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올해도 ‘정의’의 열기가 뜨겁다. 미국의 마이클 샌델(Michael J. Sandel) 교수가 쓴 가 작년 국내 서점가에 돌풍을 일으킨 데 이어 지난 3일부터 EBS-TV를 통해 방영되기 시작한 역시 시청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자정 시간에 편성됐음에도 불구하고 기록적인 시청률을 보였을 뿐 아니라 트위터 등에는 프로그램에 대한 호평이 쏟아졌다. EBS는 재방송을 고려하는 한편 DVD 제작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의’에 관한 우리 사회의 뜨거운 관심은
‘확 바뀐’ 정책 기조… 경제 성장 → 친서민 내년 화두는 ‘복지’와 ‘안보’ [천지일보=송범석 기자]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지난 30일 2011년 신년사를 전했다. 안 대표는 신년사에서 ‘민생’ ‘중산층’ 등의 단어를 활용했으며 특히 ‘서민’이라는 단어를 세 번이나 사용했다. 이와 함께 안보와 관련된 문구도 들어갔다. 안 대표는 이날 “만사에 심기일전하여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안보태세를 굳건히 하고, 서민 경제 살리기에 전심전력을 다해 나가도록 하겠다”면서 “서민과 중산층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더불어 잘 사는 대한민국’을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문경 포암사의 법행스님께서 “‘때문에’라는 말 대신 ‘덕분에’라는 말을 많이 하고 사세요”라고 했다. 무슨 말씀인고 하니, ‘누구 때문에’ 혹은 ‘무엇 때문에’라며 남의 탓을 하거나 핑계를 대지 말고, ‘누구 덕분에’ 혹은 ‘무엇 덕분에’라며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라는 것. 그러고 보니, 나 역시 ‘때문에’라는 말을 참 많이도 하고 살았던 것 같다. 마누라 때문에 자식들 때문에 아이고 돈을 벌러 나가야 하고, 자칭 달인이라고 큰소리 치는 엉터리 주식 전문가 친구 녀석 때문에 남들 눈에는 새 발의 피일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흑백TV 시절이었지 싶다. ‘프라이 보이’ 곽규석과 구봉서가 라면 한 그릇을 놓고선 “형님 먼저” “아우 먼저” 해가며 서로 먼저 먹으라고 실랑이하는 광고가 있었다. 가난한 형제가 있었는데 밤새 형과 동생이 서로에게 조금이라도 더 주려고 볏가리를 져다 날랐다는 훈훈한 이야기를 테마로 해 만든 라면 브랜드 광고였다. 이 아름다운 형제 간의 이야기는 당시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려,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형제라면 의당 양보하고 정을 나누며 살아야 한다고 믿었다. 그에 비하면 자식 주렁주렁 달린 동생을 구박하고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한 모양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거짓말을 한다는 것인데 흥미로운 것은 거짓말의 종류가 인종이나 문화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대개 비슷하다는 것이다. 최근 20세기 폭스가 TV시리즈 DVD판을 내면서 영국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했더니, 남녀 가릴 것 없이 “아무 일 없어, 난 괜찮아”라는 거짓말을 가장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남자들은 여성에게 “당신 정말 뚱뚱하지 않아”라는 거짓말을 자주하고, “이 잔이 마지막이야”라는 거짓말도 많이 하는 것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아침, 시 하나 읽는다. 차창룡 시인의 시집 에 실린 . 생활고 때문에 아내와 싸운 아침/ 바다로 출근하는 한강물에 뛰어들고 싶다/ 한강이여 나를 다시 새우로 태어나게 해주련/ 한강은 풍덩 가슴을 벌려 나를 안는다/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이 여자의 자궁에서/ 가장 작은 생물로 태어나게 해달라 발원하는데/ 한강은 묵묵히 북쪽으로 달려갈 뿐이다/ 오두산 근방에 안개가 자욱하게 끼더니/ 북쪽에서도 홀연 남으로 오는 여자 있어/ 나는 그녀의 치맛자락을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생살이 찢기는 아픔이라 했던가. 자식 키우는 아비로서 나는, 차마 그 부모들의 마음을 감히 이해할 수 있겠다 말할 수는 없겠다. 자식을 가슴에 묻는다는 그 말을, 이제 이해할 수 있다고도 감히 말하지 못하겠다. 또 얻어터졌다. 얻어터진 날, 대통령이 나서 확전 방지를 운운했고 유엔 안보리에 회부 하겠다고도 했다. 식구가 강도에 맞아 죽고 있는데, 큰 싸움 되지 않도록 조심하되 뒷방 늙은이한테 일러 다시는 강도짓을 못하도록 하겠다는 뜻이었겠지, 아마. 만약 다시 공격해 오면 그때는 가만두지 않겠다고 했다.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제프리 윈스롭 영(Geoffery Winthrop Young, 1897~1958). 그는 알프스의 영웅이었다. 1차 세계대전 전까지, 그는 수많은 루트를 개척하며 알프스의 봉우리들을 밟아나갔다. 그는 영국이 낳은 세계 최고의 산악인이었으며 또한 알프스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1차 대전 중 그는 오른쪽 다리를 잃어버렸다. 현실은 가혹했으나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꼬박 6년 동안이나 잘려나간 다리를 치료했다. 의족을 덧댄 다리는 그러나 한때 영웅이었던 사나이를 볼품없게 만들고 말았다. 몸은 뒤뚱거렸고 사람들은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G20 정상회의가 열린 11일, 점심을 함께 먹던 N군이 말했다. “오늘 출근길에 송해 봤어요.” 묵묵부답. 묵묵히 제 밥그릇에 코를 박고 있을 뿐, 아무도 대꾸하지 않았다. “장동건도 아니고….” 뭐, 이런 생각들이었을까? 그러거나 말거나 N군이 젓가락을 든 손을 휘저으며 또 말을 했다. “진짜라니까요!” 그제야 사람들이 고개를 들어 N군을 응시했다. N군이 옳다 싶었던지, 목소리를 확 끌어올렸다. “제가 도곡에서 타잖아요. 근데 다음 역 매봉에서 봤어요. 바바리코트 쫙 빼입고 서 있던데….” N군이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해마다 이 맘 때면 TV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대구 팔공산 갓 바위 부처님 앞에서 자녀의 대입 합격을 기원하는 학부모들의 모습이다. 수능을 열흘 정도 앞둔 요즘 하루에만 1만 명 가까이 모여들어 그야말로 야단법석이 란다. 갓 바위 부처님은 지극 정성으로 기도하면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는 말이 전해 오면서 일 년 내내 소원 성취를 바라는 불자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자식 잘 되는 것보다 더 큰 소원이 없는 부모들로선 삼천 배 아니라 무릎이 끊어져 나가는 수고와 고통도 마다하지 않는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얼마 전 천지일보에 소개된 베트남 참전 용사 윤창호(69) 씨 사연이 오래도록 머릿속을 맴돌았다. 환갑이 지난 나이에다 대장암과 방광암 수술까지 받아 몸이 성치 않은 그가 군장 무게와 같은 20kg의 배낭을 메고 길거리를 나선 사연이 목에 걸린 가시처럼 불편했다. 그는 목숨을 걸고 전쟁에 나섰던 수많은 참전 군인들이 그 공로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참전 후유증과 생활고 등으로 크게 고생하고 있으니, 국가가 이들의 명예를 높여주고 정당한 대우를 해 주어야 한다며 길을 나선 것이라고 했다.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요즘 기상 캐스터들이 자주 하는 말, “오늘도 야외 활동하기에 좋은 날씨가 이어지겠습니다.” 듣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고 행복해지는 소리다. 하늘 높고 햇살 투명한 이 맘때가 일 년 중 가장 멋진 날들이지 싶다. 계절의 주인공은 역시 산이다. 설악산에서 시작된 단풍 소식이 남으로 질주하고, 더러는 환호성을 지르며 억새꽃을 피워낸다. 그래, 사람들은 그 황홀한 풍경 속으로 풍덩 풍덩 빠져드는 것이다. 아름다운 계절에, 그러나 안타까운 소식도 들린다. 지리산 둘레길이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방송 프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지난 주말, 군대에 간 조카 면회를 갔다. 전방의 산과 들이 가을 햇살을 맞고 있었다.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몇 년 째 업그레이드 하지 못한 자동차 내비게이션 탓에 낯선 시골 길을 헤매야만 했다. 조카는 훈련을 마치고 자대에 갓 배치 받은 작대기 하나짜리 이등병이었다. 올 초 대학에 입학하고서도 제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방황하다 선택한 입대였기에 부모는 물론 여러 피붙이들이 안타까워했었다. 걱정도 많았다. 아직 솜털 보송한 어린 것이 어떻게 견뎌낼꼬, 하며 눈물을 찍어내기도 했다. 조카는 건강했다. 훈련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오래전 일이다. 사람들로 붐비는 대학 정문 앞이었다. 청년 하나가 허공으로 치솟으며 이단 옆차기를 날렸다. 별안간 날벼락을 맞은 상대가 비틀거렸다. 이단 옆차기를 날린 청년이 이어 두 주먹을 바람개비처럼 돌려 상대의 안면을 가격하기 시작했다.얻어터진 청년의 코에서 두 줄기 피가 흘렀다. 이번에는 맞은 청년 차례였다. 두 손으로 코피를 수습한 청년이 이야~압, 하는 기합 소리와 함께 상대를 향해 몸을 날렸다. 둘이 엉겼고 길바닥에 뒹굴며 흉측한 자세로 숨을 헐떡였다. 그제야 사람들이 나서 싸움을 뜯어말렸다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 없는 이 발길. 유행가 가사처럼 때론 정처 없이 걷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러나 정처 없음은 목적지가 없다는 뜻이므로 또한 쓸쓸하고 불안하기도 하다. 해서 이왕 걷는 것이라면 도달하고자 하는 곳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쓸쓸하지도 불안하지도 않다. 걷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가히 열풍이라 할 만하다. 전국 곳곳에 걷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하루가 멀다 하고 ‘걷기 좋은 길’이 생겨나고 있다. 올레길 둘레길 마실길 바우길… 길도 참 많다. 산이 있어 산에 오른다고 한 자도 있었고, 어차피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명절증후군이란 말이 있다. 해치워야 할 일거리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데다 속속들이 친하지도 살갑지도 않은 시댁 식구들과 속마음 감춰가며 대면해야 하는 등 명절이라는 게 결코 유쾌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라는 것이다. 여성들 이야기다. 하지만 이 명절증후군이란 게 비단 여성들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남성들 역시 그런 속사정 빤히 아는 터라, 아내들 눈치도 살펴야 하고 본가 처가 두루 챙겨야 하니 스트레스가 만만찮다. 출세하고 돈 잘 벌고 그래서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 사람이라면 모를까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이번에는 명품녀란다. 몇 해 전 ‘된장녀’로 시작된 ‘~녀’ 시리즈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지하철녀, 월드컵녀, 태풍녀 등 세상에 이렇게 많은 ‘녀’들이 있나 싶을 정도다. 20대 혹은 30대 정도의 여성들을 타깃으로 한 ‘~녀’ 시리즈는 집단 관음과 가학증, 정의감 등이 뒤섞인 일종의 사회 현상이다. ‘녀’라는 말은 엄연히 한자어로 여성을 뜻하지만 시리즈로 유행하는 ‘녀’에는 여성을 비하하는 느낌이 있는 게 사실이다.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일을 저지른 여성들이 몰래카메라 등에 잡혀 인터넷 공간에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이사벨라 버드 비숍 (Isabella Bird Bishop. 1831~1904)은 영국 잉글랜드 출신의 여행가이자 지리학자, 작가였다. 선천적으로 병약했지만 아버지의 가르침으로 시대의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평생 여행가로 살며 영국 빅토리아 시대 최고의 여성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녀는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여성 단독 미국 여행을 시작으로 평생 길 위의 삶을 살았다. 여행은 병으로 인한 고통을 잊기 위한 방편이자 자유로운 영혼이 마음껏 기지개를 켜는 삶의 원동력이기도 했다. 살기등등한 사무라이들의 위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얼마 전 흥미로운 뉴스 하나를 접했다. 강원도 교육청이 일류대 합격자 수를 알리는 현수막을 자제하라고 일선 학교와 학원들에게 요청했다는 것이다. 일류대 합격자 수와 소위 출세한 동문을 알리는 현수막이 학교 간 위계 서열화와 지나친 경쟁을 조장한다는 이유에서였다고 한다. 현수막은 공해에 가까울 뿐 아니라 쓸데없이 예산까지 낭비한다고 했다. 강원도 교육청은 공문을 통해 “좋은 성적을 위해 최선을 다했기에 합격을 축하해야 하지만 합격과 출세한 소수만을 위한 축하 현수막은 대다수의 사람을 고려하지 않는다. 성적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람의 됨됨이를 따지는 것이 인사청문회다. 대한민국 국회에선 지난 한 주, 이 인사청문회라는 것으로 연일 뜨거웠다. 성미 급하게 말하자면, 뜨거웠다기보다는 역겨웠다. 이란 영화가 있다. 1930년대 만주벌판, 보물지도를 놓고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사나이들이 펼치는 유쾌한 코믹 액션물이다. 돈 되는 것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현상금 사냥꾼, 최고가 아니면 견디지 못하는 마적단 두목, 잡초 같은 생명력을 지닌 열차털이범. 사나이들은, 성격도 다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