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그리스 신화에서 포세이돈은 지진의 신이다. 포세이돈의 노여움에서 지진이 발생한다고 생각했다. 포세이돈이 기분 나쁠 때마다 삼지창으로 땅을 치면 지진이 발생하며 인간들에게 벌을 주기 위해 지진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아메리카 인디언들도 신의 노여움으로 지진이 발생한다고 믿었다. 인구가 증가해 지구가 무거워지면 신들이 지진을 일으켜 사람들을 매몰시킨다는 것이다. 일본의 고대 야마토 설화는 땅속에 사는 큰 메기와 연관시키고 있다. 메기가 날뛰어서 대지진이 일어난다고 생각했다. 과거 우리 역사에서도 많은 지진이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한국의 애국적 도둑(?)이 대마도 한 절에서 훔쳐온 고려시대 금동보살좌상이 다시 일본으로 돌아갈 처지에 있다. 대전 고등법원은 1심의 판결을 뒤집고 일본으로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지난번 부석사가 국가를 상대로 낸 금동보살좌상 인도 청구 항소심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것이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1330년 서주(서산의 고려시대 명칭)에 있는 부석사가 해당 불상을 제작했다는 사실관계는 인정할 수 있고, 왜구가 약탈해 불법 반출했다고 볼만한 증거도 있다. 그러나 당시 부석사가 지금의 부석사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고대 신라는 황금의 나라로 불렸다. 이 말은 일본인들이 신라를 가리켜 ‘눈부신 금은의 나라’라고 부른 데서 기인했다는 말이 있다. 일본인들이 왕도 경주에 와서 무덤을 파기만 하면 나오는 것이 금, 은 제 유물이었으므로 이 같은 말을 지어낸 것이다. 일본 오사카 성덕태자 신사 박물관에 가면 뜻밖에 신라인들이 입고 다녔던 직금 비단 천을 구경할 수 있다. 신라 때 일본 왕실에 보낸 비단 옷이 천 조각으로 남은 것이다. 비단에 한 올 한 올 금사를 섞어 수를 놓은 것인데 요즈음 생산품보다도 더 선명하고 아름답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윤석열 대통령이 나경원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해임시킨 처사는 또 지지층과 국민을 놀라게 했다. 나 전 의원이 사표를 냈는데 이런 강수를 썼다고 한다. 도대체 왜들 이런 무리수를 쓰나. 대통령에 대한 불경이니 술수이니 하는 막말이 쏟아지면서 그동안 가까스로 국민의힘을 지지하고 기대를 걸어온 국민의 실망이 대단한 것 같다. 지금 조선왕조시대로 착각하는가. 친윤이며 다혈질인 장제원 의원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앞에 나서 분노를 쏟아냈다. 나경원 전 의원을 향해 ‘대통령을 위하는 척하며 반윤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부터 문제가 된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개발 비리의혹은 아직도 뜨거운 감자로 부각되고 있다. 이 대표는 10일 검찰에 출석 조사를 받겠다고 한다. 헌정사상 야당 대표가 비리의혹으로 검찰의 포토라인에 서는 것은 처음이다. 국회는 야당 의원 비리 방탄이 돼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었다. 국민들의 시선이 따갑고 분노로 일그러졌어도 눈감고 아웅 하는 식이었다. 방탄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외면으로 국회를 해산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정치를 흔든 것은 대장동 개발 비리였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우리 고전에 그려진 토끼는 지혜의 동물이다. 바다 용궁 충신 별주부의 꾐에 속아 유인된 토끼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기지를 발휘해 목숨을 구했다. 토끼 간이 필요한 용왕에게 ‘간을 산속에 숨겨두고 왔다’는 기지로 죽음을 면한다. 수궁가는 판소리 다섯마당 가운데 하나다. 토끼와 거북을 주인공으로 삼은 재치 있고 풍자적인 소리로 많이 불려진다. 토끼전, 별주부전, 불로초, 토별산수록, 토별가, 토끼타령, 별주부타령 등 제목도 다양하다. 이 작품은 조선 후기의 시대상을 재미있게 풍자했다. 등장인물들의 입담이 구수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이탈리아 중부 소도시 구비오(Gubbio)에서는 지난 12월 초 세계에서 가장 큰 성탄 트리가 세워졌다. 높이가 750m, 너비 450m 전선의 길이가 8.5㎞나 된다고 한다. 트리가 세워진 산은 화려한 대형 전구들에 뒤덮여 장관을 이뤘다. 수많은 인파들이 나와 카운트 다운을 세고 탄성과 박수 속에 트리는 점등됐다. 그러나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세계적 분위기 속에서 우크라이나는 침울한 X마스를 맞았다. 가로등마저 꺼진 어두운 우크라이나 도시에는 성탄트리가 없다. 인적이 끊긴 도심에는 불빛 대신 포탄의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128년 전 영국인 비숍 여사는 조선에 와서 본 실상을 기행문으로 남겼다. 선교사였던 그녀는 청일 전쟁이 일어난 1894년부터 1897년까지 네 차례나 방문했다. 11개월에 걸쳐 조선을 여행해 ‘한국과 그 이웃 나라들(Korea and her Neighbors)’이란 책을 남겼다. 그녀의 눈에 비친 서울은 낙후되고 불결한 도시였다. ‘대도시인 수도가 이토록 불결하다는 것을 도무지 믿을 수 없다. 2층집을 짓는 것이 관례로 금지돼 있기 때문에 25만명으로 추정되는 주민은 주로 바닥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2020년 12월 전 세계 박스오피스 1위를 석권한 가족 영화가 있다. 바로 ‘워 위드 그랜파(The War with Grandpa)’다. 로버트 드니로, 우마 서먼 등 명배우들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할아버지에게 방을 뺏긴 손자의 전쟁 선포를 코믹하게 그려 웃음을 선사한 영화다. 노령으로 불의의 사고를 입은 할아버지는 딸의 집에서 살게 된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오자 손자는 다락방으로 쫓겨났다. 얘기는 할아버지와 손자의 공격과 방어가 배꼽을 잡을 정도로 재미있다. 할머니와 손녀, 손자가 함께 2여년 동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기적’이란 지난 토요일 새벽 도하에서 벌어진 월드컵 축구경기를 지칭한 말이다. 전문가들이 한국의 패배와 탈락을 점쳤지만 우리 국가대표팀은 물러서지 않고 포르투갈에 2대1 승리, 12년 만에 16강에 진출하는 새 역사를 썼다.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주저앉은 주장 손흥민은 굵은 눈물을 뿌리며 엉엉 울고 말았다. 경기장에서 이를 지켜본 관중들도 함께 울었다. 부상으로 온몸이 만신창이가 됐어도 물러서지 않고 희생적 힘을 쏟아 이룬 영광의 눈물이었다. 주장 손흥민은 토트넘 리그 경기에서 안면이 골절 되는 큰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영화 ‘닥터 지바고’는 러시아 혁명시기 전쟁의 참상을 그린 영화다. 한국 처음 상영이 1978년이니 40여년 전 작품이다. 러시아의 눈보라치는 설원을 배경으로 남녀 주인공의 러브스토리는 아름답지만 혁명과 전쟁으로 신음하고 이별해야 했던 주인공들의 운명은 비극이었다. 지바고 역의 오마 샤리프라는 이미 고인이 됐고, 라라 역을 한 미녀 줄리 크리스티는 지금 80세가 넘은 할머니가 됐다. ‘세월에 장사 없다’고 세기적 미모를 자랑했던 라라는 은막에서 잊혀진 여배우가 됐다. 1812AD 나폴레옹의 모스크바 원정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아리랑’에는 자신을 버리고 가는 연인에 대한 저주의 감정이 담겨 있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 발병 난다’고 했다. 연인에 대한 저주는 고작 발병이었다. 발병이 나면 사랑하는 이가 먼 길을 떠나지 못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우리 민족은 이처럼 착했다. 조선시대 새댁들의 한을 솔직히 담은 초평아리랑은 가사가 재미있다. 시집살이를 시키는 시부모들에 대한 솔직한 저주를 담고 있다. 그러나 착한 새댁의 그 한(恨)마저 그리움으로 돌아온다. ‘시아버지 죽어서 잘 죽었다 했더니/ 왕골자리 떨어지면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미복(微服) 잠행’이란 임금이 평민 의상을 입고 바깥세상을 시찰하는 것을 지칭한 말이다. 구중궁궐에 갇혀 살던 임금들도 때로는 자유롭게 거리를 구경하고 백성들과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 고구려 산상왕의 부인은 미망인인 형수였다. 형수의 도움으로 왕위를 얻은 산상왕은 그녀의 질투심으로 다른 왕비를 얻지 못했다. 왕은 어느 날 제사에 쓸 돼지가 궁을 빠져나가자 이를 뒤쫓았는데 주통촌에 다다른다. 주통촌은 색주가로 술과 여자가 있는 곳이었다. 산상왕은 궁중을 빠져나가 여자를 만나고 싶었던 것인가. 그는 주통촌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비통에 빠져있던 지난 주말, 지하 갱도에 갇혀 죽은 줄만 알았던 광부 두 명이 10일 만에 기적적으로 생환했다. 군관 구조대는 매몰된 광부들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기적적인 뉴스였다. 63세의 아내는 갱도 옆에서 새우잠을 자며 남편의 생환을 기도했다고 한다. 이 염원이 하늘을 감동시킨 것일까. 죽은 줄로만 알았던 남편은 거짓말처럼 갱도 밖으로 뚜벅뚜벅 걸어 나왔다. 봉화 광산 매몰 사고는 지난달 26일 오후 6시께 경북 봉화 재산면 아연 채굴광산 제1 수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우리 전통 민속에도 ‘핼러윈(Halloween)’과 같은 가면 축제가 있었다. 사람들이 탈을 쓰고 나와 악귀를 쫓는 페스티벌이란 점에서도 매우 닮았다. 처용무, 하회 별신굿 탈놀이, 북청 사자놀음, 봉산 탈춤 등이 비슷한 장르다. 신라 처용무는 가면극이다. 달 밝은 밤이면 사람들은 서라벌 길거리에 나와 가면을 쓰고 놀았다. 통일신라 헌강왕(재위 875∼886 AD) 때 처용이 아내를 범하려던 역신(疫神) 앞에서 자신이 지은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춰서 귀신을 물리쳤다는 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처용무는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유교사회에서 ‘단지(斷指)’는 부모를 위한 훼상(毁傷)의 징표였다. 효국(孝國) 조선의 많은 효자들은 앞을 다투어 손가락을 잘랐다. 일곱 살 어린아이로부터 청년, 부녀자에 이르기까지 부모가 사경을 헤매는 순간에는 우선 손가락을 잘라, 피를 입속에 투여했다. 그런데 피를 먹은 환자들은 기적처럼 소생하는 사례가 많았다. 전국에 많이 산재한 효자정문의 내력을 보면 이 같은 사실이 제일 많다. 조선 세종 때 간행된 삼강행실도에도 ‘단지’를 제일 먼저 실었다. 어린 석진은 아버지가 중병이 들자 밤낮으로 슬피 울며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근세 대한제국이 일본에게 강제 합병당한 이유는 강한 나라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식인들은 유교주의에만 집착해 공리공론으로 세월을 보냈으며 관리들은 민을 수탈하는 세습악역을 자행했다. 대원군과 명성황후는 오로지 권력을 잡기 위해 외세를 끌어들였다. 시아버지와 며느리는 원수가 돼 이성을 잃은 싸움판을 벌였다. 황제가 된 고종은 가족 싸움에서 한쪽 편을 들지 못하고 우왕좌왕 무능하기만 했다. 명성황후 민비는 일본 낭인들에 의해 살해돼 비참하게 불태워진다. 역사는 이를 을미사변(乙未事變)이라고 기록한다. 궁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이면에 빼 놓을 수 없는 두 여인이 있었다. 하나는 중전 소헌왕후였고 둘째 딸 정의공주다. 저명한 한글학자 전 고려대 정광교수도 이 점은 인정하고 있다. 궁궐안의 여인들이 한글의 일부를 완성한 것이라고 했다. 세종은 훈민정음을 반포하기 2년 전 청주 초정약수를 다녀왔다. 실록을 보면 두 번이나 다녀 왔는데 초정에서 묵은 날은 모두 121일이나 됐다. 그런데 초정 행차에는 소헌왕후를 대동했다. 총명한 정의공주를 데리고 갔다는 기록은 없다. 정의공주는 이미 출가한 몸이었으므로 동행이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국회다수당인 민주당은 박진 외교장관을 탄핵 가결했다. 정의당마저 이번 표결에 대해 ‘국회뿐만 아니라 정치 그 자체를 올 스톱시키는 나쁜 촌극으로 끝나게 될 것’이라면서 표결에 불참했다. 국민들 사이에서는 외교장관에게 뚜렷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이 아닌데도 탄핵을 가결한 것을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검수완박에 이은 국회 다수당의 일방통행은 민심에 역행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불편부당해야 할 국회의장은 이런 상황에서 다수당을 설득하고 정의 편에 서야 할 책무를 망각했다. 대통령실은 외교장관의 해임건의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주말 며칠 동안 한국을 뒤흔든 사건은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발언이다. 미국 순방 중에 나온 대통령이 사적으로 측근에게 한 말을 동행 취재 중인 MBC 방송국 기자가 녹취해 보도하고부터이다. 영국 여왕 조문부터 외교참사라고 비판한 민주당은 보도가 나오기도 전 시각에 당무회의에서부터 문제를 삼아 사전 교감의혹까지 받고 있다. 외신도 앞다투어 주요뉴스로 보도하고 있다. 녹취된 영상을 보면 대통령의 말이 정확하지가 않다. 녹음파일이 전하는 말은 대략 다음과 같다.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X팔려서 어떡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