가니로 몰고 간 최순실씨가 독일로 출국한
최상현 주필 매월당 김시습의 시에 ‘사청사우(乍晴乍雨)’라는 시제(詩題)의 작품이 있다. ‘사청사우’는 ‘개었다 궂었다’를 되풀이 하는 날씨를 말한다. 자신에 대해 ‘칭찬했다 헐뜯었다’ 하며 왔다 갔다 하는 변덕스러운 세상 인정을 그 같은 날씨의 변덕에 비유(parody)한 풍자시다. 김시습은 이 시에서 하늘의 움직임인 날씨도 그렇게 변덕스러운데 하물며 세상의 인정이야 오죽하겠느냐면서 그것에 개의치 않겠다는 심중을 드러낸다. 이런 대목이다. ‘…꽃이 피고 지는 것을 어찌 봄이 다스리랴 구름이 가고 오더라도 산은 다투지 않아라(花開花
정라곤 논설위원 시인 대게가 가장 맛있는 철이 돌아왔다. 경북 동해안에서 잡히는 대게는 봄철에 속살이 가득 차고 먹음직스러워서 해마다 3∼4월이 되면 전국의 미식가들이나 가족, 친구 모임에서 동해안을 즐겨 찾게 된다. 대게라 하면 단연 ‘영덕(盈德)’을 친다. 몇 년 전부터 인근 울진지역에서 ‘울진대게’를 내세우며 홍보하고 있지만 고려 때부터 잘 알려진 ‘영덕대게’니만큼 천년을 이어온 대게의 명품지역으로서 전국에 알려온 명성이 어디 가랴. 고려 말 학자 권근이 펴낸 양촌집(陽村集)을 보면, 태조 왕건이 안동 병산서원 부근에서 견훤
최상현 주필 가난에 몰린 어느 세 모녀는 어느 날 홀연히 세상을 등졌다. 부자들이 많이 사는 번영하는 경제 강국 한국의 서울 송파구 단칸 사글세 방에서였다. 그들은 세상을 하직(下直)하면서 가슴 찡한 유서 한 통을 남겼다. ‘주인아주머니께 미안하다’고 말하고 밀린 사글세와 공과금을 마련해 남기면서 납부를 부탁했다. 죽으면 그만인 것을 말이다. 이것으로 보아 자살을 미화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남에게 티끌만큼의 폐도 끼치기를 원하지 않는 깔끔한 사람들이었다. 그렇기에 내 것 없으면 창피하고 이웃과 사회에 부담이 되는 세상살이를 그만
‘도행역시(倒行逆施)’ 교훈 삼고군자의 면모와 소통의 길 열어‘오미락당당(午未樂堂堂)’의 한 해 실현되길 매년 교수신문은 전국 대학교수(662명)를 상대로 ‘올해의 사자성어’를 설문과 투표를 통해 선정해 왔다. 지난 2012년에는 ‘올해의 사자성어’로 온 세상이 모두 탁하다는 의미로 ‘거세개탁(擧世皆濁)’이 선정되기도 했다. 거세개탁이 선정된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게다.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나타나는 일종의 권력누수현상(레임덕현상)이기도 했겠지만, 꼭 그렇게 치부해 버리기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