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과거 조선은 시인(詩人)의 나라였다. 어린이가 세 살이 되면 시를 습작하기 시작했다. 천자문을 떼면 당나라 명시를 읽게 하고 시를 쓰게 했다. 시는 일상의 전부가 되고 소년부터 치르게 되는 각종 과거에도 제일 과제가 되었다.시를 잘 짓지 못하면 과거 급제는 기대 할 수 없었다. 장원급제를 한 응시자의 시험지는 임금에게까지 진상되어 품평을 받는다. 급제자는 임금의 총애를 받고 가장 짧은 시간에 고속 승진을 했다.소년 시절 등과한 급제자들은 지금의 대통령 비서실격인 승정원 관리가 되었다. 임금이 옆에 가까이
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세계 10위의 경제력, ‘오징어 게임’과 BTS로 세계를 열광케하는 ‘K-컬처’, 535만명으로 전 세계 4위의 골프 인구 등 한국은 외형적으로만 보면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내용적으로 잔잔히 살펴보면 선진국이 되기에는 아직 멀다. 복지, 빈부격차, 노동, 임금, 자살, 부패구조 등 사회 전반에 걸쳐 현재 국가의 위상이 선진국 수준에 올라있지 않다고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은 생각하는 것이다.골프만 해도 그렇다. 남녀프로골프의 국제경쟁력 확보, 골프장과 골프인구의 지속적인 증가, ICT를
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인공지능(AI) 기술은 최근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라 AI 기술의 개념 구상과 연구는 상당히 오래전부터 진행됐다. 초기에는 놀랍고 획기적인 기술이지만 상용화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연관 기술의 발달, 그리고 상상력과 능력을 겸비한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의 끊임없는 도전 끝에 현실화됐다.이처럼 상상 속에서만 존재 했지만 현재는 실현을 넘어 상용화에 근접한 기술, 그리고 이것 없이 미래를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영향력이 큰 기술이면서 남들이 따라잡기 힘든 독보적인 기술
원민음 정치부 기자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된 지 8년이 넘었다. 인성교육진흥법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면 최소한 줄었어야 할 학교폭력, 교권추락 문제가 지속적으로 사회면을 장식하고 있다. 학교폭력 문제로 시끄럽던 2014년 ‘인성교육진흥법’이 국회를 통과해 2015년 7월부터 시행됐다. 이 법은 헌법에 따른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가치를 보장하고, 교육기본법에 따른 교육이념을 바탕으로 건전하고 올바른 인성을 갖춘 국민을 육성해 국가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인성교육의 8대 가치는 예절, 효도,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
서은훤 행복플러스연구소 소장나이가 들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다. 뇌가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는 날이 오게 되는 것이 큰 두려움 중에 하나다. 어떤 정치가는 60이 넘으면 뇌가 썩는다고 말해서 이런 공포를 극대화시키기도 했다. 60을 넘어서면서 혹시라도 나빠질지 모르는 뇌가 신경 쓰인다. 조금 위로가 되는 것은 60이 넘으면 뇌가 썩는다고 말한 정치가도 60이 넘어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가끔 외모가 실제의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사람이 있다. 물론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주름살은 계급장 같은 것이라고 위로해
산이 흐른다온정 한옥례산에 진홍빛이 흐른다자연의빛이 백두대간의 능선따라서 꽃물결로 일렁인다 산에 구름바다가 흐른다 대청봉은 어느새사라지고 운무가 쫓겨나면 감췄던 용의 이빨이 무섭게 드러난다 산에 역사가 흐른다물시린 덕산계곡에 빗방울 떨어지면 녹음은 짙어지나 빨치산 성난 신음소리는 더 커진다 산에 야생화가 흐른다호젓한 화채능선 천상 화원에는 금강초롱에 이슬방울이 대롱대롱 맺힌다 산에 희노애락이 흐른다 배낭의 무게가 무거울수록 고통의 희열을 안겨주고 등산화가 가벼울수록 갈딱고개에는 아픔이 먼저 달려간다 약력시인, 시낭송가 월간문학바탕
서은훤 행복플러스연구소 소장 인문학은 ‘후마니타스(인간다움)’라는 개념으로부터 시작했다. 이 개념을 처음 이야기했던 키케로는 로마 공화정 말기의 정치가이자 변호사로 활동했던 사상가로 알려져 있다. 요즘 인문학을 할 때에는 비판적 성찰이나 힐링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키케로가 쓴 ‘시인 아르키아스를 위한 변론’이라는 글을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역사적인) 인물들은 탁월함을 습득하고 훈련하기 위해 인문학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런 공부는 젊은 사람들의 마음을 바르게 지켜주고, 나이든 사람들의 마음을 행복하게 해줍니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17일 치러졌다. 이번 수능은 이날 오전 8시 40분 전국 84개 시험지구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코로나 수능’은 재작년과 작년에 이어 올해도 불가피했다. 올해 수능에 응시하는 고3 수험생들의 경우 입학부터 졸업까지 마스크와 함께 고교 생활을 보냈다. 올 수능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문·이과 통합형으로 이뤄졌다. 수험생들은 국어와 수학영역에서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을 함께 시험으로 봤다. 하지만 작년 수능에서는 선택과목별로 받을 수 있는 표준점수 최고점이 달라 유불리 문제가 제기된 바 있었다. 수능
창간 13주년에 즈음해 지금 대한민국은 매우 혼탁하다. 대한민국을 넘어 지구촌이 그러하다. 지금 우리 눈에 적나라하게 펼쳐지는 현상들에 대해 많은 이들은 말세현상이라 단언하고 있다. 말세를 견인한 대표적인 주범을 굳이 찾는다면 교육이라 하겠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 했으니, 이는 교육정책이야말로 먼 장래를 내다보고 세워야 한다는 선인들의 가르침이며 충고다. 그처럼 중한 교육정책과 실행엔 어김없이 필수과목에서 소홀히 여겨지거나 아예 배제되는 주요 과목들이 있다. 그것은 인문학 즉, 인간의 근본을 탐구하거나 인성을 고양시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급격한 금리상승으로 MZ 세대가 큰 고통을 받고 있다. 한국은 2020년 코로나가 왔을 때 연 0.50%까지 기준금리를 낮췄다. 그러나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2024년까지 한국 대출 금리는 급등한다. 코로나는 생산과 수요를 모두 막았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은 6조 달러를 시장에 풀었다. 2022년 경제가 정상화되면서 미국 물가가 9% 상승했다. 미국 연준은 물가수준이 2%대로 낮아질 때까지 기준금리를 계속 올릴 예정이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2022년 3.5%, 2023년 4.5%, 2024년 5
김영복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 원장우리 식문화계나 외식업계는 심하게 말하면 불안정하고 오류투성이의 문화 파괴시대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학계나 외식업계 그 어느 곳에서도 이를 바로 잡아 나가려는 시도를 하지 않고 있다.요리용어나 메뉴명은 말할 것도 없고 음식 유래조차도 오류투성이고 왜곡돼 있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외식업계에서 한동안 원조타령을 하더니 근거도 없이 궁중음식 어쩌고 하는 것을 보고 아무리 상술이라 하지만 식생활문화를 연구하는 사람 입장에서 이래도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더 중요한 것은 외식업계에서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소흥은 옛 월(越)의 수도였다. 월왕 구천(句踐)의 와신상담(臥薪嘗膽)은 지독한 인간의 집념이 보여준 복수극의 결정판이다. 그러나 봄날의 소흥에는 그런 무서운 이야기보다 유상곡수(流觴曲水)와 왕희지(王羲之)의 난정서(蘭亭序)가 더 어울린다. 항주나 소주에 비해 그리 크지 않은 소흥은 중국 남방의 역사박물관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많은 자취가 곳곳에 숨어 있다. 그 자취는 춘추시대에서 근대까지 2500년 이상 이어졌다. 소흥의 역사를 열면, 제법 두툼한 한 권의 인문학 서적 속에서 짙은 향기가 풍겨 나온다. 도시
박희제 인천언론인클럽 회장 학창 시절을 돌이켜보면 한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지금처럼 크지 않았다. 무의적으로 서구 문화를 동경했거나, 일본의 만화와 음악을 수준 높은 것으로 알았다. 요즘 방탄소년단(BTS)의 세계관이 시사적 또는 학술적으로 논의되고 봉준호 감독, 윤여정 여배우가 아카데미 무대를 휩쓸고 있어 놀랍기 그지없다. 2020년 한 해 동안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100편 가운데 한국의 K드라마가 10편이나 된다고 한다.청년들이 외치는 ‘헬 조선’, 세계 최저 합계출산율, 노인빈곤율 및 자살률이 최상위권이라는 현실이 암담하긴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윤석열 후보는 하루가 멀다 하고 국민 속 뒤집는 소리를 내놓고 있다. 신기한 능력이다. 이 정도로 계속 말의 참사를 야기하는 사람은 일찍이 없었다.대선후보로 나온 사람이 ‘이 말 하면 국민이 어떻게 생각할까’하는 고민도 하지 않는 듯하다. 듣는 사람에 대한 반응을 생각하고 말하는 게 정치인의 본능이자 숙명이다. 윤석열씨는 정치 입문하자마자 충격적인 말들을 연달아 쏟아냈다. 이때만 해도 정치를 처음 접하다 보니까 실수하는 거라면서 봐주자는 분위기가 있었다.하지만 요상한 말들이 거듭해서 반복되다 보니까 이제는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주역 곤괘(坤卦)의 문언은 건괘의 문언과 함께 공자의 저작으로 알려졌다. 문(文)은 요즈음 고문이니, 현대문이니 하는 것과 달리 어떤 사상을 문자로 표현했다는 뜻이다. 진(晋) 이전에는 계사전(繫辭傳)에 포함돼 있었는데, 천재 왕필(王弼)이 건괘와 곤괘 뒤에 따로 편집했다. 곤괘 문언은 곤괘에 대한 인문학적 해석이다. 곤은 순음(純陰)으로 지극히 부드럽지만 움직일 때는 강하다. 지극히 고요하지만 덕은 반듯하다. 왕필에 따르면 곤의 움직임이 반듯하고 올곧은 것은 사특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약하고 원만하기만 하면,
조맹기 서강대 언론대학원 명예교수경제 정책에 강한 행정력을 사용한다. 회를 뜨는데 사시미 칼을 쓰는 것이 아니라, 백정이 소 잡는데 사용하는 칼을 사용한다. 끔찍한 일이 일어난다. 더 큰 문제는 산업·경제 정책에 자유와 독립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모방이 심하다. 중국과 북한에서 펴는 계획경제 같은 형식을 빌려 쓴다. 시진핑, 김정은이 쓰는 정책이 국내 경제정책에 맞을지 의문이다.소득주도성장, 주 52시간 노동제, 최저임금제, 상속세 60%, 법인세 27.5%, 연금사회주의화, 종합부동산세 등은 힘으로 밀어붙이는 지나친 사회주의 경향
인류의 과제는 뭘까. 생각해 봤는가. 그것은 바로 생로병사(生老病死)의 해결이다. 우리 인생은 한 번 왔다가 가는 것이 마치 정한 이치인양 살아왔지만 과연 그럴까.흔히 인문학을 말한다.본시 ‘인문학(人文學)’이란, 인간의 근본을 탐구하는 학문을 일컫는다. 하지만 그 어디도 그 누구도 인문학의 참 가르침은 찾아볼 수 없다. 인간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이며, 생로병사는 어디서 온 것인가를 깨닫는 것이 곧 인문학이며, 이는 종교라는 최고의 학문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즉, 종교는 세상의 학문이 아니며 하늘의 학문이니 하늘 곧 우주만
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사람의 생물학적 학명인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에서 ‘Homo’는 속명(屬名)으로 ‘사람’을 의미하며, ‘sapiens’는 종명(種名)으로 ‘지혜로움’의 의미를 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빠르고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는 사회 풍조에 부응해 종명 ‘사피엔스(sapiens)’ 대신 라틴어로 젖먹이동물(포유류)을 의미하는 접미어인 ‘~쿠스(~cus)’를 붙여 만든 신조어들이 매스컴이나 인터넷에 많이 등장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유형으로 바뀌어 불리고 있는 사람의 학명 호모 사피엔스에 연관된 신조어들
세상에는 참으로 많은 학문이 있다. 모든 것이 필요하기에 존재할 것이다. 오죽하면 공자는 논어에 ‘학이시습지 불역열호아(學而時習之 不亦說乎)’로 시작하였던가. 또 안중근 의사는 ‘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이라 했던가. 나아가 고산 윤선도 선생은 유배생활 중에서도 ‘락서재(樂書齋)’라는 글방을 만들어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기쁜 마음으로 학문 익히기를 즐겨하지 않았던가.그런데 필자는 오늘도 이렇게 말하고 싶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고, 그때에 합당한 양식이 있다고 말이다. 하루 간에 먹는 양식도 아침과 낮과 저녁이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지나갔고, 또 몇 날이 지나면 스승의 날이 다가온다. ‘스승’이라 함은 자기를 가르쳐 인도하는 사람을 일컫는 고귀한 단어다. 세상이 혼탁해져 갈수록 잊지 말아야 할 단어가 바로 스승이라는 단어다.특히 우리 민족은 예부터 ‘동방예의지국’으로 불려 져 왔으며,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도 않는다고 배워왔다. 그만큼 스승은 자신에게 있어 하늘만큼 위대하고 귀한 분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물질문명이 발달하면서 언젠가부터 스승에 대한 위상이 추락하기 시작하며 심지어 스승을 모독하는 현실에까지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