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노신이 13세가 되었을 때, 이 조부는 친구에게 뇌물을 받고 고시를 주관했다가, 감옥에서 참형을 기다리라는 중형을 받았다. 이 시기에 아우 주작인은 10세, 주건인은 5세에 불과했다. 당시 주복청은 쇠사슬로 묶여 있었고, 나중에 3형제의 마음에서 지워졌다. 주가의 농토도 조금씩 줄었다. 3형제의 부친도 중병에 걸려 일어나지 못했다. 부친은 피를 토하더니 몸이 퉁퉁 붓기 시작했다. 노신은 자주 전당포에 드나들었다. 그는 계산대 뒤에 앉은 주인의 얼굴을 보며 몇 번이고 눈치를 살펴야 했다.조부는 옥중에서 자손들에게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Give me liberty, or give me death)’. 1775년 미국 독립전쟁 당시 자유의 투사 패트릭 헨리(Patrick Henry)는 선언문을 통해 이같이 호소했다.조지 워싱턴이 지휘하는 미국 독립군은 5만여명이 희생하여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했다. 훈련이 잘된 영국군이 죽음을 각오하고 싸운 미국 독립군을 이기지 못한 것이다. 영국군도 기록을 보면 4만여명이 전사하거나 혹은 질병으로 목숨을 잃었다고 했다.인간의 삶에서 ‘자유’는 생명처럼 소중하다. 인간이 자유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단식’은 생명의 원천인 곡기를 끊는 행위다. 죽음까지 각오하는 극단적인 투쟁방법의 하나다. 우리 역사를 보면 단식으로 죽은 충절 인물이나 애국지사가 많다. 일제 강점기에는 강직한 유림들이 일제에 대한 항거의사로 단식, 목숨을 버렸다.강원도 횡성이 고향인 이반계(李攀桂)는 고려 말 예부상서를 지낸 인물. 조선이 개국하자 두문동(杜門洞)에 숨은 72현 중 한 분으로 원주 치악산 사전리에 은거했다.태종이 총애해 우의정으로 불렀으나 끝내 나가지 않았다. 왕의 행차가 집 앞에 당도했을 때 마중 나가지 않고 곡기를
쌍방울 그룹 대북송금 사건에 연루돼 구속기소 된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가 2019년 경기지사이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방북 비용을 쌍방울그룹이 대납하기로 한 것을 당시 이 지사에게 보고했다고 최근 검찰에서 진술했다가 변호인을 통해 사실무근이라는 자필 입장문을 발표했다고 한다.여야는 이 전 부지사가 관련 진술을 번복하면서 서로 상반된 해석을 내놓으며 신경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전 부지사가 강압적 수사에 못 이겨 허위 진술을 했다며 검찰을 겨냥했고,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강요로 진술을 번복한 것이 아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춘향은 옥중에 갇혀 죽음 직전 삶을 끊으려 했다. 변학도의 마수에서 벗어나 한양 낭군에 대한 정절을 지키려면 극단적인 방법밖엔 없었다. 월매에 이끌려 춘향을 옥중에서 만난 이도령은 목숨만은 지키라고 당부한다.춘향이 서방님을 괄시 말라고 호소하는데 판소리로 들으면 눈물겹다. ‘…어머님 나 죽은 후에라도 원이나 없게 하여 주옵소서. 나 입던 비단 장옷 봉장 안에 들었으니 그 옷 팔아다가 한산세저 바꾸어서 물색 곱게 도포 짓고 백방사주 긴 치마를 되는대로 팔아다가 관, 망, 신발 사드리고 절병, 천은비녀, 밀화
이종철 정치학 박사ㆍ고려대 강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역시 ‘투사 코스프레’를 했다. 이 대표의 검찰 출석 모습은 마치 1970, 1980년대 군사 정권에 저항하던 모습을 흉내내는 것 같다. 입장문의 전문을 보면 역력하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까지 끌어들여 자신을 등치시키고 있다. 이게 가당할 일인가! 부정부패의 잘못을 하고도 투사 행세를 하고 영웅 행세를 하는 것, 겉모양은 딱 자신들이 민주화 운동 할 때의 모습 그대로인, 부정부패 ‘투사 코스프레’는 더불어민주당의 전매특허가 됐고 일상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이재명
사람이 찾는 곳은 다 이유가 있는 법, 최근 ‘핫뉴스’가 있다면 바로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예수교회) 소식이다. 요즘 한국교회 상황을 들여다보자. 기성교회 교인들 수가 갈수록 급감하고 있다는 뉴스다. 교인이 줄어들다 보니 교회 건물마저 매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럼 기성교회를 나온 교인들이 신앙을 포기한 건가. 물론 교회와 신앙생활에 염증을 느낀 교인들도 없지는 않다는 통계다. 하지만 그 이유보다도 대부분의 교인은 신천지예수교회로 수평 이동해 신천지예수교회 성도가 돼 있음을 뉴스와 통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단
지금 지구촌은 갈라질 대로 갈라져 있다. 아니 더 이상 갈라질 게 없을 정도로 갈라져 있다. 정치 사회 종교 등 존재하는 모든 영역에서 그러하다. 이제 세상은 그야말로 종말을 맞은 건가. 그렇다 종말이 틀림없다. 하지만 우리 속담엔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다. 또 ‘난세엔 영웅이 난다’고 해왔다. 인류가 이처럼 종말을 맞았고 난세를 만났다면 인류를 구할 영웅이 나타나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왜 왜 영웅이 나타나 우리를 구하지 않는단 말인가. 아니다. 사실은 나타났다. 이미 우리 곁에 나타났고 인류를 구하고 있다
16일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18일 광주 5.18 민주묘지에서 열리는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 형식으로 불린다. 물론 지난해도 기념식순에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 들어갔다. 이미 광주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노래가 됐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에 이어 이번에는 ‘보수 정부’를 표방한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이 된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참석해서 이 곡을 제창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보수정당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잘 알려진 대로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전국시대 한(韓)의 공자였던 한비(韓非)는 한자(韓子)라 불렀지만 훗날 대유로 이름을 날린 당의 한유(韓愈)와 구별하기 위해 한비자(韓非子)라고 불렀다. 순경(荀卿)의 문하에서 나중에 진(秦)의 재상이 된 이사(李斯)와 함께 공부했다. 이사가 일찍이 출세의 길을 찾아갔던 것에 비해 말더듬이였던 그는 문장으로 이론체계를 세워 법가의 집대성자가 됐다. 대부분 중국 고전은 저자가 죽은 후에 빛을 봤지만, 유일하게 그의 저술만은 생존 당시에 진시황을 비롯한 많은 사람에게 주목을 받았다. 한비의 사상은 중국을 통합하려던
천지일보가 독자참여코너로 가로세로 낱말 퀴즈를 연재합니다. 낱말 퀴즈는 가로세로 낱말퍼즐 저자로 잘 알려진 김수웅 선생이 직접 출제한 퀴즈가 격주로 게재됩니다. 퀴즈에 응모하는 독자 중 5분을 추첨해 스타벅스 커피 쿠폰을 증정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가로열쇠1. 백야 김좌진 장군의 아들로 태어나 20세의 나이에 주먹계를 평정한 종로의 ‘오야봉’이 된 협객3. 삼국시대 신라의 삼국통일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 금관가야의 왕족 출신 장수5. 고구려의 제3대 국왕 대무신왕의 아들. 낙랑공주와 ▢▢왕자의 사랑7. 빛깔이 흰 강아지(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문전박대(門前薄待)’는 문 앞에서 모질게 대한다는 뜻이다. 찾아온 사람을 집안으로 들이지 않고 냉정하게 쫓아버린다는 의미로 쓰여 진다. 굶주린 자식들의 허기를 달래주려고 쌀을 얻으러 간 흥부. 몰인정한 형 놀부내외의 문전박대에 흥부는 그만 서럽게 우는데, 판소리는 처연하기만 하다.‘(전략)… 아이고 기가 막혀, 흥부가 기가 막혀, 부모께 나실 적 우렁찬 울음의 형제애, 이제는 욕심에 눈이 멀어 호형호제 어디에, 굶주림보다 서러… (하략)….’판소리 춘향가에서도 문전박대 얘기가 나온다. 춘향이 옥중에서 하
박상병 정치평론가2017년 대선을 앞두고 ‘드루킹’ 김동원씨와 공모해 포털사이트의 댓글 순위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21일 대법원에서도 징역 2년이 확정돼 지사직을 잃게 됐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부터 무려 4년간 끌어왔던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은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김 지사는 이번 유죄 판결로 인해 정치인으로서 회복 불가능 할 만큼의 타격을 입게 됐다. 여론조작으로 민주주의의 근본을 흔들었을 뿐만 아니라 국민적 신뢰에서도 결정타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평소 젠틀하고 반듯한 언행을 보여 왔
흔히들 재주와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일컬어 ‘인재(人才)’라 부른다. 여기서는 일반적 의미보다는 좀 특별한 의미를 가진 인재를 말하고자 한다. 특별한 의미의 인재에 대해 ‘영웅’이란 표현으로 대신하면 어떨까.‘영웅(英雄)’이라 함은 세상의 이상적 가치를 실현하거나 그 가치를 대표할만한 사람, 곧 지혜와 용기가 뛰어나 세상을 이끌고 세상을 경륜할만한 인물을 이른다.고담(古談)에 의하면 이러한 ‘영웅은 난세에 난다’고 했다. 그렇다면 ‘난세(亂世)’는 어떻게 정의할까. 난세는 송구(送舊) 즉, 한 시대가 말세를 맞아 더 이상 희망이 없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조선시대에도 죄가 없는데 귀양을 가거나 옥에 갇힌 사람들이 많았다. 정절을 지키며 오로지 낭군만을 기다리던 고전 속의 춘향은 옥에 갇혀 모진 고문을 받는다. 죄목은 관장(官長) 능멸죄. 남원부사 변학도가 수청거절에 대한 앙심으로 죄를 뒤집어씌운 것이다. 권력자들이 힘없는 백성이라고 제멋대로 인신을 구속하고 체벌을 가했던 봉건의 악폐를 알려 준다. 비록 픽션이지만 권력자들에게 당하는 민초들의 고통과 어려움을 읽을 수 있다.조선을 개국한 정도전은 젊은 시절 원나라 사신 마중을 거부했다고 10년간 나주에서 귀양
조맹기 서강대 언론대학원 명예교수국민이 먹고사는 문제에 청와대가 깊숙이 관여한다. 사회주의, 공산주의의 이념과 코드가 지배하는 집단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 2021년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 이념으로 제조업 사업장은 초토화되고 있다. 마르크스 이론이 아직도 작동하니, ‘지구촌’ 하에서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가 우려스럽다. 현장의 합리성, 즉 시장상황(market situation)에 따른 논리가 요구된다. 사회적 행위의 합리성(rationality of social actions)이 존재할 필요가 있게 된다.인터넷 블로그에서
박관우 역사작가/칼럼니스트슈베르트와 특별한 만남을 가진 이후 의사는 베토벤의 친구들에게 이제 나을 가망이 없을 거라고 말했으나 베토벤에게는 곧 나을 것이라고 위로하였다.그러나 의사가 그렇게 말하였지만 베토벤은 이제 사람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단계까지 이르렀으며 수첩에 글을 써도 읽지를 못하였다.1827년 1월 3일 베토벤은 조카 카를을 자신의 유산(遺産) 상속인(相續人)으로 정하였으며, 그는 라인강변의 어린 시절의 친구들을 그리워하였다.그해 3월 24일, 음악가(音樂家)로서, 한 인간으로서 극한의 시련을 극복하고 음악 예술을 최고의
손경찬 칼럼니스트 / 수필가 경자년 올 한해 벽두부터 우리사회의 안정과 국민단합을 빌고 또 빌었건만 수포로 돌아가고 있다. 바로 코로나19 때문이다. 세계를 휩쓴 역병이 창궐해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지구촌 어느 곳의 그 누구도 자유롭지 못했던 코로나19는 혼란의 봄, 황망한 여름, 상흔의 가을을 거치면서도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으니 큰 걱정거리다. 세계 최강국이라 일컫는 미국 대통령조차 피하지 못할 정도였고, 세계 각국에서 n차 대유행을 이끌고 있으니 쉽게 끝나지 않으리라는 불안감이 엄습해온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증선(曾銑 1509~1548)은 절강성 출신으로 자가 자중(子重)이다. 12세에 이미 입을 열면 훌륭한 문장이 나올 정도로 뛰어난 재능이 있었으나 그의 진짜 능력은 장군으로 발휘됐다. 장사꾼인 부친을 따라 강도(江都-양주)에 왔다가 후원자를 만나 정착했다. 곡부 공자사당의 전청에 걸린 편액 ‘태화원기(太和元氣)’는 산동순무를 역임한 증선의 필적이다. 산서순무로 이동한 그가 강력한 몽고기병대를 이끌고 침략한 타타르부 알탄을 잘 막아내자 가정25년(1546)에 병부시랑겸총독섬서삼변군무로 임명했다. 알탄은 황하의 만
정라곤 논설실장/시인복잡다난한 세상을 살다 보면 명언 혹은 명시의 한 구절이 어느 순간 떠올라 마음을 한동안 평온하게 하거나 때로는 심란하게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우리 사회를 달구고 있는 특정 사안들이 이슈화되면서 오랫동안 인구에 회자되다 보면 그런 악영향이나 기현상들이 왜 청산되거나 쉽게 정리되지 않는지 의구심이 생겨나기도 한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노천명 시인(1912~1957)의 ‘고별’이란 시가 시사하는 바가 매우 커서 내게는 새로운 의미로 다가선다.노 시인이 당시 상황에서 자신이 처한 입장과 사회현상의 진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