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고대 동양의 전통적인 전쟁에서는 신의 상징을 납치하는 사건이 자주 신화로 각색된다. 그렇다면 헬렌의 상징을 납치한 호머의 서사시 일리아드가 이러한 신화의 변형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도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좀 더 나아가면 우리는 이러한 행동이 BC 1280년에 아라크산두에 의해 이루어졌고, 복수는 100년 후인 BC 1180년에 완료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윌루사(Wilusa)왕이 아라크산두와 체결한 조약을 이후인 트로이7의 시대와 연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많은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오스만 코프만(M Osman Korfmann) 교수가 1988년에 시작한 새로운 발굴작업은 트로이 연구에서 전환점이 됐다. 발굴작업과 동시에 트로이와 관련된 국제전시회와 출판이 진행돼 국제적 관심이 높아졌다. 2005년, 코프만이 사망한 후에도 그가 이끌던 국제고고학팀이 발굴 작업을 계속 진행했다. 2013년부터 튀르기예 문화관광부를 대신한 차나칼레 온세키즈 마트 대학교의 러스템 아슬란(Rustem Aslan) 교수가 트로이 발굴을 주도했다. 2006년 이후 진행된 저지대 발굴을 통해 트로이성 남문과 트로이 전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고대 백제 가요 가운데 유일하게 남은 작품이 ‘정읍사’다. 한 여인이 행상으로 집을 나선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언덕에 올라 기다리다 끝내 망부석이 됐다. 정읍사 가사를 보면 여인의 지아비에 대한 간절하고 절절한 사랑을 담고 있다.지난 1970년 프랑스 민속음악 경연대회에서 우리나라 고전 관현음악 수제천이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이 음악을 듣고 세계 음악 평론가들은 감탄했다. 슬프면서 정돈돼 있고 장중하면서도 섬세한 수제천은 그야말로 신비한 음악이었다. 이들은 하늘이 내린 ‘천상의 음악’이라고 엄지척을 세웠다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신라 대찰 황룡사는 아쉽게도 고려 고종 시기 몽고 침입 때 불타 소실됐다. 사학자들은 이 사찰이 동양 최대 규모였다고 한다. 이 사찰에는 신라 삼보(三寶) 중의 하나였던 금동 불상(장육상)과 목조9층탑이 있었는데 연기와 함께 사라진 것이다.황룡사 터에는 당시 초석과 불상을 안치했던 깨진 석조물이 남아있다. 경주를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만약 이 사찰이 지금 그대로 있었다면 얼마나 장관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문화재 당국이 황룡사 탑을 복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지지부진하다.대부분 화재에 취약한 목조건축
정연용 변리사행안부는 기초자치단체 226개, 세종특별자치시 1개, 제주특별자치도 행정시 2개를 합한 229개 지역에서 인구감소지역으로 89개 지역을 지정했다.우리나라는 20년째 초저출산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특히 실질적으로 0명대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등 OECD 회원국에서도 가장 빨리 늙어가고 있다. 지방은 점점 비어가고 국가구조도 변하고 있다.지역의 생사는 출산력과 인구 이동에 기초하는데 이는 소득 수준과 일자리에 많은 의존을 하고 있다. 일본의 마스다 히로야는 지방 소멸이란 용어를 처음으로 보고서에서 발표했는데,
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우리 음식문화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김치는 재료나 담그는 방법과 발효 과정 그리고 계절이나 지역에 따라 종류가 300가지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1년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의 세계규격으로 채택된 우리나라 김치는 ‘배추에 고춧가루, 마늘, 생강, 파, 무 등으로 만들어진 혼합 양념으로 버무려 발효시킨 제품’이라고 정의돼 있다. 김치는 2006년 미국의 건강 전문 월간지인 ‘헬스(Health)’에서 스페인의 올리브유, 인도의 렌틸콩, 일본의 낫토, 그리스의 요구르트와 함께 세계 5대 건강식품으
박희제 인천언론인클럽 회장 1970년대부터 도시문제를 본격적으로 연구했던 스페인 출신 사회학자 마누엘 카스텔은 지구촌 네트워크 사회의 출현을 일찍이 예측했다. 그는 인터넷 대중화 이후 거대한 수평적 소통체계의 작동으로 ‘문명의 풍경’이 바뀌는 현실을 직시했다.시간과 국경을 초월해 정보를 상호 연결해주는 ‘노드’가 점점 중요해지고, 유튜브나 인플루언스와 같은 노드들의 집합이 네트워크 사회를 구성하고 있음을 생생히 지켜보고 있다. 정보 전달의 속도는 획기적으로 높아졌고, 노드의 활동 범위는 전 지구적으로 확대됐다. 팬데믹 시대를 맞아
박희제 인천언론인클럽 회장 학창 시절을 돌이켜보면 한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지금처럼 크지 않았다. 무의적으로 서구 문화를 동경했거나, 일본의 만화와 음악을 수준 높은 것으로 알았다. 요즘 방탄소년단(BTS)의 세계관이 시사적 또는 학술적으로 논의되고 봉준호 감독, 윤여정 여배우가 아카데미 무대를 휩쓸고 있어 놀랍기 그지없다. 2020년 한 해 동안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100편 가운데 한국의 K드라마가 10편이나 된다고 한다.청년들이 외치는 ‘헬 조선’, 세계 최저 합계출산율, 노인빈곤율 및 자살률이 최상위권이라는 현실이 암담하긴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참석차 하와이 호놀룰루를 방문 중인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현지시간으로 12일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을 만났다. 지난해 11월 하야시 외무상이 취임한 이후 한일 외교장관이 정식으로 대면 회담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첫 정식 만남에서 크게 기대할 건 많지 않았지만, 이번에도 이전과 별로 다를 것이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크다. 특히 양국 역사에 얽힌 주요 이슈에는 평행선의 연속이었다.우선 일본 기시다 정부가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사도(佐渡) 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문화재청은 지난 6일 김포 장릉(사적 202호, 추존 제16대 인조 부 원종 및 인헌왕후 구씨) 근처에 아파트를 건설한 건설사 세 곳과 인천 서구청을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고 44개 동 가운데 39개 동에 대해 공사중지명령을 내렸다.건축 중인 아파트는 검단신도시에 지어지는 주택단지이다. 높이는 20~25층이고 모두 44개 동이다. 현재 골조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건설사 측은 문화재 반경 500미터 이내에 건축물을 지을 때는 문화재청의 심의를 받아야 하는 절차를 밟지 않고 아파트 공사를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판소리. 양대 산맥이라고 불리는 심청가와 춘향가의 감동은 클라이막스에 있다. 춘향가는 어사또가 돼 몰래 남원에 잠입한 이도령이 출두해 탐관오리 변학도를 봉고파직하고 잔치에 참석한 양반 부류들을 혼쭐내는 장면이 제일 통쾌하다.심청가의 감동도 마지막 대목이다. 황성 맹인잔치에 참석한 심학규가 꿈에도 못 잊는 딸 심청을 만나 눈을 뜨는 장면이다.기구한 운명에 통곡하던 심학규는 딸을 보려고 눈을 끔쩍거리다 광명을 찾는다. 관객들은 눈물을 쏟으면서도 박수를 친다.지난해 7월 첫 개봉에
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한때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 열풍이 불던 때가 있었다. 끝없이 펼쳐진 밀밭, 수도꼭지를 틀면 나오는 포도주, 프랑스와 스페인 접경 언덕 사이로 난 이국적인 길은 굳이 종교적 순례를 목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낭만적인 길이었다. 그리하여 걷는 걸 좋아하는 도보꾼이나 여행객들은 대부분 한 번쯤 산티아고 순례길을 꿈꾸기도 했다.산티아고 순례길은 예수의 제자인 성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스페인 북서쪽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로 향하는 약 800km에 이
아우슈비츠 이후 최명란(1963 ~ )아우슈비츠를 다녀온이후에도 나는 밥을 먹었다깡마른 육체의 무더기를 떠올리면서도횟집을 서성이며 생선의 살을 파먹었고서로를 갉아먹는 쇠와 쇠 사이의녹 같은 연애를 했다역사와 정치와 사랑과 관계없이이 지상엔 사람이 없다하늘엔 해도 없다 달도 없다모든 신앙도 장난이다 [시평]아우슈비츠는 과거 나치에 의해 대규모 학살이 자행되던 수용소가 있던 곳이다. 수많은 유대인들이 학살됐던 이 수용소는 훗날 1973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매년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의 명소가 됐다.이곳을 찾는 대부분의 관광객들
김세곤 역사 칼럼니스트/호남역사연구원장아테네는 왜 몰락했나? B.C. 480년 페르시아 왕 크세르크세스 1세는 30만 대군을 이끌고 그리스를 침공했다.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가 이끄는 300명의 전사들이 테르모필레 협곡에서 싸웠으나 장렬하게 순국했다. ‘영화 300’이 그것이다. 300 전사는 두고두고 애국자로 기억됐다.“지나가는 자여, 가서 스파르타인에게 전하라. 우리들, 조국의 명을 받아 여기 잠들었노라.” -비문에서스파르타 전사들이 시간을 벌어주는 동안 테미스토클레스가 이끄는 그리스 해군이 살라미스 해전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정라곤 논설실장/시인거리에 나서면 길가에 늘어선 은행나무들이 온통 노랗게 물들인 잎들을 떨궈내곤 했다. 바람이 조금 불적마다 은행잎들이 우수수 떨어지는 꽤나 멋진 장면들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이파리들이 떨어져 나간 앙상한 가지를 보면서 세월의 빠름을 다시 한번 느껴본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울긋불긋 단풍을 보러 행락객들이 전국 명산을 찾았다는 보도를 들었는데, 어느 사이 찬바람 부는 12월 중순이 됐다.요즘은 시도 때도 없이, 또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해외여행이야 시간과 돈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파리를 찾는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던 노트르담 성당이 화재로 무너졌다. 성당이 불에 타는 순간 눈물을 흘리는 소녀들, 무릎을 꿇고 불이 멈추기를 간절히 바라는 파리지앵들의 모습에서 세계적 건축물을 잃은 슬픔을 실감할 수 있다. 외신은 ‘프랑스는 역사의 일부이자 보석을 잃어버렸다’고 보도했다.화재 때 파리 소방당국의 대응은 민첩했다. 단시간 내에 불길을 잡기 어려웠던 건 성당 지붕을 지탱하고 있는 목조기둥과 돌로 된 외관, 하늘로 높이 치솟은 고딕 양식 때문이었다고 한다. 소방관들의 혼신어린 사투로 다행히 성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한국의 역사학자들은 백제 초기역사나 신라 초기 국가의 탄생을 기록보다 약 2~3백년 뒤로 잡는다. 단 하나밖에 없는 삼국사기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해방이후 백제 고도 한성지역이나 신라 초기국가 유적인 사라(斯羅), 혹은 조양동 유적에서 무수한 초기철기시대 유적이 나왔어도 아직도 반신반의하는 입장에 있다. 신라는 삼국사기 기록을 보면 BC 57년을 전후, 육촌(六村)의 태동과 더불어 초기 국가의 틀을 갖춘다. 서라벌 경주. 그렇다면 2천년 전 이곳에 이주한 사람들은 어디를 가장 적합한 장소로 삼은 것일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신라는 삼국을 통일한 후 많은 성곽(城廓)을 새로 쌓거나 수축했다. 이런 국가적 공역이 7세기 후반 문무왕(文武王) 시기에 이뤄진다. 왜 전쟁이 사라진 시기에 성을 더욱 튼튼히 한 것일까.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남한산성도 이 시기에 대대적인 수축이 이뤄졌다. 남한강에서 조령으로 통하는 충주 남산성의 축성도 삼국통일 직후 이뤄졌다. 남산성은 중원경 주민들의 보민성으로 삼국사기에도 등장한다. 신라 성들은 백제 성곽들에 비해 특별히 견고했다. 백제 땅 예산 임존성이나 연산 황산성, 서천 건지산성 등은 견고하지만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조선시대 임금을 가장 근거리에서 모셨던 기관이 승정원(承政院)이다. 지금의 청와대 비서실과 같다. 승정원의 제일 중요 업무는 왕의 교서(敎書)나 전국에서 상달되는 문서들을 관장하는 것이다. 매일 매일 임금의 언행과 궁중의 중요한 이들을 기록했는데 그것이 승정원일기다. 승정원일기는 양이 방대하고 사료적 가치가 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이 일기를 보면 당시 임금을 중심으로 한 일들을 거울처럼 파악할 수 있다. 세조 때 단종 복위운동을 하다 발각돼 죽음을 당한 성삼문은 승정원의 예방승지(禮房承旨)였다.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고대 사람들은 붉은색을 벽사(僻邪)용으로 썼다. 무덤을 만들면 시신 주위에 붉은 흙을 뿌렸다. 액을 막기 위한 부적도 주사(朱砂)로 그린다. 동짓날 붉은색 팥죽을 쑤어 먹는 풍속도 귀신이 붉은색을 싫어한다는 속신에서 나온 것이다. 붉은색은 고구려 유물의 특징이다. 와전(瓦塼)을 보면 와당은 대개 붉은색을 띠고 있다. 백제 와당은 유백색이거나 회색이며 신라와당도 백제 것을 닮았다. 통일신라시대 와당들은 고열로 단단하게 구어 청회색을 띤다. 그러나 고구려는 소성도(燒成度)를 약하게 해 붉은색을 냈다.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