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트로이에서 몇 ㎞ 떨어진 해안 근처에는 아킬레우스, 아이아스, 파트로클로스의 무덤이 있다. 모두 트로이에서 전사한 영웅들이다. 해안을 따라 Sigeion, Rhoiteion, Ophryneion, Akhieion과 같은 고대 도시가 이어진다. 이 지역은 아주 먼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트로이 일대는 튀르키예에서 ‘트로이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 ‘호머의 자연’이라고 해도 좋을 요새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보호돼야 할 인류의 자산이다.그동안 우리가 익숙하게 불렀던 터키(Turkey)라는 나
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동아예술전문학교 예술학부 교수)이순재가 참여한 연극 ‘리어왕’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최고의 수작으로 꼽히는 리어왕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셰익스피어 원전의 의도를 200분간 그대로 구현해 작품의 배경인 기원전 8세기를 무대 위에 올렸다.작품에서 비극은 가치 있거나 진지하고 완결된 행동의 모방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의 목표를 공포와 연민이라고 정의했다. 공포와 연민은 전적으로 비극을 관람하는 관객의 반응이다.연극 리어왕을 보면, 권력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한다. 더 높은 권력을 끊임
길, 이 길은 도(道)라고도 한다. 온 세상은 온통 길이며, 모든 게 길로 연결돼 있다. 길은 왜 있는 걸까. 길이 존재하는 이유는 목적지가 있기 때문이다.반대로 목적(지)이 없다면 길이 필요 없고, 목적지가 있어도 길이 없다면 목적지에 도달할 수도 없다.이것이 만고의 이치며, 따라서 길과 목적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상호 필요충분조건과 같다.그렇다면 범사엔 목적이 있다 했으니, 우리 인생은 도대체 어떤 목적이 있을까.인생이라면 한 번쯤은 생각해 봄직도 한데, 진정 생각해 봤는가. 이 목적은 어느 개인이나 특정 계층에 한정된 게 아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서거, 그녀는 재위 기간 약 70년의 여왕이며, 96세의 나이로 세상과 작별했다. 먼저 오늘의 대영제국을 있게 한 엘리자베스 1세를 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녀는 당시 스페인이 주도하던 세계질서(경찰국가)에, 칼레해전에서 스페인 무적함대 아르마다를 섬멸하면서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의 서막을 알렸다. 당시 해상력을 장악하기 위해 해적까지 동원하면서, 세계 패권국이 되기 위해선 출신과 성별이 중요하지 않고 오직 인재만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미 1600년 전부터 보여 준 것이다. 나아가 그녀의 탁월한 문학
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코로나19로 ‘집콕’하며 지내는 시간이 많이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자주 함께하던 친구나 친지들과의 만남이 뜸해지며 지내는 세월이 무척이나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는 상념에 잠겨들곤 한다.나이가 들어가며 시간이 화살처럼 빠르게 흘러간다는 느낌으로 인생이 짧다고 생각하며 지내는 사람이 많다. 그렇다면 인생은 진정 짧은 것일까? ‘아니다!’ 왜냐하면 인생은 짧은 것이 아니라 시간을 허투루 쓰며 지낼 때 짧다는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이기 때문이다.‘100세 장수시대’라는 말이 풍미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80세까지
정라곤 논설실장/시인주말에 서적을 뒤적이다가 경구 하나를 찾았으니 ‘다모클레스의 칼(Sword of Damokles)’이다. 기원전 4세기 전반 시칠리아섬의 도시국가 시라쿠스의 왕 디오니시우스가 자신의 부와 권력을 부러워하는 신하 다모클레스를 연회에 초대해 왕좌에 앉힌 뒤 머리 위에 말총에 매달린 칼을 걸어놓았다는 고사에서 기원된 이 말은 ‘권력의 무상함과 위험’을 강조하는 서양 속담이다. 그렇지만 우리의 정치사에서도 잘 맞는 맞춤형 교훈을 주고 있으니 의미심장하다.속담 속 내용처럼 한 올의 말총에 매달린 칼이 권력자의 머리 위에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화합의 통치는 밝고 분명해야 한다. 때로는 군주 자신의 허물마저도 솔직히 드러내야 한다. 군주가 허물을 감추면 신하들도 거짓말을 한다. 요즈음 통치자들처럼 언론의 비판에 발끈하는 정도로는 화합은커녕 제대로 군주노릇도 하지 못했다. 화합을 위한 또 다른 요건은 관용이다. 제왕은 사냥을 할 때라도 몰이꾼을 삼면에 배치하고 다른 한 쪽은 비워둔다.도망갈 구멍을 만들어주는 관용이다. 승자의 관용은 화합을 위한 용단이다. 고대 로마인은 광대한 제국을 건설했다. 전성기 로마제국을 팍스 로마나라고 부른다. 로마 중심의 평화
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어제는 역사(History), 내일은 미스터리(Mystery), 그리고 오늘은 선물(Present)이라는 말이 있다. ‘History’는 삶의 여정에서 겪어온 일들을 엮어 일컫는 말이고, ‘Mystery’는 풀리지 않고 있는 수수께끼나 불가사의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리고 ‘Present’라는 말에는 선물 외에 ‘지금(현재)’이라는 의미도 담겨져 있다.1년 넘게 지속돼오고 있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맞이한 신축년(辛丑年) 설 명절에 핵가족 ‘집콕’으로 지내며 ‘오늘’과 ‘지금’이라는 삶의 여정이 마음속으로 스
한병권 논설위원 ‘셰르부르의 우산,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지붕위의 바이올린, 카사블랑카…’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무얼까. 뮤지컬? ‘땡’이다. 이 중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셰르부르의 우산, 지붕위의 바이올린은 유명한 음악영화이다. 하지만 카사블랑카는 뮤지컬이 아니다. 정답? 네 영화의 공통점은 해피엔딩이 아니라는 점이다.주느비에브와 기이의 사랑의 테마 ‘아이일 웨이트 포유(I'll wait for you)’로 유명한 셰르부르의 우산은 씁쓸하고 허탈한 느낌의 묘한 엔딩 신이 가슴을 쓸어내리게 만든다. 사랑하던 기이가 군에 입대한 후 그
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요금 국민들 마음이 우울하고 불안하다. 경제는 외환금융위기 때보다도 더 돌아가지 않고, 대통령 탄핵 정국은 큰 위기 국면으로 빠져들었다. 셰익스피어의 고뇌형 인간인 햄릿의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말이 자주 입에서 맴도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 듯하다.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국가적 위기 상황에 많은 이들이 마음을 상하고, 스트레스를 받아 건강을 해칠 것 같다는 하소연을 털어놓는다. 이럴 때 다름 아닌 스포츠 애호가나 팬이 되는 것을 고려해 볼만하다. 스포츠가 인간의 삶에 많은 즐거움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미녀의 마음에 들려고 노력할 때는 1시간이 1초처럼 흘러가지만, 뜨거운 난로 위에 앉아 있을 때는 1초가 1시간처럼 느껴진다.’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을 이렇게 재치 있는 말로 표현했다. 그는 아무리 뛰어난 이론이라도 어린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할 수 없으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고 했다. 어려운 물리학을 연구하면서도 철학과 예술가의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유머 감각을 잃지 않았던 그였다. 다음 달 영국에서 출간되는 책 ‘집에서의 아인슈타인’(Einstein at Home)에,
정라곤 논설위원 시인 영국의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은 햄릿, 오셀로, 리어왕과 맥베드이다. 그중 멕베드에 나오는 시 구절에는 세월의 흐름에 대해 미학적 관점이 두드러지고 있다. 내일(tomorrow)이라는 시 구절에서 보면 ‘느릿느릿 다가와 살아온 시간의 기록을 마지막 철한다’고 했으니 미래라는 것도 세월 흐름에 어느덧 현재로 다가서고, 또 어느 시간이 지나게 되면 과거라는 이름 속에 묻혀버리니 시간의 연속은 꾸준히 이어지는 것이다.‘세월은 쏜살과 같다’고 하더니만 정말 빠른 게 세월이다. 누구든 각자 살아온 시간의 기록을
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그동안 4년여간 줄곧 스포츠칼럼을 연재해오면서 주로 스포츠맨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감독, 선수, 스포츠 행정가들이 대상이었다. 오늘 칼럼은 좀 색다르다. 다양한 스포츠 현상을 글로 쓰는 스포츠 칼럼니스트들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바로 나 자신의 이야기이자 오랫동안 스포츠언론에서 활동하고 있는 내 주위 사람의 이야기이다.지난주 내가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스포츠 저널리스트 제1차 언론교실 수강생들을 인솔하고 스포츠 미디어 현장 워크샵을 가졌다. 서울 상암동 SBS ESPN을 방문, 주‧부 조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말이 씨가 된다고 했다. 속에 없는 말이라도 자꾸 하다보면 실제로 일어난다는 뜻이다. 이것을 언령사상(言靈思想)이라 하는데, 말에는 영적인 힘이 있기 때문에 말한 대로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덕담을 할 때도 이미 다 이뤄진 것처럼 축하해 주면 그 효험이 제대로 살아난다고 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셨지요. 축하드립니다.” “부자 되셨다면서요. 정말 축하드립니다.” “취직 하셨다지요, 정말 기쁘시겠습니다.”라고 하라는 것이다. 듣는 사람 입장에선, 이 사람이 날 놀리나, 할 수도 있지만 그 속뜻을 알게 되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얼마 전 뉴욕에서 상반신을 드러낸 남녀들이 ‘가슴에 자유를, 마음에 자유를’ 외치며 행진을 했다는 뉴스가 떴다. 여성들도 가슴을 노출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해 달라는 ‘고 토플리스 운동(The Go Topless movement)’이라는데, 뉴욕에선 여성이 가슴을 드러내는 것이 합법이지만, 다른 주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미국에서 여성들이 투표권을 얻게 된 것을 기념한 날에 맞춰 열렸는데, 시위자들은 여성들이 공공장소에서 합법적으로 가슴을 드러내는 것이 여성의 참정권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여기는 모양이
정수연 통섭예술인 정진석 추기경은 책 에서 통섭(統攝)의 지혜를 강조했다. “우리 삶에는 행복도 있고 불행도 있다. 행복을 통해선 하느님의 은총을, 불행을 통해선 하느님의 경고를 체험할 수 있다”고 했다. “종교는 영생을 지향하는 공동체다. 불교에선 극락세계, 그게 영원한 세계다. 그리스도교의 천당, 그게 영원한 생명이다. 종교는 진리를 통해 영원한 생명을 향하는 공동체다. 그런데 이런 종교 간에 갈등이 있다는 건 모순이다.” 이리 가나 저리 가나 하나의 큰 줄기에서 만난다는 얘기다. 인문, 사회과학과 자
회오리바람 모래 파 옮기고 모처럼 화로마냥 달은 사막(砂漠)다한 곳 /황하(黃河)가 흘러도 푸른 바다는 꿈에도 안 오고 /오소리마냥 굴 뚫는고 사는 황토지대 /낯선 바람 외로운 석양 /머리 위 감도는 몽고의 환영(幻影)이여 /날틀이 화약을 붓고 간 뒤 박쥐도 솔거해 가고 /폐허의 고도(古都)는 밤톨마냥 그슬리다 /부서진 기와쪽에 헝클린 역사(歷史) /옛날 이곳에 나라가 있었느니…… /(내 무슨 인연이 있어 이 대륙오지 고도의 석양에 서서 영고성쇠, 인간세상의 무상을 되씹음이뇨? 이마에 손을 얹고 먼 옛을 회상하면 구비쳐 간 오호십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