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조선시대에도 죄가 없는데 귀양을 가거나 옥에 갇힌 사람들이 많았다. 정절을 지키며 오로지 낭군만을 기다리던 고전 속의 춘향은 옥에 갇혀 모진 고문을 받는다. 죄목은 관장(官長) 능멸죄. 남원부사 변학도가 수청거절에 대한 앙심으로 죄를 뒤집어씌운 것이다. 권력자들이 힘없는 백성이라고 제멋대로 인신을 구속하고 체벌을 가했던 봉건의 악폐를 알려 준다. 비록 픽션이지만 권력자들에게 당하는 민초들의 고통과 어려움을 읽을 수 있다.조선을 개국한 정도전은 젊은 시절 원나라 사신 마중을 거부했다고 10년간 나주에서 귀양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조선시대 후궁은 왕의 본부인인 중전을 제외한 처첩을 지칭한 말이었다. 기록을 보면 후궁을 맞아들이는 제도는 초기 태종 시기에 만들어졌다고 한다.처음에는 고대 중국 제후들의 ‘일취구녀제(一娶九女制)’에 따라 1왕비, 3세부, 5처제를 채택했다. 세부를 ‘빈(嬪)’, 처를 ‘잉(媵)’으로 부르는 ‘3빈 5잉 제도’를 시행한 것이다. 그러나 태종은 명나라 눈치를 보아 ‘1빈 2잉 제’를 채택, 후궁을 3인 이내로 줄였다. 이런 제도가 잘 지켜진 것은 아니었다. 세종은 부왕의 뜻을 따르지 않고 ‘일취구녀제’를 실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판소리 심청가 가운데 ‘타루비(墮淚碑)’란 대목이 있다. 타루비란 눈물을 떨어뜨린다는 뜻이다. 인정 많은 도화동 승상부인이 동네 입구에 죽은 심청의 명복을 빌기 위해 비를 세워 놓은 것이다.심청의 부친이 딸 생각이 나면 타루비를 찾아 통곡하며 부락귀신에게 데려가 달라고 절규하는 소리는 심청가중 백미다. 타루비 앞에 쓰러져 발버둥 치며 자학하는 심봉사의 모습에 관중들은 눈물을 감추지 못한다.유교사회에서는 부모를 두고 자식이 먼저 죽는 것을 가장 큰 불효로 여겼다. 악상(惡喪) 혹은 참척(慘慽)이라고 했고 부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한강은 이칭이 많다. 한수(漢水) 혹은 아리수(阿利水) 등등, 그러나 뜻이 같은 말이다. 아리수의 ‘아(阿)’는 크다는 뜻이고 한수의 ‘한(漢)’도 같은 뜻이다. 크다는 뜻의 우리말이 한글이 없던 시대에 표기됐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아리수란 이름은 고스란히 우리말로 적은 표기다.처음 한강을 개척한 고대인들은 마한 사람들로 봐야 한다. 이들은 54개국의 하나인 ‘백제’라는 이름을 가진 나라였다. 백제국이 마한 여러 나라 가운데 가장 광대한 영토를 가진 나라가 아니었을까.그것은 백제의 영토가 한강은 물론 지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요즈음 코로나19 때문에 주당들은 대부분 ‘혼술’을 한다고 한다. 친구들이나 지인들과 어울려 한잔하며 정의를 나누던 시절이 까마득한 전설처럼 느껴지고 있다. 이러다 보니 주점들은 폐업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모양이다.며칠 전 종로1가에 있는 소머리 국밥집을 갔다가 굳게 문이 닫히고 주변이 폐허처럼 변한 것을 보고 마음이 안 좋았다. 이 국밥집은 입구에 큰 가마솥을 걸어놓고 밤새 뼈를 고아 국밥을 만들었던 식당으로 언론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었다.이렇듯 서민들이 이용하는 음식점들이 먼저 문을 닫고 있다. 손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쥐띠 해를 보내고 신축년 소띠 해를 맞았다. 지난해는 현대사에서 견디기 힘들었던 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쥐는 곡식을 축내는 해로운 동물이기 때문이었을까. 나라 살림도 어려웠고 민생은 도탄에 빠져 힘들게 보낸 한 해였다.소는 쥐와는 다른 동물이다. 소띠 해에는 쥐띠 해의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 본다. 예부터 소에는 ‘열 두 가지 덕이 있다’고 했다. 근면하고 과묵하여 우공(牛公), 혹은 대인(大人), 은자(隱者)에 비유되기도 했다.고대에는 소가 농사 외에도 중요한 교통수단이었다. 고구려 벽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인간에게서 어떤 얼굴이 가장 아름다운 것일까. 구약성경에서는 ‘에서와 야곱의 화해’를 하나님의 얼굴을 본 것과 같다고 표현한다. ‘내가 형님의 얼굴을 뵈온즉 하나님의 얼굴을 본 것 같사오며…(창세기 33:10)’라고 기록된다.솔로몬은 마음의 즐거움은 양약이라도 심령의 근심은 뼈로 마르게 하느니라(잠언 17:22)’고 기록했다. 서로 싸우는 사이라면 쳐다보는 얼굴도 아름답지 못하다. 눈에서 저주와 질투, 악행이 번뜩이게 된다. 그러나 이런 마음을 가지게 되면 근심 걱정이 생기고 마음의 병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대한민국의 정치가 ‘예(禮)’와 ‘형(刑)’을 잃었다. 예부터 정치의 요체로 회자돼 온 단어다. 정치가 잘되려면 지도자들이 반드시 ‘예, 형’을 지켜야 하는데 거꾸로 가고 있으니 혀를 찰 따름이다.‘예, 형 정치’를 강조한 학자는 주나라 순자(荀子). ‘삼국시대 촉한(蜀漢)의 책사 제갈량은 순자의 가르침을 이행해 나라를 성공시킨 인물이었다. 유비가 세 번을 찾아가 머리 숙여 기용한 삼고초려의 주인공이 아닌가.그는 조조의 대군을 적벽대전에서 격멸시키면서 나라 위상을 높였다. 유비는 유언으로 자신의 아들이 무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남의 주장을 귀담아듣지 않는 것’을 마이동풍’이라고 한다. 요즈음 문재인 정권에 대한 풍자 언어로 등장했다. 위정자들이 가장 중요시해야 할 사안이 민의(民意)인데 이런 소리를 듣고 있으니 나라의 앞날이 어둡기만 하다.이 말이 유명해진 것은 당나라 시인 이백이 작품 안에 이를 인용하고부터라고 한다. 당 현종 때 무신 실세들이 작은 공을 세운 후에 황제에게 총애를 받으면서 오만방자하게 굴었다. 문인들이 멋진 시를 지어도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백이 저자거리에서 매일 술에 떡이 돼 귀가한 것도 이런 소외감 때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청와대 게시판에 ‘시무7조’를 올려 40만명이 호응했던 진인(塵人) 조은산. 얼마 전 모 신문에 처음으로 얼굴을 공개하고 인터뷰를 해 화제가 됐다. 필자는 조씨의 글을 읽고 해박한 지식과 함축성 있는 문장력, 고사에 대한 이해력에 한국사를 전공했거나 국학분야 연구소에 근무하는 구성원으로 알았다.한번은 학계의 원로 교수와 식사하는 자리에서 조씨의 글이 화제가 됐는데, 한국학을 전공하는 사람이라고 봤다. 그러나 언론에 나온 조씨는 아이 둘을 가진 평범한 30대 샐러리맨으로 사무직 종사자였다. 다만 역사소설을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추미애 법무장관이 헌정 사상 초유로 검찰총장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청와대가 침묵으로 일관한 것을 보면 모두 뒤에서 합의한 것 같다. 국무총리도 며칠 전 여론 조사에서 국민의 70%가 경질을 요구하는 추미애 법무장관을 ‘일 잘하는 장관’이라고 치켜세웠다.우선 총리에게 추 장관이 어떤 일을 잘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검찰개혁이라는 미명하에 능력 있는 검찰들을 하루아침에 와해시키고,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한다고 총장의 직무를 정지시킨 것을 잘했다고 하는 것인가.검찰총장을 그만두게 할 목적으로 정확하지도 않은 정보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무(無)’란 불가 수행자의 사유에 속한다. 반야심경은 ‘색(色)·수(受)·상(想)·행(行)·식(識) 인간이 느끼는 모두가 공허하며 형체가 없다’라고 정의했다. 석가는 진정 욕심을 버려야 정토(淨土) 세계에 도달한다고 설법했다.신라 원효스님은 당나라에 유학을 가려했으나 도중에 포기하고 만다. 무덤 곁에서 잠이 들어 아침에 일어나 해골 물을 마시고는 깨달았다. 어떤 삶이 진정으로 부처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일까. 이 천재 스님은 ‘무애(無礙)’의 삶이라고 정의한 듯하다.원효는 30대까지 산사에서 수학한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지금 실소를 머금게 하는 ‘정치 코미디’가 연일 벌어지고 있다. 공정한 법 집행을 책임진 법무장관의 좌충우돌식 원맨쇼다. 어떻게든지 검찰총장을 축출시키려고 온갖 술수를 다하고 있는 법무장관의 ‘아님 말고’식 인신공격이 상식을 넘고 있다.국정감사장에서 혹은 내년도 예산을 다루는 예결위에서 추 장관은 검찰총장이 큰 비리가 있는 양 폭로전을 폈다. 그러나 법사위 여야의원들이 대검에 몰려가 눈을 부릅뜨고 살펴도 부정은 발견되지 않고 오히려 부메랑이 장관에게 돌아가는 형국이다.검찰총장에 대한 분명한 명예훼손이다.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국립극장에서 공연한 ‘아비방연’이란 창극을 봤다. 세조가 단종을 쫓아내고 왕위에 오를 때 호송을 책임진 의금부도사 왕방연(王邦衍)을 소재로 한 것이다. 극의 줄거리는 아비 왕방연이 사랑하는 딸 소사를 지키기 위해 한명회 편에 서서 어쩔 수 없이 악역을 맡게 된다는 얘기다.단종을 지킨 충신 김종서를 축출한 계유정난에서 단종에게 사약을 내릴 때까지의 궁중 암투와 권모술수를 시종 슬픈 우리 소리로 암울하게 펼쳐나간다.수양대군은 원로 공신과 충신들을 살육하면서 ‘적폐를 청산해 새 나라를 세우겠다’고 권력탈취의 정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부하(部下)라는 말은 본래 군대 용어였다. 고대 중국 삼국지 위지 사마지전에 ‘각기 부하들이 계략을 세워 다른 국가를 멸망시켰다’는 기록이 보인다. 중국 사전을 보면 동의어로 부속(部屬), 하속(下屬), 치하(治下), 속하(屬下), 속원(屬員)이 쓰여졌다.한서 조선전에도 ‘부하(部下)에게 명령하여 누선장군(樓船將軍)을 붙잡아 결박한 뒤 그 군사를 좌장군의 군사와 합치고… 단독으로 장졸(將卒)을 합하여 전투가 더욱 맹렬하니, 맞아서 싸우기 두렵거늘 왕(王) 또한 항복하려 하지 않는다’라는 기록이 있다.초패왕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조선 왕조는 세계 어느 국가보다 기록을 중시한 나라였다. 수많은 전란 속에서도 관공서 문서나 사문서를 지키려는 노력은 눈물겨웠다. 이렇게 현존하는 각종 문서들은 사료로서 당시를 증거하고 때로는 역사 연구의 기초가 되고 있다.개인이 쓴 일기를 가리켜 일사(日史)라고 한다. 일사는 관찬 사료를 보충하는 중요한 사문서로 평가받고 있다. 임진전쟁 중에 쓰여진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 류성룡의 징비록, 김성일의 용사일기(龍蛇日記)등은 후손들과 제자들의 노력으로 지켜진 귀중사료다.조선 시대에는 문서를 인멸하거나 위조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옵티머스(Optimus)란 단어는 낙천주의, 낙관주의라고 번역된다. 삶의 가치와 의의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개념이다. 사실 희망과 긍정을 논하는 단어 가운데 이 보다 더 좋은 용어는 찾기 힘들다.그러나 코로나19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한국에서 ‘옵티머스’라는 단어는 불쾌한 단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옵티머스 자산운용회사 이사의 부인이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하는 시기 5천억 금융사기가 발생, 많은 국민들이 피해를 입었다.이 사건에 금방 알만한 정권 실세들의 이름이 거명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영국 컴브리아(cumbria) 카운티는 도시가 그림처럼 아름다워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한국에서도 상영돼 인기를 끌었던 로맨스 영화 ‘이프 온리(If Only)’의 촬영무대가 된 곳으로 유명하다.그런데 이 도시에서는 매년 11월 ‘세계 최고 거짓말대회’가 열린다. 19세기에 술집을 경영했던 윌 릿슨 노인이 창시, 2백여년이 지난 현재에도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재미난 룰이 하나 있다. 정치인 변호사는 절대 입장을 못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사회에서 거짓말에 너무 익숙하다는 이유다. 19세기 영국에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오등은 오늘 만천하에 눈물로 호소하노라. 고래로 우리 백성들이 바라는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느뇨? 무엇보다도 배가 고프지 않아야 하며, 공정한 가치가 확립돼야 하며, 아무나 죄를 만들어 백성들을 구금하지 않는 국가였도다.그러나 지금 우리 백성들은 눈물과 한탄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직장이 없어 배가 고픈 젊은이들, 극단적 실직가장들의 참극을 모두 보았지 않았는가. 호황이었던 상가들은 모두 철시하고 집세를 내지 못해 방치하고 있는 곳이 무릇 기하이뇨. 분노와 좌절로 희망을 접고 있는 백성
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코로나19 확산으로 국민들이 절망에 빠졌을 때 기적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대구에서 코로나에 걸렸다 완치된 신천지 신도 1600여명이 혈장공여를 했다는 소식이었다.혈장기증은 부작용이 있을지도 모르는 신체적 희생이다. 그러나 혈장기증 병원 병상에 누운 이들의 모습은 밝고 의연했다. 기독교 여러 종단은 물론 사회에서까지 이단 취급을 받고 핍박받았던 이들이 아닌가.필자는 혈장공여 신도들의 행렬을 보고 그만 숙연해졌다. 지금까지 어느 종교단체나 기독교 교회에서 이처럼 혈장을 공여하겠다고 나선 이들이 있었는가.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