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6세기 백제의 부흥을 꾀하기 위해 부여로 천도한 성왕(聖王)은 문화국왕이었다. 백제라는 국호를 남부여로 고친 성왕은 북으로는 만주일대의 북부여 고토를 수복하고, 바다 건너 왜국을 아우르는 대 왕국을 꿈꿨다. 지금의 공주 웅진성에서 부여로 이도한 성왕은 새 수도 건설에 힘을 쏟았다. 왕궁과 인공 호수정원인 궁남지를 연결하는 대로(주작대로라고 함)를 만들고 그 통로에 정림사라는 큰 절을 지었다. 도시를 바둑판처럼 구획해 한나라 장안의 도시건설 방법을 수용했다. 이 같은 왕도건설과 경영은 정신적 지주였던 양(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오늘날 정치한다는 사람들이 ‘한비자’ 한권은 읽어 봤을까. 한비자는 여자 이름이 아니다. 고대 중국 대륙을 통일한 진나라 시황이 감동을 받은 책이 ‘한비자(韓非子)’였다. 분서갱유(焚書坑儒)로 악명 높았던 천하의 시황이었지만 바이블로 택한 유일한 고전은 법의 수호를 신앙으로 삼으라는 책이었다. 시황은 법을 신봉함으로써 천하를 통일했다. 시황을 사로잡은 것은 한비자의 통치기술이었다. 군주가 나라를 통치해야 할 때 가장 의존해야 할 근거로 ‘법(法)’을 들었고, 신하들을 잘 부려 군주의 자리를 굳게 다지는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조선 왕조 세조와 광해군은 임금 자리를 보위하기 위해 정의(正義)를 팽개친 왕이었다. 세조는 단종을 비호하는 세력을 다 주살하고 임금인 조카까지 귀양을 보낸 다음 시약을 보내 죽였다. 광해는 비록 친모는 아니지만 대비를 폐모하고 어린 이복동생을 불태워 죽였다. 두 임금의 잔인성은 인륜을 최고 가치로 여긴 조선사회의 이반으로 반정의 명문이 된다. 사육신은 세조를 축출하려다 실패했으나 인조반정은 광해를 축출하는 데 성공했다. 세조시기 권력은 그를 임금으로 옹립한 계유, 정난공신 세력이 차지해 국정을 농단했다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먼 옛날 공맹(孔孟)시대 조금은 낯선 인물이 있었다. 바로 ‘고자(告子)’라는 분이다. 맹자는 ‘인간의 심성이 본디 착하다’고 했으나 순자는 ‘악한 존재’라고 정의했다. 성선(性善)과 성악(性惡)설이 그것인데 고자라는 분은 두 논쟁을 중간입장에서 절충 정의한 분이다. ‘사람의 성질은 소용돌이치는 물과 같다. 동쪽으로 유도하면 동쪽으로 흐르고, 서쪽으로 유도하면 서쪽으로 흐른다. 물이 동쪽과 서쪽의 구분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본성도 선과 악의 구분이 없다.’ 고자는 이에 해결 방법을 제시했다. ‘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진짜 영웅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돈 많은 인색한 재벌, 운이 좋아 몇 번씩 국회의원이 된 정치인, 복지부동 고위직 공무원들일까. 모두 아니다. 강남을 물바다로 만들었던 지난 주 카메라에 담긴 여러 모습이 눈길을 끈다. 자신의 생명이 어떻게 될지 모를 폭우 속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하수구 장애물을 없앤 시민, 병원 건물 화재 당시 신장 투석 환자들을 돌보다 숨진 50대 여 간호사, 물이 차 들어가 사경을 헤매는 반지하 창문 방범창을 제거해 시민을 구한 중국 동포, 어지러운 나라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한국의 첫 달 탐사 궤도선 ‘다누리’의 발사가 성공하는 날 윤석열 대통령은 축하메시지를 발표했다. ‘다누리호가 달 탐사를 위한 130여일의 여정에 성공적으로 돌입했다’며 ‘우리 다누리호, 우리 대한민국 파이팅’이라고 기뻐했다. 그런데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에 대한 직무수행평가는 참담하게 추락했다. ‘최순실 게이트’ 의혹 당시인 지난 2016년 10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긍정 평가 25%(부정 평가 64%)보다 낮은 수치를 보였다. 직무 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평가는 지난주 28%에서 24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6.25 당시 국군은 변변한 탱크마저 없었다. 휴전선을 넘어온 북한군은 파죽지세로 수도 서울을 점령하고 무기가 없는 국군은 낙동강까지 후퇴했다. 최전선에서 2차 세계대전의 산물인 구식 총으로 북한군과 싸웠던 국군은 죽어가며 우리에게 탱크를 달라고 외쳤다고 한다. 전쟁이 끝난 지 70년, 대한민국은 지금 어떤 모습으로 세계 여러 나라에 각인되고 있을까. 세계 7위의 경제 대국으로 지난해 선진국이란 명예를 얻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개발도상국인 한국을 처음으로 선진국으로 인정하는 성명을 발표한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야당 모임이란 자리에 가면 으레 튀어나오는 것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다. 민주당 원내대표도 국회에서 탄핵할 수도 있다고 겁박했다. 새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이제 2개월 남짓인데 야당은 아직도 대선결과에 승복할 수 없는 모양새다. 지난 대통령 선거 패배에 대한 상처와 분노가 아직도 팽배한 것인가. 야당의 한 중진의원은 ‘고환율·고금리·고물가 등 한국 경제 3중고, 사회 양극화, 대·중소기업 불공정 문제, 저출산, 고령화, 지방소멸, 탄소중립 등 문제들이 산적해 있음에도 보여지는 것은 정치보복, 북풍몰이, 불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인간승리’라는 말이 있다. 사전을 찾아보면 ‘보통사람이 힘든 역경을 견뎌내고 성공을 이룬 것’을 지칭한다고 돼 있다. 이런 사람들이 여러 사람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한다면 감동은 두 배로 올라간다. 어린 시절 필자를 크게 감동 시킨 인물은 바로 20세기 초 미국의 강철왕 앤드루 카네기였다. 가난한 직물공의 아들로 태어나 철강왕이 된 그의 처세술은 꿈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됐던 많은 젊은이의 롤 모델이었다. 카네기는 엄청난 부를 사회에 환원해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보여줬다. 카네기의 좌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일본에 불교를 전래해준 백제 성왕(聖王, ?~554 AD)의 죽음에 대해 일본서기는 동기와 사실을 소상히 적어 남겼다. 서기를 쓴 사람이 백제에서 일본에 온 사람에게 사건 전말을 듣고 소상하게 적은 것이다. 우리 삼국사기에는 진흥왕 대 신라군과 백제군이 고리산성(지금의 옥천)에서 격전을 벌인 끝에 죽음을 당했다고만 기록하고 있다. 성왕을 체포해 목을 벤 신라군의 이름과 직책까지 적고 있다. 보은 삼년산성에서 출전한 고간(高干)도도(都刀)가 구천을 지나는 성왕을 사로잡아 참수한 것이다. 도도는 그가 포로로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천진난만하게 웃던 10살 유나가 싸늘한 주검으로 바다에서 건져졌다. 행여나 살아있기를 바랐던 국민은 또 탄식했다. 채 피지도 못한 어린 소녀 유나의 방긋 웃는 얼굴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부모가 경제적인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벌인 참극이다. 네티즌들은 동반자살이 아니라 살해된 것이라고 분노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따르는 어린 자녀를 부모가 자신들의 극단적 선택에 끌고 들어가는 것은 가장 악질적인 형태의 살인이라고 성토하고 있다. 지난달 말 지루한 장맛비 속에 유나의 죽음 소식은 더 우울하게 했다.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여야 지도부의 혼돈이 점입가경이다. 이들이 과연 한국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정치인들인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이를 쳐다보는 국민마저 낯이 뜨겁다.국민의 힘은 지금 이준석 대표의 과거 일탈행위 의혹에 대한 윤리위의 제재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성숙하지 못한 이 대표의 처신과 언행이 당을 혼란으로 빠뜨리고 있다.대통령 측근으로 불리는 소위 윤핵관과도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각오 같다. 얼마 전 공주출신 국회부의장이었던 정진석 의원과 한바탕 불협화음을 빚더니 이제는 대통령과 가깝다는 중진에게도 화살을 쏘고 있다.여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보리 고개’를 한자어로는 ‘맥령(麥嶺)’이라고 했다. 가난했던 시절 초여름 식량사정이 가장 어려웠을 때를 지칭한 말이다. 필자와 비슷한 나이를 지닌 세대들은 혹독한 보리 고개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게다.사실 1960년대 초까지만 해도 초근목피로 연명해 얼굴이 붓는 부황(浮黃)에 걸린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노인들로부터 전해들은 얘기로는 일제 강점기 보리 고개에는 산에서 소나무껍질을 벗겨 지게에 지고 와 끓여 먹었다고 한다.세종 때 만들어진 ‘구황벽곡방(救荒辟糓方)’은 솔잎을 이용한 기아 대처방안이었다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행보가 우려스럽다. 최근 단행된 정부 주요 인사를 하면서 검찰 출신을 대거 기용하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겠다고 한다. 대체 우리나라에는 인재가 검찰에만 있는 것인가. 이런 마이웨이식 인사가 국민에게 잘했다는 평을 받을 수 있을까. 벌써부터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대통령이 검찰 수장으로 있으면서 똑똑한 인재를 알고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정부 요직에 검찰 출신 일변도의 인사를 고집, 기용한다는 것은 야당이 지적하는 검찰 공화국이란 공격을 피할 수 없게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추사 김정희 선생은 18세기 말 조선의 진정한 한류였다. 20대 초반에 이미 천재적인 지식으로 청나라 학자들 사이에 이름이 회자됐다. 대학자 옹방강은 처음 만난 젊은 추사를 필담으로 대면하고 ‘동국 제일가는 경학자’라고 칭찬했다. ‘조선의 젊은이들이 이 정도면 나이 든 학자들은 과연 어떠할까.’추사는 일찍부터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 학문을 펼치고 싶었다. 중국을 다녀온 후에도 계속 연경을 찾아가 청나라 학자들과 교류를 원했다. 그러나 이 꿈은 정적들의 참소로 죽을 때까지 이루지 못했다.필자는 전국에서 수선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지난 주말 영국에서 있었던 EPL 토트넘 마지막 경기에서 아시아 최초로 득점왕에 오른 손흥민 선수의 감동이 일주일째 지워지지 않는다. 비록 이집트 출신 선수 살라(리버플)와 공동 득점왕이 됐지만 PK 하나 없는 손흥민에게 세계 언론은 더 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윤 대통령도 축전을 보냈지만 우리 국민에게 무한한 기쁨과 희망을 준 쾌거였다. 첫 EPL 득점왕은 한국 축구사상 최고의 영예로 기록될 것이다.필자는 축구 매니아로 손흥민 출전 경기가 있으면 늦은 시간에도 꼭 보고 잔다. 5~7만이 운집한 경기장에서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국수는 한국인이 즐겨먹는 음식 가운데 하나다. 결혼식에는 하객 접대용으로 등장했다. 미혼 남녀에게 ‘국수 언제 주냐’라고 묻는 말은 시집, 장가 언제 가느냐는 질문으로 통한다.시골 혼례가 치러지는 잔칫집엔 국수 인심이 후했다. 온 동네 어린아이들까지 국수잔치를 벌였으며 지나가는 행인, 각설이패들도 몰려 함께 먹었다. 필자는 초등학교 시절 동네 친척 형의 결혼식에서 먹은 국수와 콩나물의 향기로움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결혼식 날 국수를 대접하는 것은 신랑 신부의 인연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기원하는 뜻을 담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장차 임금이 될 세자에게 사부(師傅)들은 어떤 교육 방법을 택했을까. 공부를 게을리 할 때 엄하게 했을까, 아니면 인자한 얼굴로 대하고 조용히 권유했을까. 세자의 스승은 회초리를 들 수는 없었다. 사부가 세자가 공부를 게을리 한다고 아뢰면 임금이 세자를 불러 회초리를 댔다.세종대왕이 현군이 된 것은 엄한 스승 이수(李隨, 1374~1430) 때문이었다. 어린 세자에게 주역까지 모두 공부하도록 했다. 이수는 11세 어린 세종을 만나 22년간 측근에서 정신적 스승 역을 했다.모 방송국 드라마로도 소개된 이수는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어린 생명이 태어나면 깨끗이 씻기는 풍속은 신라 시조 박혁거세 고사에서 찾을 수 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박혁거세가 태어나자마자 동천(東泉)에 목욕시키자 몸에서 광채가 났다고 한다. 박혁거세 부인이 되는 알영은 입술이 닭의 벼슬과 같은 게 흠이었다. 이에 북천(北川, 알천)에 데려가 목욕시키니 완벽한 미인이 됐다는 것이다. 신라 개국 설화 유적으로 알려진 경주 소금강산 동산에는 하늘의 물을 담아두는 석조가 있다. 전면이 아치형으로 된 이 유물은 천수(天水)를 모아두는 작은 욕조이다. 박혁거세가 태어나자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새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도 하기 전 정국의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민주당은 검수완박법에 사활을 걸고 불편부당의 입장에 서야 할 국회의장도 중심을 잃었다. 국민들이 국회의장에 걸었던 한 가닥 희망도 무너졌다. ‘가재는 게 편’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민심이 손가락질을 하고 있는데도 국회의장은 출신 당 편에서 장님이 되고 귀를 막고 있는 형국이다. 2022년 4월 문재인 정권 마지막 달을 역사는 이들을 어떻게 기록할까. 헌법 질서를 파괴하면서까지 그들은 검찰을 약화시켜 면죄부를 받는 데 일치단결했다고 쓰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