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칼럼니스트‘강나루 건너서/밀밭 길을//구름에 달 가듯이/가는 나그네//길은 외줄기/남도 삼백리//술 익는 마을마다/타는 저녁 놀//구름에 달 가듯이/가는 나그네’박목월(朴木月)의 시 ‘나그네’다. 쓸쓸하면서도 정다운, 나그네 걸어가는 풍경이 펼쳐지고, 술처럼 가슴이 익어 훈훈해지는, 명작이다. 우리 할머니와 그 할머니의 할머니들이 부르고 읊었을 민요 한 자락 같은, 정다운 시다. 눈물 속에서도 술 빚어 위안 삼을 줄 알았던 소박하고 정겨웠던 시절의 풍광이 되살아나고, 소나기 쏟아지자 훅 밀려오는 흙냄새처럼 토속의 향기가 느껴
이종철 정치학 박사ㆍ고려대 강사김남국 의원의 코인 거래·보유 의혹 충격파가 계속 이어진다. ‘제2의 조국 사태’라고도 한다. 조국 사태의 핵심은 ‘위선’에 있다. 자신들이 가장 깨끗하고 가장 정의로운 척했지만 그게 아니었다는 것이, 자신들이 더 부패하고 더 부정직하다는 것이 드러났다는 사실에 있다. 끝까지 부인과 정당화로 일관하며, 자신의 잘못을 조금이라도 인정하거나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이 너무나도 극명하게 실망한 것이다.조국 사태 때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김남국 의원 사태에서 나타나는 모습도 완전히 똑같다. 더불어민주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일 취임 34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교육부 장관으로서 이미 국민적 신뢰감을 잃었을뿐더러 곳곳에서 퇴진 압박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박 장관의 자진 사퇴는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던 대목이다. 따라서 겉으로는 ‘자진 사퇴’ 형식이었지만 사실상의 ‘경질’로 해석됐다. 초등학교 취학연령 만 5세 추진, 외고 폐지 등 공론도 대책도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에 대한 여론의 반발과 그마저도 오락가락하는 정책 혼선에 대한 국민적 비난은 예상보다 강력했다. 박순애 장관에 대한 사퇴 여부는 8일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드디어 북한이 전략자산을 규모 있게 갖추면서 한반도의 밀리터리 밸런스가 거침없이 무너지고 있다. 김정은은 과거와 달리 자신들이 발사한 장거리 로켓이 ICBM이란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임기 말까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되살리려 노력한 문재인 대통령 보란 듯 ‘레드 라인’을 넘어선 것이다. 역시 북한다운 행동이다. 24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군은 이날 오후 2시 34분쯤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 상으로 발사된 ICBM 한 발을 포착했다. ICBM의 비행거리는 약 1080km, 고도는 약 6200km
지난 20대 대통령선거에서 사전투표 부실관리 논란과 관련해 사퇴 압박을 받던 노정희 선관위원장이 17일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이날 노 위원장은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선관위원 전체회의를 주재하면서 ‘선거관리를 더 잘 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자신의 거취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는 점에서 지금 이대로 자리를 지키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그러나 최근 선관위를 향한 국민적 불신이 생각보다 훨씬 높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비단 이번 대선에서의 사전투표 부실관리만이 아니다. 어떤 문제가 불거졌을 때 중앙선관위
정라곤 논설실장/시인우리가 기대하거나 혹은 기대하지 않더라도 미래의 시간들이 빠르게 다가와 현재를 다독이다가 또 쏜살같이 지나가 과거라는 이름으로 흔적을 쌓는다. 그 끊임없는 일상의 흐름 속에서 이 한 주일의 첫 장을 여는 월요일에 다시금 섰다. 누구에게라도 미명이 끝나고 신선한 아침을 맞이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것은 무더위 너머로 불어오는 한 줄기 바람같이 시원하고, 열기를 식히는 여름 소나기처럼 잠시간 위안을 주고 있어 더없이 상쾌하다.지난 말복 날 늦게까지 비가 오더니만 한낮의 열기도 한풀 꺾였다. 그 영향으로
전북 백성기 정읍소방서장한 달 동안 이어졌던 소나기가 끝나니 장마가 찾아와 전북지역에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전라북도에 따르면 지난 5~7일 남원 154.9㎜를 최고로 전주 150.2㎜, 익산 136.1㎜ 등 도내 평균 130.9㎜ 강우량을 기록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지방하천 범람 1건, 도로 토사 유입·침수 19건, 상가·건물(주택) 침수가 210동 등 크고 작은 피해가 발생했다.올해의 장마는 예년과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지만 국지적으로 내리는 호우가 될 가능성이 크고 태풍은 작년과 비슷하게 2~3번 올라올
청개구리 말씀이복현(1953 ~ ) 여름밤은 온통 내게 맡겨라별들도 잠 못 들고깨어 듣는 나의 노래마른 계곡은 소나기가 씻지만근심 걱정 쌓인 가슴은내 노래가 답이다 [시평]이젠 한낮뿐만이 아니라, 밤에도 여름밤같이 제법 후덥지근하다. 어둠 속 멀리 농가 어느 물가에서 우는 개구리 울음소리도 청청히 들려오곤 한다. 개구리 울음소리는 여름밤의 정취를 한층 더 해준다. 개구리 울음소리. 조병화 시인의 문학관인 편운제(片雲齋)에는 ‘개구리 울음소리를 듣는다’는 뜻의 ‘청와헌(聽蛙軒)’이라는 현판을 단 고풍한 양옥집이 있다. 그렇다. 개구리
조맹기 서강대 언론대학원 명예교수우한(武漢) 코로나19가 가져다준 시장의 붕괴는 괄목할 만하다. 시장은 조타(steering)의 기능을 잃어갈 시점에 놓여있다. 벌써 IMF는 코로나19의 감염증으로 국가 부채가 ‘정부가 감당 가능한 수준을 넘어선다’라고 한다. 국민은 4인 가족 재난지원 불로소득 ‘100만원씩 주고, 10배를 거두어 간다’고 한다. 청와대의 ‘약탈적 정책’이 한계에 도달한다. 최저임금제, 주52시간 노동제, ‘붉은 깃발’의 규제, 대주주 3%만의 주주권 행사, 국민연금을 통한 경영권 박탈, 소득주도성장 등 어느 것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투기방지 3법’이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4.7 재보선을 앞두고 부동산값 폭등에 등 돌린 여론을 의식해 정부와 여당이 속도를 냈기 때문으로 보인다. 부동산 투기와 부패를 막기 위해 당초 5개의 법률안이 마련됐지만 먼저 공공주택특별법, 한국토지주택공사법, 공직자윤리법 등 3법이 통과됐다. 이로써 정부와 여당은 ‘부동산 광풍’에 피멍이 든 민심에 최소한의 근절대책을 마련해 법제화를 마쳤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할 일이다.이번에 통과된 투기방지 3법의 내용도 눈여겨 볼만하다. 소나기
평화호병탁소나기 지나갔다개밥그릇에 고인 빗물그 속을 시침 뚝 떼고 흘러가는하얀 구름 한 조각어디론가열심히 헤엄쳐가고 있는조그만 벌레 한 마리 [시평]여름날 소나기가 문득 쏟아지고, 갑자기 쏟아진 소낙비로 개밥그릇에 물이 고였다. 이렇듯 고인 물 속에 조그만 벌레 한 마리가 빠져 있다. 자신도 모르게 빠진 개밥그릇 속에서 작은 벌레는 그 테두리를 벗어나고자 열심히 헤엄을 친다.그 벌레가 열심히 개 밥그릇에서 헤엄을 치듯, 그래서 어딘가 그 벌레가 지향하는 목적지에 이르려고 하듯이, 실은 우리들도 어딘가를 향해 열심히, 혹은 허우적거리
조맹기 서강대 언론대학원 명예교수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네이버 부사장,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그리고 지금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다. 회기 중 비서관에게 “카카오에 강력 항의해 주세요. 너무하군요. 들어오라 하세요”라고 문자 메시지를 전한 내용이 공개됐다. 이 불똥은 카카오뿐만 아니라 네이버 그리고 전 언론기관에서 퍼져나갔다. 전 언론은 지금 포털에 목을 매고 있는 입장에서 이번에 잘 만났다는 논리이다. 기존 언론은 국민 75%가 포털을 통해서 언론을 접하는 것에 불만이 많다.청와대 주변에서는 요즘 ‘검언유착’이
김세곤 역사 칼럼니스트/ `임진왜란과 호남사람들' 저자#조헌, 도끼 상소를 올리다1591년에 일본에 갔던 황윤길과 김성일이 겐소 등 일본 사신과 함께 돌아오자, 조헌은 도끼를 들고 대궐 뜰에 엎드려 일본 사신의 목을 베라고 직언했다. 하지만 선조는 냉담했다.#청주성을 수복하다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조헌은 옥천에서 의병 1600명을 모았다. 8월 1일에 그는 서산대사의 제자인 의승(義僧) 영규(靈圭)의 1천명, 방어사 이옥의 관군 5백명과 함께 청주성을 공격했다.그런데 공격 중에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져 천지가 캄캄해졌다. 의병들이 추워서
정라곤 논설실장/시인오락가락 장마기다. 한여름 더위가 몰려오기 전 장마기를 거치기 마련인데, 7월에 들어서도 흐리고 비오는 날이 계속되면서 일상생활에 날씨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 이번 주말 내내 흐리겠다는 기상예보가 달갑지가 않다. 주초에 발단된 장마전선이 주중에 전국적으로 비를 뿌린다는 예보가 나왔지만 그렇다고 진종일 비가 아니라 내리다가 그치기를 반복하면서 습기가 많다보니 후덥지근한 날씨가 왠지 모르게 짜증이 나고 기분 상하기에 딱 맞는 시기가 요즘이다. 이러한 기분 상태는 비단 날씨 탓만은 아니다. 우리사회에서 실시간 들려오
박상병 정치평론가“보수는 죽어야 해. 그것도 가능한 빨리. 그래야 빨리 부활할 수 있거든. 그런데 죽으려고 하지 않으니 다시 살아날 수가 있나.” 2018년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이 참패한 뒤 김병준 비대위 체제로 막 들어가던 시점에서 이문열 작가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문열 작가는 당시 비대위원장 후보에 이름까지 올랐지만 그는 한국당을 향해 거침없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 후 황교안 대표 체제가 됐을 때도 죽어야 할 사람들이 너무 많이 살아 움직이고 있으니 무슨 혁신이 되겠냐며 혹독한 비판을 퍼붓기도 했다.이
박종윤 소설가광풍이 불어 손견의 깃발이 부러지자 한당이 불길한 징조라고 손견에게 잠시 군사를 물리자고 권했으나 손견은 듣지 않고 군사를 독려해 양양성을 급하게 공격하고 있었다.한편 유표의 진영에서는 괴량이 다시 유표에게 권했다.“어젯밤에 천문을 보니 한 개 장성(將星)의 별이 빛을 잃어 곧 떨어지려 했습니다. 분도를 헤아려 보니 영락없이 손견의 별입니다. 주공께서는 속히 원소에게 글을 보내시어 구원을 청하십시오.”유표는 곧 원소에게 구원을 청하는 글을 보냈다.“누가 감히 포위망을 돌파하고 원소한테 이 서신을 가지고 가겠는가?”그 소
김홍철 기술경영학 박사아날로그 신호의 디지털 변환을 통한 원 신호의 원격 전송이 가능하다는 디지털이론의 등장으로 아날로그 형태로 생성되는 음성전화는 물론 음악까지도 인터넷이라는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해 전송, 저장, 다량 배포가 가능해졌으며,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통신업체가 운영하는 유무선 음악서비스 제공 사이트인 케이티의 ‘지니뮤직’, SKT의 ‘멜론’ 등이 운영되고 있다. 인터넷과 MP3가 출현하기 전 음악산업의 구조는 매우 복잡했다. 작곡가와 음악을 연주하는 아티스트들은 음악과 아티스트를 선택하는 A&R스텝(Artists & Re
“구름이 서에서 일면 소나기가 오고 바람이 남에서 불면 더운 줄 아나니, 천기의 기상 이변은 잘 분변하면서 왜 이 시대를 분변하지 못하느냐, 또 옳은 것을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느냐”며 질타했다. 이는 하나님이 약속대로 이 땅에 보냈고, 또 그 약속대로 자기 땅에 보냄을 받은 예수의 일성(一聲)이다. 당시 서기관과 바리새인이라는 종교지도자들은 성경은 가지고 있었지만 성경 속의 기록된 약속은 알지 못했다. 즉, 하나님은 자기들의 하나님이라 믿고 있었지만 정작 하나님의 약속은 믿지 않았다. 믿을 ‘信’이라는 한자가 말하듯, 믿음이란 밑도
박종윤 소설가 손견이 공을 세울 것을 시기한 제북상 포신은 자신의 아우 포충에게 군사 3천을 주어 화웅을 공격했으나 포충은 죽고 말았다. 손견은 아장 정보가 화웅의 장수 호진을 창으로 찔러 죽이자 군사를 휘몰아 사수관을 공격했다. 소나기처럼 퍼붓는 화살과 돌덩이에 역부족을 느낀 손견은 잠시 물러나 원술에게 군량미 수송을 재촉했다. 원술의 부하 하나가 원술에게 고했다.“손견은 강동의 맹호올시다. 만약 낙양을 격파해 동탁을 죽인 후에는 손견이 대신 동탁의 노릇을 할 것입니다. 이것은 마치 승냥이를 없앤 뒤에 다시 범을 만나게 되는 격이
박종윤 소설가모든 제후들의 추대를 받은 근왕병의 대장군 원소는 손견을 전 장군으로 하여 낙양 공격의 명령을 내렸다. 낙양에서 날마다 잔치를 베풀고 술에 절어 있던 동탁은 사수관에서 온 급보를 받고 장수들을 불러 모아 대책을 물었다. 여포가 나서며 원소와 조조의 목을 단번에 베어 바치겠다고 호언하자 동탁은 기뻐하며 격려했다.동탁의 칭찬이 채 떨어지기 전에 여포의 등 뒤에서 한 장수가 큰소리로 외쳤다. “닭을 잡는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쓰겠습니까? 온후께서 친히 가시지 아니해도 좋습니다. 내가 가서 모든 제후들의 수급을 주머니 속의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