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아버지는 일제강점기에 소학교를 다니다 광복을 맞이했다. 아버지의 광복 감격을 말로만 전해 들어 실감이 나지 않는다. 얼마 전 방문한 서울 역사박물관에 전시된 1945년 8월 15일 거리로 태극기를 들고 쏟아져 나온 사람들 사진을 보니 그제야 어렴풋이 짐작이 간다. 언젠가 광복의 느낌마저 희미해지는 날이 오더라도 후손들이 잊지 않게 하려고 매년 8월 15일을 광복절로 지정해 기념식을 한다.올해는 75주년 광복절이다. 지금까지 광복절 기념식은 광복의 기쁨을 되새기고 두 번 다시 나라를 빼앗기는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조선 왕조사회에서 ‘비답(批答)’이란 것이 있었다. 언관이나 사대부 혹은 유생들이 임금에게 상소를 하게 되면 즉시 답을 하는 제도를 말한다. 임금은 상소 내용이 비위에 거슬리고 마음에 안 들어도 반드시 답을 해야 했다. 오늘날 민주주의 제도에서도 찾을 수 없는 책임 있는 소통이었던 것이다.만약 임금이 답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됐을까. 언관들이 벌떼처럼 일어나 재차 부당하다고 아뢴다. 성균 유생들이 관을 비우고 대궐 앞에 나가 부복해 연좌 항의 농성을 할 때 비답이 없으면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성균관 고위
코로나19 확진자가 8.15 광복절 집회를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일주일새 무려 1500명을 넘었다. 올 초 코로나 감염은 대구경북 지역만을 중심으로 확산됐기에 숫자에 비해 통제가 원활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 집단감염은 전국 교회는 물론 가정 학원 병원 어린이집 학교 경찰서까지 제한된 곳 없이 발생하고 있다.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발 감염이 600여명을 넘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사랑제일교회와 무관한 n차 전파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8.15 집회를 기점으로 코로나 환자가 확인됐을 뿐 현
박상병 정치평론가문재인 정부 집권 4년 차가 뒤숭숭하다. 4년 전 촛불을 들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외쳤던 많은 사람들이 이젠 지쳐버렸다. 이제 4년 차면 뭔가 손에 잡히는 확실한 것이 있으련만, 새롭기는커녕 자고 나면 아파트값에 성추행 얘기다. 그나마 코로나 위기를 모범적으로 극복하나 싶었는데, 이마저도 재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랫동안 참고 참았던 국민의 인내심이 거의 임계점에 다다른 것은 아닌지 걱정부터 앞선다.여론조사 결과도 딱 국민의 시선 그대로다. 지난 광복절 직전에 나온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평
‘빛을 회복했다’는 광복절(光復節) 이후 역설적으로 어두운 소식만 이어진다. 광화문 집회에 참여한 사랑제일교회 신도들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수도권 교회, 병원, 어린이집, 유흥가, 학교 등 어디 할 것 없이 전국적으로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방역당국도 “신천지 때보다 더 큰 위기”라며 긴장하고 있다.사실 신천지는 숫자는 많았지만 대구 경북지역 신천지교회 내에서만 집중적으로 발생한데다 평소 지침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신천지교회 특성으로 인해 통제가 원활했다. 또 당시 확진자 급증에 온 나라가 초긴장했던 건 사실
75주년 광복절(光復節)에 ‘빛’은 보이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격차와 불평등 해소를 위해 힘쓰고 인권을 업악하던 시대는 지났다”는 광복절 축사는 불편했고, 코로나 대유행을 예고하는 확진자 소식은 우울감을 더했다.문재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모두가 함께 잘사는 것이 진정한 광복”이라며 “격차와 불평등을 줄여나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 10조를 언급하면서 “우리 정부가 실현하고자 하는 목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권을
올해도 광복절이 습관처럼 찾아왔다. 국가가 기념일을 정하는 이유가 뭘까. ‘쉬는 날’로 삼기 위함인가 아니면 겉치레로 치러지는 요식적 행사를 하기 위함인가.기념일을 정하는 이유는 지난 역사 속에 있어졌던 일들을 되새기며, 그 역사적 사건 속에 담긴 미래를 재발견하고 소망 삼기 위함일 게다. 즉, 역사만을 들추는 과거 지향적 행사가 되풀이되므로 광복의 본질과 미래는 사라지고, 이념논쟁으로 국민들 편 가르기에 여념이 없고 국민들은 그 편향적 분위기를 좋게 여기며 따라가는 식상한 세상이 돼 버렸다.광복절 기념행사에서 광복의 의미는 왜 보
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빛을 다시 찾은 날’이란 의미를 담고 있는 광복절(光復節)의 달 8월을 맞이하며, 1절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하늘 높이 아름답게 펄럭입니다’로 시작해 2절 ‘태극기가 힘차게 펄럭입니다. 마을마다 집집마다 펄럭입니다’로 마무리되는 동요 ‘태극기’의 가사가 떠오른다. 태극기는 대한민국의 권위와 존엄을 상징하는 표상으로 우리 전통과 이상을 특정 문양으로 나타낸 ‘국가상징’이다. 누구나 태극기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우리 국민정신과 주권을 대표하는 숭고한 표현의 상징물인 태극기의 내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오늘은 61년 전 조봉암 선생이 이승만 폭압정권에 의해 살해당한 날이다. 선생은 아직도 서훈이 안 됐다. 더욱 절망스러운 것은 될 조짐조차 안 보인다는 점이다. 유족은 더 이상 서훈신청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 얼마나 한이 맺혔겠나.노태우정권까지 포함해서 이 땅의 독재정권은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는 서훈에서 철저히 배제했다. 김대중 정부 들어와서 사회주의 독립운동가에 대한 서훈을 시작했지만 극히 적은 인원에 불과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좀 더 확대됐지만 사회주의 독립운동가 대부분은 빠졌다. 해방 이후 북한정
요즘 한기총을 보면 정체성이 의문스럽다. 태생적 한계가 있었지만 표면적으론 복음화 단체를 표방했던 한기총이 이젠 대놓고 대통령 하야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의 막말이 도를 넘은지는 이미 오래다. 사석에서 하는 막말도 아니고 공식석상에서 종교지도자가 하는 발언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막말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지난 3일에는 황당한 장면도 연출됐다. 광화문 한쪽에서 대통령 하야집회를 하던 전광훈 목사가 참석자들을 향해 갑자기 ‘헌금’을 요구하며 기도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오늘 행사 중 가장 기쁜 시간이 돌아왔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북한의 국가 이름은 여전히 조선이다. 구한말 나라가 무너질 때의 이름 그대로이다. 이성계가 세운 나라는 무려 500년이나 지속하였지만 구한말이 끝이었다. 쇄국과 권력다툼이 나라를 말아먹었다. 오늘도 북한은 여전히 쇄국이다. 김 씨 왕조의 카리스마로 3대 세습은 ‘안정’돼 보이지만 인민대중과 평양권력은 각자 갈 길을 따로 가고 있는 형국이다.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가끔 북한 권력의 500년, 나아가 천 년 지배를 어필하고 있다. 최소한 북한의 운명을 500년 이상 끌고 가겠다는 속셈이다. 그러나 현재의
장순휘 정치학박사/문화안보연구원 이사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차마 언급하기에도 불편할 정도의 막말로 비난했다. 북한의 대남조직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문 대통령의 경축사를 “광복절과 인연이 없는 망발을 늘어놓은 것”이라며 “우리는 남조선(한국)과 더 이상 할 말도 없고 다시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고 담화를 내놓았다. 조평통 대변인이라는 자는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서 “남조선 당국이 이번 합동군사연습이 끝난 다음 아무런 계산도 없이 계절이 바뀌듯 저절로 대화국면이 찾아오리라고 망상하고 있다”며 “조미
장정옥 충남동부보훈지청 노하우플러스사업 이동보훈팀장국가상징으로 태극기, 무궁화가 있다. 무궁화는 우리 민족의 반만년 역사와 함께 숨 쉬어 온 꽃이기에 일제 강점기 36년 동안에는 민족의 수난과 함께 피폐되고 빼앗겨 버리는 참혹한 시련을 겪었다.해외 독립지사들이 광복 구국정신의 표상으로 무궁화를 내세우고 독립의지를 드높이자 일제는 당황한 나머지 무궁화를 불태우거나 뽑아버려 근원을 없애려고 했다. 나라꽃 무궁화에 관한 수난이 가중될수록 우리 민족은 우리의 정신을 대변하는 무궁화를 사랑하고 숨겨가면서까지 지켜 왔다.일제의 무궁화 탄압 속
매년 8월 15일이면 일본은 종전74주년 추도식을 연다. 나루히토 일왕은 이날 과거를 돌아보며 ‘깊은 반성’을 한다고 했다. 더불어 두 번의 전쟁의 참화가 반복돼서는 안 되길 간절히 원한다며 세계 평화와 일본의 발전을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나루히토 일왕의 ‘깊은 반성’이라는 표현은 부친 아키히토 일왕의 견해를 계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아베 신조 총리는 이날 기념사에서 일제 침략전쟁으로 큰 고통을 겪은 아시아 주변국들에 대한 가해자로서 책임을 시사하는 언급은 일절하지 않았다.우리나라의 74주년 광복절은 그 어느 해보다 뜨거웠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을 맞아 경축사를 했다. 광복절 경축식이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것은 노무현 대통령 때의 2004년 이후 15년 만이다. 세종문화회관이나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보다는 분위기부터 다르다. 광복절 기념식이 제대로 자리를 찾았다는 의미에서 뜻깊다.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을 향해 언제든지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기꺼이 손을 잡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이 이웃나라에게 불행을 주었던 과거를 성찰하는 가운데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함께 이끌어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상병 정치평론가8월 15일. 우리는 이 날을 ‘광복절’로 부르지만 일본은 ‘종전기념일(終戦記念日)’이라고 부른다. 전쟁의 성격도 모호하게, 그리고 전쟁의 교훈도 물타기 하려는 듯 그냥 ‘전쟁이 끝난 것을 기념하는 날’로 부르고 있다. 물론 그 배경에는 자신들도 원자폭탄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식의 ‘2차대전 피해국’이미지를 강조하려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 그러나 그들은 2차대전을 일으킨 범죄국가이며 침략국이다. 따라서 종전이 아니라 패전이 맞는 말이다. 원자폭탄은 그 바탕 위에서 해석돼야 마땅하다.이 날 일본 도쿄의 치요다구에 있는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간혹 국회에 간다. 이런 저런 일로 국회 안에서 기자회견을 하기도 하고 주거나 안전 문제로 의원실을 찾아가기도 한다. 때로 토론회 참여하러 가기도 한다. 지붕이 돔 형태로 되어 있는 건물이 국회 본관이다. 국회 본관을 갈 때마다 기분이 별로 안 좋다. 이승만 동상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이승만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그가 분단에 앞장서고 제주도에서 여수와 순천에서 그리고 또 다른 많은 곳에서 그리고 한국전쟁 때 국민을 대규모로 학살하고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학생과 시민들에게 발포를 해
윤주 윤봉길연구소 이사장광복절을 맞아 우리는 조국광복의 물꼬를 튼 윤봉길 의거를 회고하고 누구나 그 의미를 바로 인식했으면 좋겠다. 윤봉길 의거에 조금만 관심을 가져보면, 의거가 임시정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아니 조국독립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식민 지배를 받는 나라가 수없이 많았다. 그 나라들은 전후 연합국으로부터 독립을 보장받기 위해 저마다 온갖 노력을 다했다. 그런데 카이로선언에서 그 나라들 가운데 유독 한국만을 독립보장한 배경은 무엇일까.1932년 1월 28일 일본군은 중국을 침
3.1운동 100주년에 맞는 광복 74주년이다. 정부기념식도 15년 만에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다. 정부는 이번 행사를 통해 “선열들의 독립 염원의 뜻을 이어받아 미래세대를 위한 진정한 광복의 길을 열어가겠다”고 다짐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한일 경제전쟁으로 해방이후 최악의 한일관계에서 맞이하는 광복절이라 온 국민의 감회가 남다르다.일본의 뜬금없는 경제침략 발단이 우리 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임은 자명하다. 일본 정부가 한일청구권협정을 이유로 배상이유가 없다고 말하지만 20여년 전 일본법원은 위로금 지급 등 전향적 태도로 피해자에
정라곤 논설실장/시인 6월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는 달이다. 6일 현충일에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추념식을 올리며 호국을 위해 순국하신 영령들을 기리고 그 후손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행사가 전국 각지에서 열렸다. 국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추모해야할 보훈의 달에 뜻하지 않게, 현충일 정부기념식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김원봉’ 건이 여론의 물살을 타면서 보수·진보 양측의 논리가 갈라진 채 이념 대립으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문 대통령이 언급한 김원봉(1898~1958)은 일제강점기인 1919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