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복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사람들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덥네” “춥네”하며 호들갑을 떨어도 땅속에 의연히 뿌리박은 나무는 자연의 지엄한 이치와 교감하면서 제가 알아서 철 따라 잎 내고 꽃을 피운다.그런데 모든 꽃이 지고 난 후 홀로 피는 꽃이 있다. 이 꽃을 ‘납매(臘梅)’라고 한다.조선 세종 때 인재(仁齋) 강희안(姜希顔, 1417~1464)이 쓴 에 ‘서향화(瑞香花)’라는 꽃이 나온다. 기품 있는 꽃이라 하였고, 그 진한 향기를 귀하게 여겼다고 한다.서향화 즉 납매는 매화의 품류에 송지조황(宋之晁黃)이라고 했다
처서(處暑)홍사성(1952 ~ )기승을 부리던 노염도한풀 꺾였다 여름내 날뛰던 모기는턱이 빠졌다 흰 구름 끊어진 곳마다높아진 푸른 산 먼 길 나그네또 한 굽이 넘어간다. [시평]우리 옛말에, 처서(處暑)가 지나면 모기 입이 삐뚤어진다는 말이 있다. 여름 내내 기승을 부리던 모기가 힘도 떨어지고, 그래서 극성을 덜 부리게 된다는 말씀이리라. 엊그제 처서를 지냈다. 참으로 절기는 무섭다. 아직 한낮에는 뜨겁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사뭇 달라졌다. 제법 선선한 바람도 불어오고, 모기의 입만이 아니라, 아마도 기승을 부리던 더위의 입이 삐
박관우 역사작가/칼럼니스트1391(공양왕 2)년 6월에 이색(李穡)이 다시 함창으로 폄척(貶斥)되었다가 12월에 소환(召還)되어 벽상삼한삼중대광(壁上三韓三重大匡) 한산부원군(韓山府院君)에 봉(封)해지고, 공신(功臣)의 호(號)는 전과 같았다.또한 그해 겨울에 또 함창에서 부름을 받고 올라오는데, 문인 권근(權近) 또한 충주(忠州)로 폄척되어 가다가 길에서 이색을 만나 앞서 사람들에게 들은 말을 고하니, 이색이 이르기를 “이것은 속이는 짓이다. 신하의 도리는 오직 임금의 명령대로 따라서 부르면 오고 물리치면 떠나야 한다. 죽음도 피하
꽉 다문 입, 태풍이 오고 있다문인수(1945~2021)새벽에 들어오는 고깃배들을 본다.빈 그물엔 불가사리만 흉흉하게 붙어있다밤새 건져 올린 죽은 별들저것이 희망이었겠으나 힘껏 탁 탁 털어낸다마음이 또 꽉 다무는 입, 저 긴 수평선방파제 굵은 팔뚝이태풍의 샅을 깊숙이 틀어잡고 있다[시평]태풍의 계절이다. 장마와 무더위가 지나가면 태풍이 찾아온다. 몇몇은 한반도를 비켜가기도 하지만 어느 태풍은 한반도로 상륙을 해서 한반도 전체를 뒤집어 놓고는 한다. 강풍에 큰 나무가 쓰러지고, 많은 비에 도로가 잠기고, 집이 잠기고, 산사태가 나서
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 지구 열대화(global boiling)의 시대가 도래했다.”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최근 한 말이다. 지난 7월 3일은 지구 역사상 가장 뜨거운 날이었다. 3일 하루 전 세계 평균 온도가 17도를 넘어서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번 기록은 위성으로 날씨를 관측하기 시작한 1979년 이래 가장 높은 평균 기온이었다. 영국 BBC는 기계를 이용해 온도를 측정하기 시작한 19세기 말 이후 가장 높은 온도라고 보도했다. 지구 평균
우리 시대의 더위이재무(1958 ~ )우리 시대의 더위는 갈 곳이 없다백화점에서 쫓겨난 더위가,식당가 커피숍 사우나 지하상가에서 문전 박대당한 더위가,은행가 의사당 법원 도청 시청 군청 동사무소 관공서에서 내몰린 더위가,교회와 성당과 절에서 부정당한 더위가,버스 전동차 기차 승용차에서 거절당한 더위가,극장 도서관에서 거부당한 더위가,학교 학원 회사에서 퇴학 퇴원 퇴출당한 더위가,꽃집 빵집 어린이집 예식장에서 내쫓긴 더위가유기견 혹은 좀비가 되어악에 받친 채 거리로,골목으로 공원으로 역전 대합실로 광장으로 고시원으로 벌방으로떼 지어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온열환자가 계속해 발생하고 있다. 지구의 온난화가 빚은 재해는 점차 그 강도가 심해지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자연환경이 인간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절실히 느끼게 하는 여름이다. 그런 여름에 더위를 피하기 마땅치 않은 간척지인 새만금에서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가 개최됐다. 그런데 대회는 시작되자마자 무더위로 인한 문제가 발생했고, 끝나기도 전에 망해버린 대회가 됐다.세계잼버리대회는 올림픽처럼 4년마다 세계를 돌면서 개최된다. 우리나라는 이미 1991년 강원도 고성에서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지금 부안 잼버리대회의 실패는 국정 난맥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 세계대회가 왜 가장 더운 시기에 하면서 나무 그늘 하나 없는 새만금으로 결정됐는지, 과거 정부가 경쟁도인 강원도를 배제하고 호남 우선 원칙의 시혜로 결정됐는지, 사전 충분한 도상 훈련 없이 적당주의로 강행했는지 따져볼 일이다.K-팝 신드롬으로 대한민국을 동경하고 아름다운 경치, 음식문화를 즐기러 온 세계 청소년들에게 쉽게 씻지 못할 충격과 실망을 줬다. 그늘막 하나 없는 초원, 37도를 웃도는 기온으로 천막 안은 가마솥이다. 배수가
올여름 재난 수준의 폭우와 폭염이 이어지며 공중보건과 밥상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올해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지난 1일까지 2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배 이상으로 늘어난 수준이다.정부도 폭염 위기경보 수준을 가장 높은 ‘심각’ 단계로 상향하고 인력을 동원해 대책 마련에 나섰으나 여전히 사각지대에서는 온열질환자가 발생하는 양상이다.특히 열사병 사망자 중에는 폭염에 가장 취약한 고령층의 비중이 높다. 올해 온열환자 현황에 따르면 발생 장소는 실외 작업장(31.5%)이 가장 많고 이어 논밭(14.
과학자들이 한동안 경고해왔던 극한 기상 및 기후 현상이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지구촌 북반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우리나라에서는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전국에 590㎜ 넘는 비가 쏟아져 평년의 수치를 훌쩍 넘어섰다. 이 기간 강수량으로는 올해가 역대 최대다.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는 18일 섭씨 43도 이상의 고온이 지속된 날이 19일을 넘어서면서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더위 외에도 지난 9일 동안 미국 내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6건의 극심한 폭우로 최소 9명이 숨졌다. 유럽에서는 프랑스와 이탈리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올해 여름은 잔인하고 답답한 여름이 될 것 같다. 장마가 오면 무덥고 습하고 계속되는 비로 인해 불쾌지수가 올라가고 건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그런데 비가 쏟아지면 어느 정도 더위가 가시기도 하는데, 올해는 비가 오지 않을 때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비가 오면 국지성 폭우가 쏟아져 물난리를 겪게 한다. 날씨가 극단적인데, 하도 변화가 심해 대처하기도 쉽지 않다.그동안 역대 정부는 홍수 예방과 사후처리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런데도 장맛비가 쏟아지면 물바다가 되기도 하고, 인명피해가 발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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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기상관측 사상 가장 위험한 7월 장맛비가 내리고 있다. 수일째 이어지는 집중호우로 인명 피해가 속출하고 하천과 제방이 범람하고, 지반이 무너져 내려 도로가 유실되고, 달리던 열차도 운행을 중단하는 등 전국이 집중호우의 경보 상태에 놓여 있다.우리나라는 연 강수량의 70% 정도가 여름에 집중되는 편인데 이때 하루 평균 강수량 100㎜ 이상의 집중호우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집중호우라는 표현은 1990년대 이후로 호우로 인한 피해가 증가하고 강우량이 기존보다 늘게 되면서 호우(총강수량이 많은 경우)와 의미를
전국에서 찜통더위가 이어지면서 온열 환자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폭염 후에는 서부지방을 중심으로 장맛비가 다시 시작할 것으로 예보돼 이번 여름 ‘폭염-장마’가 순환하는 양상이다.3일 대부분 지역에 폭염경보 또는 폭염주의보가 내려졌으며 낮 최고기온은 33도를 웃돌았다. 습도가 높아 체감온도는 33~35도에 달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일 폭염 위기경보 수준을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4일부터 장맛비가 내리면서 더위는 잠시 식겠지만 오는 5일부터 다시 폭염특보가 내려질 것으로 예보됐다.일 최고기온이 33도를 웃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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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이른 폭염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본격적인 여름이 오기 전 섭씨 35도에 달하는 폭염은 역대급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더위는 전 세계적으로 열대에서 발생하는 강한 대류 현상으로 인한 일시적인 이상고온이라고 한다. 기후 전문가들은 올여름은 무더위에 ‘슈퍼 엘니뇨’ 현상으로 폭우까지 잦을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서민들에게 폭염보다 무서운 건 폭탄이다. 전기료 무서워 냉방을 제대로 못하면 더위를 먹어 건강 이상이 오고, 건강을 생각해 냉방을 하면 전기료 폭탄이 기다리고 있으니 이중고를 겪는다. 전기료가 오른 이면을 생각하면 전 정부의
지난 16~17일 연이틀 한여름 더위가 한반도를 덮쳤다. 특히 지난 16일에는 속초 34.4℃, 강릉 35.5℃, 동해 33.5℃를 기록했는데 이는 5월 관측 이래 최고 기온이다. 이날 북한 함흥에서도 온도가 35도까지 치솟았다.때 이른 더위는 한국만의 일은 아니다. 17일에는 중국으로부터 불어온 더운 바람이 우리나라를 지나 일본을 달궜다. 올해 한국, 중국, 일본에서는 매달 고온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더 심각하다. 지난 주말 라오스는 43.5℃, 베트남은 44℃로 각각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싱가포르, 미
김영복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여뀌의 학명을 ‘Persicaria hydropiper (L.) Delarbre’라고 하는데, 영어권에서 물후추인 ‘Water Pepper’라 부른다. 조선시대에는 ‘요화(蓼花)’라고 했으며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뇨화’라 하고 요실로 등재했고 잎을 요엽(蓼葉)이라 하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기록하고 어린잎은 나물로 먹고 성질은 차다고 기록돼 있다. 이명으로는 수료(水蓼)·택료(澤蓼)·천료(川蓼)·수홍화(水紅花)·홍료자초(紅蓼子草)라고 한다.우리나라 민속에서는 매운맛으로 역귀(疫鬼)
김영복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닭찜을 한문으로 ‘계증(鷄蒸)’이라 한다.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우리의 관혼상제 중 혼례에서 신부가 시부모와 시가의 사람들에게 절을 하는 현구례(見舅禮) 때 신부 집에서 장만해온 닭찜 등과 술을 올리며 절을 한다. 요즘에는 이 현구례(見舅禮)를 폐백이라고도 한다.전통과 예절을 중시하는 안동에서의 닭찜은 혼례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음식이다.이러한 배경으로 닭에 간장 양념을 넣고 끓인 닭찜이 1970년대부터 안동의 구 재래시장에서 생닭을 잡아 폐백닭을 만들어 팔던 상인들이 찜닭을 만들어 팔기 시작하면서 ‘안동찜닭
장순휘 정치학박사/ 한국문화안보연구원 부원장1902년 12월 22일 조선 최초로 하와이 첫 이민자 121명이 인천 제물포항에서 떠났다. 당시 일본배(겐카이마루)를 타고, 일본 나가사키항으로 2일간 항해했다. 12월 24일 나가사키 검역소에서 신체검사와 예방접종을 받는 과정에서 19명이 탈락했다. 그래서 하와이로 가는 미국 태평양 횡단 기선 갤릭호(S.S.Gaelic)에 탑승인원은 102명으로 1903년 1월 13일 하와이 호놀룰루에 도착했다. 다시 검역과 입국절차를 마치고 협궤열차에 탑승해 오아후섬 와이알루아(Waialua) 농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