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동아예술전문학교 예술학부 교수)장재현 감독의 영화 ‘파묘’가 오컬트 영화로는 최초로 천만 영화 반열에 올랐다.악령 같은 초자연적 현상을 다룬 오컬트 장르 영화로는 이례적인 기록이다. ‘파묘’는 거액의 의뢰를 받아 부잣집 조상묘를 파냈다가 기이한 일을 겪게 된 사람들 이야기다. 영화 곳곳에 숨겨진 독립과 항일의 상징을 찾는 것도 관람의 재미 중 하나다.영화 속에는 중심 이야기를 끌어내는 한 캐릭터에만 집중하지 않고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아 재미를 더했다. 파묘는 흙을 기초로 그 위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대표의 아내 김혜경씨의 수행·일정을 담당하던 권향엽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을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에 공천했다.해당 지역구 현역 의원인 서동용 의원(초선)은 컷오프됐다. 여성전략특구 지정은 이번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전례 없던 일이다. 권 전 비서관은 2022년 대선 때 이재명 캠프에서 대통령 후보 직속 기구인 배우자실 부실장으로 김 여사의 일정과 수행을 담당했다. 당 일각에선 “김 여사와의 인연까지 고려해 사천(私薦)을 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터져 나왔다.민주당 당직자 출신인 권 전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영화 ‘파묘(破墓)’의 흥행은 생각 밖이었다. 묘를 파헤치다니 영화 이름 자체가 그렇게 친근해 보이지도 않는데 말이다. 더구나 오컬트물이 결국 공포영화인데 공포물은 흥행이 어렵다는 생각이 일반적이다.이러니 일부에서는 정치적 특정 세력이 상영관에 몰리고 있다고 하지만, 현실과 다르다. 이 영화는 오컬트 미스터리물이라 내용이 거의 알려진 바도 없으니 애초에 정치적인 동기가 개입될 여지가 적다. 수백만 명이 개봉 며칠 만에 몰리는 것은 외적인 요인일 수 없다.베를린 영화제에 초청되어 주목받은 점이 작용했을까? 그곳에서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양쪽의 대문이 묵직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오랜 옛날부터 들려온 소리와 같다. 청의 광서 7년(1881), 노신(魯迅)이라고 부른 주수인(周樹人, 1881~1936)이 태어났다.이미 오래전에 영락한 절강성 소흥(紹興) 동창방구(東昌坊口)에서 이 아이가 세상에 나오면서 낸 첫 번째 소리를 들은 사람은 별로 없었다. 당연히 하늘에서 문곡성(文曲星)이 내려왔다는 말도 없었다. 그러므로 동창방구에서 들은 이 소리가 훗날 세상을 놀라게 할 거대한 소리로 변한다고 생각한 사람은 전혀 없었다.당시 마르크스는 63세, 엥겔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영화 ‘노량’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북소리다. 이순신은 직접 북을 울리며 독려한다. 적장인 시마즈 요시히로는 북소리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린다. 반대로 조선과 명나라 수군은 그 북소리에 힘을 얻어 기세를 올리고 적을 분멸한다. 그런데 북소리는 이순신이 쓰러진 것 같은데 계속 울린다. 북소리가 계속 끊이지 않고 울렸기 때문에 노량 해전은 승리의 전투가 될 수 있었다. 그 북소리는 이순신에 이어 이회가 울리고 있었다. 이러한 점은 리더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잘 인식하게 한다.이 장면의 설정은 영화 ‘노량’에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2010년 영화 ‘황해’ 속 연변 출신 조선인 모습이 논란이 됐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김구남(하정우)을 비롯한 면정학(김윤석) 등 여러 연변 조선인들이 하나같이 부정적인 모습이었다. 모두 범죄자들이고 폭력을 일삼으며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다. 기대감을 갖고 연변 조선인들은 적극 촬영에 협조한 마당에 실망을 넘어 분도 표출했다. 나홍진 감독은 동포에 대한 포용적 관점은 물론 실제 범죄 사실에 바탕을 뒀다고 강조했다. 이 영화에 착안해 선보인 개그콘서트의 ‘황해’라는 코너도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크게 주목을
이호규 대중문화 평론가이수진 감독의 영화 ‘우상’을 보면서 다양한 생각을 갖게 됐다. 영화 등장인물에는 딱 임자가 있다는 생각과 그 임자에게 맞는 배우가 연기해야 더욱 퀄리티 있는 작품으로 승화한다. 또 다른 생각은 각박한 삶을 살아가는 한국인들에게 자신이 숭배하거나 쫒는 우상이 있느냐는 것이다. 지키고자 하는 것을 지키기 위한 인간의 능력은 어디까지일까. 여기서 종교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영화 속에 등장하는 구명회, 유중식, 최련화의 우상은 각기 다르게 그려진다. 구명회는 아들이 뺑소니 사고를 친 뒤 정치 인생 최악의 위기
박태봉 대중문화평론가영화 ‘장산범(연출 허정)’은 스릴러라기보다 민담을 또 다른 시선으로 해석한 한국형 소리 공포물이다. 소리와 가족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감성이 더해진 공포물이다.영화 제목의 장산범에서 장산은 부산 해운대의 산이고, 범은 포유류 식육목 고양이과 동물이다. 장산범은 장산에 사는 범인데 세상을 떠난, 사랑했거나 믿었던 이의 목소리를 흉내 내 산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몬다는 전설의 악귀를 의미한다.장산 산골 마을의 음침한 동굴. 서울에서 이곳으로 오게 된 희연(염정아)의 가족은 동굴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진 걸 알게
박태봉 대중문화평론가김수현의 리얼이 관객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도대체 무엇을 이야기하려는 거야?” “왜 이리 영화에 중국 냄새가 많이 나?” 등 영화를 보고 나온 20대 초반 커플의 반응이다.김수현의 리얼은 ‘졸작이다’ 혹은 ‘걸작이다’를 놓고 양분화 되어 있는 모양새다. 대체적으로 일반 관객들의 반응은 졸작을 택했다. 영화의 스토리텔링이 공감이 가고 울고 웃고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면, 관객들은 박수를 보내고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다. 그러나 상식밖에 뭔가를 크게 오버하고 보여주고자 하는 연출자의 욕망이 커졌다면, 관객들은 확
박춘태 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교수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 인공지능시대에 접어들었다. 이처럼 고도화된 과학문명의 발달이 무한경쟁에 적응하게끔 다양한 노력 또한 가속화 시키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다양한 스펙 쌓기이다. 더 이상 취업 준비생이나 직장인들에게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고학력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스펙을 쌓을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는, 조직에서 요구하는 조건에 부합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조직에서 구성원들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개인의 전문성
박종윤 소설가 한왕 유방은 장량을 불러 그의 의견을 물었다.“제후(한신과 팽월)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소, 어인 일이오?”장량이 대답했다.“초나라군의 패배가 확정적인 이 마당에 대왕께서는 한신과 팽월에 대해 상을 내리는 일에 전혀 말씀이 없으십니다. 그들이 군사를 이끌고 이곳으로 와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자신들에게 아무런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천하를 나눈다는 한 마디만 말씀해 주시면 그들은 곧장 달려올 것입니다. 그들이 합류하지 않을 경우 사태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이때 진나라의 동쪽 땅을 한신에게 주고 수양 이
한병권 논설위원 “저 임진년부터 지금까지 5~6년 동안 적이 감히 충청, 전라도를 곧장 돌진해 오지 못했던 것은 실상 우리 수군이 길을 막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제게 전선이 아직도 12척이나 남아 있습니다. 죽을힘을 내어 항거해 싸우면 오히려 할 수 있는 일입니다.”비장한 각오가 담긴 장계를 선조 임금에게 올린 이순신은 1597년 명량해전에서 엄청난 수의 왜적을 통쾌하게 무찌르고 해상권을 회복했다. ‘필사즉생(必死卽生) 필생즉사(必生卽死)’. 이순신의 난중일기에 나오는 이 글은 “살고자 하는 자는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는 자는 살
이재준 역사연구가친명사대(親明事大)를 국시로 삼은 조선은 사병을 혁파하고 국방을 명나라에 의존하는 잘못을 범했다. 정변을 우려한 나머지 군사조직의 해체한 것이었으나 조선은 약체국가로 전락하여 5백년 동안 미증유의 전란을 여러 차례 겪어야 했다.별기군 30만을 자랑했던 군사력은 일시에 내란 정도나 막을 수 있는 나라로 전락했다. 선각자 율곡이 10만 양병설을 주장하여 조정을 경각시키려 했던 노력은 동·서 양인들의 파쟁적 이전투구로 실현되지 못했다. 이웃이 점점 강성해지는 것을 잊고 자리다툼으로 세월을 보냈다. 외적보다는 내부의 적에
정라곤 논설위원 시인 글을 쓰면서 자주 생각하는 것은 언론의 전파력(傳播力)으로 인해 행여 독자들이 갖는 사실에 관한 왜곡성이다. 하여 필자는 지면상에 올려진 글들의 의도적 왜곡성에 관해 고민할 때가 많은데, 나만의 기우(杞憂)였으면 좋겠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뉴스 보급원으로서 신문·방송 등 언론의 기능과 위상은 사람들의 생활에 필수불가결한 도구로 일상화됐지만 뉴스 원(源)을 이루는 내용들에 대한 진실성이 여전히 관건이 된다. 그중에서도 정부가 국민혈세로 대국민홍보한 내용들이 국민으로 하여금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하는 것은 장려할
한병권 논설위원 새누리당 압승으로 끝난 7.30 재보선이 정치 지형을 흔들고 있다. 필자는 이번 재보선에서 세 남자를 주목하고 싶다. 우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다. 새누리당 ‘자력우승론’과 들뜬 분위기에 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은 바 있다. 재보선 승리를 이끌었다고 해서 당청관계에 ‘각’을 세우거나 ‘뉴 스타’의 탄생에 빌미를 제공할 의향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애써 몸을 낮춘 채 노련한 현실감각이 담긴 차분한 수싸움을 벌이는 것 같다. 일요일인 3일 긴급 최고위원 간담회를 소집한 그는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을 ‘
새누리당 깃발로 전남 순천·곡성에서 당선된 이정현 스토리가 언론과 정치권에서 큰 화제로 떠올랐다. 그도 그럴 것이 광주·전남지역에서 새누리당 계열 후보가 당선된 것이 1988년 소선구제 도입 이후 첫 번째 사례니 가히 혁명적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 순천·곡성지역 민심이 야당 후보에 대한 애정과 믿음보다는 힘 있는 여당 후보에게 쏠린 결과다.이를 두고 ‘패권적 지역주의’니 ‘저항적 지역주의’니 하며 중앙의 진보 성향인 한겨레신문과 지방의 보수 지향인 매일신문 간 논쟁이 벌여졌다. 발단은 한겨레신문이 8.1자 사설에서 “… 그
새누리당에겐 불모지나 다름없는 전남 순천·곡성이 굳게 닫았던 문을 열었다.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새정치연합 서갑원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것은 한국 정치사의 한 획을 그은 사건으로 평가된다. 한국 정치의 숙원인 지역구도 타파의 물꼬를 튼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앞으로가 중요하다. 풀어야 할 과제는 이를 어떻게 정치 문화의 흐름으로 발전시켜나가느냐는 것이다.영·호남으로 갈라진 지역감정과 지역구도는 한국 정치사에 뿌리 깊게 내려온 병폐 중 하나였다. 영남권을 기반으로 한 보수정당이 전남 지역에서
박상병 정치평론가 한마디로 충격이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승패를 가르지 못한 여야가 이번 7.30 재보선에선 화끈한 승부를 가렸다. 11대 4, 아마 이 정도의 승패를 예상했던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외견상의 승부도 승부지만 그 내용을 보면 더 충격이다. 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인 손학규 고문이 정치 초년생에게 완패를 당하는가 하면, 전남 순천‧곡성에서는 이정현 의원이 새누리당 간판으로 새정치연합 서갑원 전 의원에게 완승을 거뒀다. 민주화 이후 선거정치에서 이런 사례는 처음이다. 그만큼 새정치연합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아주
구한말, 일본인의 계획된 ‘여우사냥’에 의해 희생된 대한제국 첫 황후인 명성황후의 비극은 역사의 교훈을 준다. 대한민국의 대표 창작 뮤지컬이라고도 할 수 있는 뮤지컬 ‘명성황후’가 작년 12월 대구에서 한 달 간의 특별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오는 2월 14일 포항공연 개막을 앞두고 7일 인터넷 예매사이트 인터파크를 통해 첫 티켓 오픈했다. 그 결과 예매 랭킹 1위를 차지하면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데 지방에서는 특이한 현상이다. 이는 ‘역사의 교훈을 잊은 사람들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뮤지컬 주제를 공감하고 국민의 관심이 크다
고려 현종(顯宗) 때 문신이자 장군인 강감찬(姜邯贊,948~1031)은 문곡성의 정기를 타고 태어났다고 한다. 북두칠성 자체가 북극성의 명령을 지시하는 하늘의 높은 별이고, 그 중에서 네 번째 별인 문곡성은 ‘현명문곡뉴성군’이라는 별호를 지닌 영명하고 위엄있는 별로,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며 글을 짓고 쓰는 데 뛰어난 재주가 있다고 한다. 강감찬이 태어날 때 하늘에서 별이 떨어져서 집으로 들어갔고, 곧 이어서 장군이 태어났다고 해 그 생가터를 ‘떨어질 락, 별 성, 터 대’자를 써서 낙성대(落星垈)라고 부른다.현재의 지명은 서울시 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