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희 건축가우리는 산과 들에 있는 나무와 풀을 ‘조경’이라 말하지 않는다. 건축 주변에 있거나 건축 안에 있을 때 조경이라고 인지하고 다듬고 가꾼다. 건축이 액자와 같아서 조경을 볼 수 있는 장치 역할을 한다면 적극적인 조경의 완성이 될 것이다. 조경을 위해 건축이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건축의 완성을 위해서 마무리 단계에 있는 작업이 조경식재라고 할 수도 있지만 시호재 같은 건축은 마치 조경의 완성을 위해서 건축이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좋은 건축은 괜찮은 조경을 완성하기 위한 좋은 텃밭이 되고 좋은 조경은 괜찮은 건축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과거 김정일 시대, 더 올라가 김일성 시대에 북한의 음악정치는 동원과 전투의 필수적 수단이었다. 이는 전체주의 시대 어디서나 공통적이었다. 레닌그라드가 독일군에게 함락당하기 직전 스탈린은 ‘국가합창단’을 레닌그라드로 급파해 총소리보다 음악소리가 레닌그라드를 진동하도록 만들었다. 그 음악 소리를 들으며 소련군은 최후 결전에 나서 파죽지세로 밀려오는 독일군을 막아내는데 성공했다.김일성은 한국전쟁 당시 스탈린의 이와 같은 ‘음악폭탄’을 그대로 활용해 군인들의 사기를 충전하도록 만들었다. 생전의 김정일은 기운
박관우 역사작가/칼럼니스트*피아노 제23번 ‘열정’: 이 곡은 바단조로 구성되어 있으며, 베토벤의 소나타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곡이라 할 수 있는데 ‘열정’이라고 하는 제명(題名)은 훗날 함부르크의 출판상이었던 크란츠가 붙였으며 베토벤이 붙인 것은 아니다.이와 관련해 이 곡의 형용은 악곡의 내용을 잘 나타내고 있는데, 이것은 마치 비바람 치는 암흑의 밤을 느끼게 해주며, 더불어 불안과 고뇌의 외침 소리 같은 느낌을 주는데, 특히 베토벤 자신도 이 곡을 직접 작곡한 모든 소나타 중에서 가장 즐겨 연주하였다고 하니 이 곡에 남다른 관심을
박관우 역사작가/칼럼니스트슈베르트와 특별한 만남을 가진 이후 의사는 베토벤의 친구들에게 이제 나을 가망이 없을 거라고 말했으나 베토벤에게는 곧 나을 것이라고 위로하였다.그러나 의사가 그렇게 말하였지만 베토벤은 이제 사람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단계까지 이르렀으며 수첩에 글을 써도 읽지를 못하였다.1827년 1월 3일 베토벤은 조카 카를을 자신의 유산(遺産) 상속인(相續人)으로 정하였으며, 그는 라인강변의 어린 시절의 친구들을 그리워하였다.그해 3월 24일, 음악가(音樂家)로서, 한 인간으로서 극한의 시련을 극복하고 음악 예술을 최고의
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디에고 마라도나가 한창나이인 60세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지난주 들으면서 40여년도 더 된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서 자주 읊었던 독일 문학가 안톤 슈낙(1892~1973)의 대표적 수필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의 몇 구절이 생각났다. 시간이 많이 흘러 기억 속에 명멸한 구절을 정확하게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해봤다. ‘날아가는 한 마리의 白鷺(백로), 추수 후의 텅 빈 논과 밭, 술에 취한 여인의 모습, 오뉴월의 장례행렬, 거만한 인간, 바이올린의 G현, 산길에 흩어진 비
박관우 역사작가/칼럼니스트신틀러의 안내를 받아 방으로 들어간 슈베르트는 침대에 누워 있는 베토벤을 보았는데, 야윈 얼굴 위에 은백색 머리카락이 흩어져 있었다.이윽고 신틀러가 베토벤의 몸에 손을 대자 그는 눈을 떴으며, 슈베르트에게 의자에 앉을 것을 권유하였으며 신틀러는 자리를 피하였다.이러한 분위기에서 슈베르트는 그렇게 만나고 싶었던 베토벤에게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으며, 베토벤 또한 젊은 음악가(音樂家)인 슈베르트에게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 단지 슈베르트의 손을 잡고 조용히 흔들었다.그 이후 슈베르트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박관우 역사작가/칼럼니스트베토벤은 1802년 하일리겐슈타트에서 칩거 생활을 하던 중에 청각 마비에 대한 고통으로 한때나마 극단적인 생각을 하여 두 동생에게 유서(遺書)까지 남겼는데 그 유서를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라고 한다.이와 관련해 ‘하일리겐슈타트 유서’는 베토벤의 유언과 개인 철학이 담긴 유서로 요양차 내려간 하일리겐슈타트에서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 두 동생 앞으로 장문의 유서를 쓴다.베토벤은 유서에 귀머거리가 될지도 모른다는 고백과 함께 절망적이고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는 자신의 심경을 솔직히 피력했다.그런데 실제 동생들에게
박관우 역사작가/칼럼니스트루드비히 판 베토벤은 1770년 12월 16일 독일 쾰른시에서 멀지 않은 본(Bonn)에서 출생하였는데, 그의 조부 루드비히는 네덜란드 플랑드르 지방 출신으로 20세에 본(Bonn)에 정착하여 궁정악단(宮庭樂團)의 단원(團員)으로 활동하였다.베토벤의 부친 역시 궁정악단의 테너 가수였으며, 모친은 요리사의 딸로서 어느 하인과 결혼하였다가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나자 재혼한 것이었다.베토벤의 어린 시절은 모차르트에 비하여 그리 행복하지 못하였다고 할 수 있는데, 부친은 베토벤이 4세 때 오늘날의 피아노의 전신이라
박관우 역사작가/칼럼니스트흔히 음악(音樂)의 신동(神童)으로 알려진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는 1756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레오폴트 모차르트의 7남매 중 막내로 출생하였는데, 다른 남매들은 일찍 사망하였으며, 모차르트와 넷째 누이 난넬만 생존하였다.모차르트의 부친은 당시 잘츠부르크 궁정악단 부악장으로 활동하고 있었으며, ‘바이올린의 교본’ 저자로도 명성이 있었다.이러한 음악적인 가문의 배경에서 성장한 모차르트는 타고난 천재성(天才性)을 발휘하여 불과 5세 때 작곡을 시작으로 8세에 교향곡(交響曲)을 11세에 오라토리오, 1
김세곤 역사 칼럼니스트/호남역사연구원장14세기 중엽 페스트(흑사병)가 유럽을 휩쓸었다. 1347년에 쥐벼룩이 옮겼다는 페스트가 이탈리아 제노바에 창궐한 이후 불과 6년 만에 유럽 인구의 1/3인 6천만명이 죽었다.작년 6월에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의 ‘성 니콜라스 교회 미술관’에서 ‘죽음의 무도’ 그림을 봤다. 배경은 묘지이고 단상 위에 설교자가 있다. 그 옆에 하얀 수의를 걸친 해골이 백파이프를 불고, 역시 수의를 걸친 해골이 관을 들고 있다. 이어서 교황은 십자가 지팡이를 들고 있고, 그 옆의 해골은 교황의 붉은 망토를 잡고 있다
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현실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안쓰럽게 삶을 살아가는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의 이야기가 다시 주목되고 있다. 유진박은 1990년대에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천재 바이올리니스트다. 8세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줄리아드 예비학교에 입학했으며 13세에는 뉴욕의 링컨센터에서 공연했다. 1997년과 1998년에 발매한 앨범은 총 100만장 이상이 판매됐던 레전드다.그러나 2000년대 이후로 유진박은 잊혀져가는 기억 속 아티스트가 됐다. 그러던 2009년 7월 네티즌들은 유진박이 지방의 소규모 행사, 유흥업소, 무료 행사장을
정유석 단국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대학수학능력시험은 한 방으로 끝난다. 평소 아무리 엉덩이가 무겁고, 아이큐(IQ), 이큐(EQ)가 높고 지식이 출중해도 수능 당일 감기로 고열이 난다거나 전날 잠을 못 이루어 컨디션 조절에 실패하면 재수는 필수가 될 수 있다. 자녀의 수능 준비과정을 지켜보면서, 몇 가지 중요한 포인트만 미리미리 짚어도 재수없는 성공 수능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첫째 수능 전일의 불면이다.소풍이나 여행을 앞두고 잠 못 이룬 적이 있다면, 수능 전일의 불면이 복병일 수 있다. 일반적인 수면 유도 상식으로도 한 시
김홍철 한국기술금융협회 IT 전문위원무선통신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최근의 세태에서 유선전화는 이제 고루한 물건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멀리 떨어져 있는 상대방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전화는 전기의 발명과 더불어 20세기 전·후반에 걸친 최대의 발명품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은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전화의 최초 발명자를 미국의 벨(Alexander Graham Bell; 1847~1922)로 알고 있다. 전화가 왔다는 신호를 수신자에게 알리는 음을 ‘벨’이라 칭하는 것도 전화의 최초 발명자를 기리고 기억하기 위함에서 붙인 용
한병권 논설위원 ‘셰르부르의 우산,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지붕위의 바이올린, 카사블랑카…’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무얼까. 뮤지컬? ‘땡’이다. 이 중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셰르부르의 우산, 지붕위의 바이올린은 유명한 음악영화이다. 하지만 카사블랑카는 뮤지컬이 아니다. 정답? 네 영화의 공통점은 해피엔딩이 아니라는 점이다.주느비에브와 기이의 사랑의 테마 ‘아이일 웨이트 포유(I'll wait for you)’로 유명한 셰르부르의 우산은 씁쓸하고 허탈한 느낌의 묘한 엔딩 신이 가슴을 쓸어내리게 만든다. 사랑하던 기이가 군에 입대한 후 그
양형남 에듀윌 대표 한양대 특임교수 “요즘 쉽게 피곤함을 느껴서 운동을 하고 싶은데 도통 시간이 나질 않아요.” “한 달에 한 권 정도라도 책을 읽었으면 좋겠는데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없어요.” “자기계발 차원에서 중국어를 배워보고 싶은데 야근이다 회식이다 정신없이 바빠서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해요.”바쁜 일상생활 속에 누구나 한번쯤 ‘시간이 없어서’ 또는 ‘너무 바빠서’라는 이유로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할 수가 없다는 말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심지어는 항상 시간에 쫓겨 산다며 투덜거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날이 갈수록
홍준희 국민대학교 교수 한껏 자태를 뽐내던 단풍의 절정이 조금씩 지나가고 겨울을 재촉하는 부슬비가 새곰새곰 발바닥에 부딪치는 낙엽을 울게 한다. 시간의 도둑질에 놀라 달력을 보니 올해도 12월이라는 단 한 장의 카드만 11월에 숨어 남아있다. 갑자기 후회와 반성의 그림자가 내 마음을 차지한다. 금년 초만에도 올해는 무엇을 해야겠다는 목표와 희망이 내 눈을 뜨게 하고 가슴을 요동치게 만들었는데, 지금은 발바닥에 밝힌 낙엽보다 더 처량해진 자신을 돌아보게 하니 마음이 어지럽다.왜 매년 작심삼일(作心三日), 마음 먹은 대로 실천이 안될까
이 지구상엔 많은 인종이 존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우리의 관심 밖에 있으며 아주 특이한 삶의 방식으로 살아온 민족이 있다. 바로 ‘집시’족이다. 이 집시는 이 세상에서 오랜 세월 핍박과 멸시와 천대의 대상이기도 했다. 인도 북부지역에서 기원한 코카서스 인종의 한 집단이기도 한 이 집시족은 현재는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 펴져 있으며, 짙은 피부색을 지녔다. 대부분 인도 북부에서 사용하는 인도 유럽어와 밀접한 집시어(Romany)를 쓰고 있다. 이 집시는 계속적인 이주를 통해 인도를 떠나 11세기에는 페르시아에, 14세기 초에는
정수연 통섭예술인 혜민스님은 “깨달은 이는 전체의 흐름과 모든 개별적 존재를 동시에 느끼는데, 무지한 이는 내가 만든 상에 딱 맞아 좋거나, 맞지 않아 싫은 몇몇의 개별적 존재들만 본다”고 말했다. 최근 열린 제21회 청담미술제에서 각광을 받은 화가 중 한 명이 숙명여자대학교 문신미술관장인 최성숙 화가다. “미술은 항상 문명의 정점에 있다. 인생은 아름답고 즐겁기 때문에 미술로 그 느낌을 소통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투명한 영혼의 소유자인 그에게는 예술적 장르 같은 어떤 틀이나 경계는 없다. 미술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정수연 통섭예술인 얼마 전 어느 화랑에서 후배를 만났다. 미국에서 미술공부를 한 그의 딸이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하는 자리에서다. 관람을 하고 작가와 대화를 나누고 후배와 별도로 얘기를 했다. 후배는 부모로서 딸의 작가로의 진로에 대하여 우려 반 기대 반의 입장이었다. 나는 “미대를 나왔다고 다 작가가 될 수는 없으며 또한 그럴 필요도 없다. 만약 훌륭한 작가가 되겠다는 강한 의지가 없다면 말이다”라고 했다. “작가는 오로지 작품으로만 평가받는다”라고 문신(Moon Shin) 조각가가 말하였지만 훌륭한 작품은 훌륭한 화가가 되려는
이상면 편집인 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공식 발효됐다. 자동차를 비롯해 의류·보석·와인 등 다양한 소비재의 관세가 차차 철폐되는 것이다.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실상 FTA가 발효됐음에도 자동차와 와인 등 소수 품목을 제외하면 소비자가 실제로 가격 인하 혜택을 보는 제품은 예상보다 많지 않다고 한다. 유럽 현지에 나가 있는 삼성전자·LG전자·현대차 등 대기업 현지 법인들도 FTA가 발효된다고 해서 당장 달라지는 것이 별로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카렐 데 휘흐트 EU 통상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