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칼럼니스트정치인들의 출판 기념회 소식이 자주 들린다. 그 바쁜 가운데 책까지 내다니, 참으로 훌륭한 사람들이구나, 이런 생각이 들면 얼마나 좋을까. 근무 시간에 코인하고 주식하면서, 원고 쓰고 책을 내고 출판기념회 이벤트까지 여는 것 보면, 예사 사람들이 아니다. 그런 빼어난 재주가 있으니 금배지도 달고 높은 자리에도 오를 수 있었겠지만, 보통 사람들 눈에는 경이롭기까지 하다.선거 때만 되면 출판기념회가 줄을 잇지만 읽을 만한 책이 나왔다는 이야기는 없다. 서점에 내다 팔 것도 아니고, 누구로부터 평가를 받을 것도 아니고,
전경우 칼럼니스트‘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신동엽(申東曄, 1930~1969) 시인이 1967년 발표한 ‘껍데기는 가라’는 시다. 시인 신동엽은 요즘 TV에 등장하는 개그맨 출신 방송인 그 신동엽이 아니
전경우 칼럼니스트펜싱으로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나라를 빛낸 남현희씨 소식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결혼을 약속하고 언론 인터뷰까지 했던 상대가 남자와 여자로 위장, 변신하며 사기 행각을 벌였다고 한다. 그야말로 ‘세상에 이런 일이’다. 언론 입장에선 시청률을 올리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가십성 뉴스거리다. 추악하고 입에 담기도 민망한 소식이지만, 언론 입장에선 호재임에 틀림 없다.남현희씨는 과거 국가대표로 태릉에서 훈련을 하던 중 쌍꺼풀 수술을 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당한 적이 있다. 요즘은 누구나 하는 쌍꺼풀 수술을 했다고 징계
전경우 칼럼니스트전기도 수도도 없던, 지금으로 치면 ‘자연인’보다 더 어렵게 살던 시절이 있었다. 낮에는 논에서 들에서 죽어라 일하고, 밤이면 허기진 배를 부여잡고 호롱불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톡 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뒤따라 톡 톡 소리가 이어졌다. 나중에는 방안 가득 화음이 울린다. 톡 톡 틱.호롱불 심지는 제 풀에 졸리는 듯 가물가물 몸을 휘청댄다. 그 안타까운 불빛마저 스러질까, 조바심을 내며 두 손톱을 맞대고 탁 탁 이를 잡는다. 고단한 밤이 그렇게 흘러갔다. 손톱이 뻘겋게 물들고 겨우 쪽잠을
전경우 칼럼니스트대한민국이 마약으로 병들고 있다. 엄청난 팬덤을 자랑하는 유명 연예인과 재벌가 자식 등 알 만한 사람이 줄줄이 마약사범으로 포토라인에 서고 있다. 한때 마약 청정국가로 인정받은 우리나라가 어느 날 갑자기 마약 소굴로 돌변하고 있다. 마약 관련 뉴스는 이제 새삼스럽지도 신기하지도 않다. 일상처럼 매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지난달에는 배우 유아인이 마약상습 투약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워낙 지명도가 높고 연기도 잘하는 배우라 팬들의 실망도 컸다. 믿고 본다는 배우가 하루아침에 ‘약쟁이’로 전락해 버렸다. 당당하고 멋진
전경우 칼럼니스트아바(ABBA)는 1970~1980년대 전 세계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전성기를 구가했던 그룹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그 시절 아바의 음악을 기억하고 있는 팬들이 많다.아바는 비틀즈 이후 가장 성공한 그룹 중 하나로 1972년 데뷔한 스웨덴 출신 4인조 혼성 그룹이다. 아바는 두 부부의 조합으로 이뤄졌다. 남성 둘은 주로 연주를 담당하고 두 여성 보컬이 노래를 불렀다. 이들이 함께 연주하고 노래하는 다정한 모습이 팬들의 마음을 더욱 따뜻하게 만들었다.아바는 1974년 당시 유럽 최고 음악 경연 대회인 ‘유로비전 송 콘테스
전경우 칼럼니스트‘친구 만나고/ 울 밖에 나오니// 가을이 맑다/ 코스모스// 노란 포플러는/ 파란하늘에.’피천득 선생의 ‘시월’이라는 시다. 선생은 일상의 소소한 것들을 정감 있는 눈길로 바라보고 그것을 시나 수필로 담아냈다. 선생의 따뜻한 감성과 순수하고 맑은 시심으로 그려낸 풍경들이 고단한 삶에 위안과 용기를 줬다. 봄이면 봄대로, 가을이면 가을대로, 선생은 그것들의 작은 모습들을 통해 인간과 자연에 대한 깊은 성찰과 지혜를 보여줬다.가을이 쓸쓸해지는 것은, 찬란한 봄에 대한 기억 때문일 것이다. 따사로운 햇살 속에 꽃들이 피
전경우 칼럼니스트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어느 복싱 도장에 가면 벽에 ‘선, 인간챔피언/ 후, 세계챔피언’이란 글이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큼지막하게 붓글씨로 쓰여 액자에 담긴 이 글은 젊은 시절 MBC 신인왕 출신으로 세계챔피언을 꿈꿨던 이 도장 관장님의 신념이 담겨 있다. 아무리 복싱을 잘하고 세계 챔피언에 올라도 먼저 인간이 안 되면 소용이 없다는, 아주 깊은 뜻을 품고 있다.그래서인지 이 도장에서 수련하는 관원들은 하나 같이 예의가 바르고 구김살이 없다. 10대 어린아이들부터 청년과 중장년, 60이 넘은 수련생들이 함께 쒹
전경우 칼럼니스트중국 항저우에서 아시안게임이 한창이다. 코로나 사태로 1년 늦게 열린 대회다. 날아드는 메달 소식에 추석 연휴가 더 즐거워졌다. 지긋지긋한 정치 이야기를 하지도 듣지도 않아 좋았다. 태극 마크를 달고 거침없이 질주하는 청춘들의 열정이 고단한 삶에 위안과 용기를 불어넣어 준다.열띤 경쟁이 펼쳐지는 경기장은 각 나라 선수단의 매너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승부와 상관없이 상대를 존중하고 예의를 다하는 모습은 보기에 좋을 뿐 아니라 진정한 스포츠 정신이 무엇인지 새삼 깨닫게 한다.우리 대표 팀에선 테니스의 권순우 선수가
전경우 칼럼니스트국회의원, 그들이 등장했다 하면, 여지없이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호통을 치는 장면이 연출된다. 꼴불견이다. 별수 없는 꼰대들이다.호통이 국회의원의 주특기이고, 금배지를 달아야 할 이유이고 자격이라면, 개그맨 박명수를 국회로 보내야 한다. 호통으로 치자면 박명수를 따라갈 자가 없다. 그는 꺼벙이 역할로 인기를 얻었지만 나중에 호통 개그로 존재감을 알렸다. 같은 호통이지만 그 값어치는 천지차이다. 박명수의 호통은 절로 웃음이 나오는, 듣는 이를 즐겁게 만들어 주는 활명수다. 그러나 국회의원의 호통은 귀를 틀어막고 싶을
전경우 칼럼니스트장동건과 유오성이 주인공으로 나온 영화 ‘친구’에는 명대사가 많이 등장한다. 담임선생으로 분한 김광규가 학교 ‘부짱’인 장동건(동수)의 뺨을 쥐어뜯으며 “너그 아부지 머 하시노?”하고 묻는다. 장동건이 “장의삽니더”라고 대답하자, 선생은 “너그 아부지는 죽은 사람 염하면서 돈을 버시는데 공부를 그 따구로 하나?” 하면서 장동건의 뺨을 후려갈긴다.다음은 학교 ‘짱’인 유오성(준석) 차례. 선생이 역시 유오성의 볼을 쥐어뜯으며 묻는다. “아부지 머 하시노?” 유오성이 대답한다. “건달입니더.” 선생은 “너그 아부지 건달
전경우 칼럼니스트TV 속에서는 종일 정치 이야기다. 누가 무슨 말을 했네, 누구는 무슨 짓을 했네, 누구는 얼마나 해먹었다더라, 누구는 입에 담기 민망한 그런 짓을 했다더라, 어느 누구는 밥을 굶기 시작했다더라, 사실은 굶는 시늉만 한다더라….보고 있자니 열불이 나고, 안 보자니 궁금하고, 그렇게 하릴없이 TV를 켰다 끄기를 반복한다. 결혼과 이혼을 여러 차례 하면서 이것으로 다른 사람들에게는 웃음을 준 어느 개그맨은 “이혼하면 외롭고, 결혼하면 괴롭다”고 했다. 방송이 그렇다. 안 보면 궁금하고, 보면 열불 난다. 방송사 입장에서
전경우 칼럼니스트흉악한 계절이었다. 하늘이 무너진 듯 비가 쏟아져 마을이 휩쓸려가고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대낮에 흉기 난동이 일어나고 죄 없는 사람들이 다치고 세상을 떠났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착한 선생님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웃나라에서 원자로 오염수를 방류한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우리들끼리 멱살잡이를 하며 이판사판 싸움질을 시작했다. 무더운 여름날 벌어진 일들이었다.사람들이 험한 꼴로 살고 있을 때, 언제나 그렇듯 무심하게 시간이 흘렀고, 언제나 그랬듯이 매미가 찾아왔다. 사람들은 죽거나 말거나 매미들은, 늘 그랬듯이,
부동산 급등 규제책 국토부와 논의 中주택공급 통합‧일원화 공급 확대 역점한강 등 ‘금주 구역’ 캠페인 기간 두고[천지일보=양효선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선이라는 전제 아래 연간 4만 8000가구씩 2025년까지 재건축‧재개발 신규 인허가를 통해 24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17일 밝혔다.오 시장은 이날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취임 한달 직문직답’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이 밝혔다.오 시장은 “후보 시절 제시한 것처럼 연간 4만 8000가구씩 공급해 (재선될 경우) 임기 5년을 상정해 2025년까지 24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큰 원칙
더불어민주당 후반기 대변인단 32차 논평[천지일보 경기=이성애 기자]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이 6일 논평을 통해 코로나19를 완전하게 종식하고 도민들의 소중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는 신축년이 되길 소망한다고 밝혔다.이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비정규직 등을 비롯한 도민들의 삶이 고르게 나아지고, 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다양하고 과감한 정책적인 노력들을 경주할 것”이라고 말했다.32년 만에 지방자치법이 전부 개정됐다. 지방의회의 숙원인 인사권 독립과 정책인력 도입 근거가 마련됐다. 지방차지법 개정 취지를
미래비전 접목, 농어업 맞춤형 지원 추진올해 해남사랑상품권 1400억원 발행해남군 신청사, 서남권 행정의 랜드마크포스트코로나, 비대면 관광정책 다각도 구상[천지일보 해남=전대웅 기자] “대한민국 청정 일번지 해남! 2021년을 맞이하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이름입니다. 청정 자연, 청정 먹거리, 청정 행정! 이제 청정 해남의 소중한 가치를 지역의 백년대계를 세우는 군정발전으로 확산시켜 나가겠습니다.”명현관 해남군수가 신년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명 군수는 “2021년은 지난 성과를 바탕으로 빛나는 해남, 새로운 해남의 비전이 열매를
[천지일보 인천=김미정 기자] “지난해 인천은 쓰레기 독립을 선언했습니다. 반드시 우리 아이들과 후손들에게 책임지고 ‘친환경 특별시’ 인천을 안겨 드리겠습니다.”박남춘 인천시장은 31일 신년사를 통해 “인천시가 추진하고 있는 ‘자원순환’은 조만간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맞닥뜨리게 될 중대한 문제다. 누군가는, 언젠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그는 새해 인사와 함께 “의료진 여러분의 헌신과 희생, 시민 여러분의 참여와 노력이 불러온 새해이기에 걱정과 두려움보다는 더 나아질 거라는 기대와 설렘, 기쁨과 희망을 이야기하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100여대의 차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이 있다. 독일인은 100대의 차를 세운다. 그들은 정확하기 때문이다. 일본인은 120대의 차를 세운다. 차가 작기 때문이다. 미국인은 80대를 세운다. 차가 크기 때문이다. 중국인은 2대밖에 세우지 못한다. 왜? 한 대는 입구에, 다른 한 대는 출구에 세웠기 때문이다.”“서양에 중국인을 풍자한 수많은 우스갯소리가 있다. 만일 에덴동산의 아담과 하와가 중국인이었다면 하느님의 명령을 어기고 뱀의 유혹에 넘어가 사과를 먹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고? 그들이 먼저 뱀을 먹어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우리나라에 중국 음식이 본격적으로 들어온 것은 1882년 임오군란 때 중국 군인들과 상인들이 대거 들어오면서다. 일제 말기 우리나라에 거주한 화교가 6만 5천명 정도 됐고, 중국 음식점은 300여개였다. 당시 중국 음식점의 고객은 주로 중국인들이었고, 한국인들도 가끔 찾기는 했으나 그 수가 많지 않았다. 해방이 되고 정부에서 화교들의 무역을 금지하자 화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됐고 설상가상 중국 본토가 공산화 되는 바람에 돌아갈 수도 없게 됐다. 화교들은 궁여지책으로 음식점을 차렸다. 큰 돈 들이지 않고 할 수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1919년 단성사에서 상영된 ‘의리적 구토’가 한국 영화사의 기원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의 영화와 달리 연쇄극이라 불린 것으로 장충단, 청량리, 한강철교, 명월관 등 서울 명소를 찍은 장면을 연극 중간 중간에 보여준 것이다. 이것이 최초의 한국 영화라 해 지난해 한국영화 백주년 관련 행사를 열고 기념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영화가 첫 선을 보인 것은 그보다 20년은 더 거슬러 올라간다. 1899년 미국의 여행가 버튼 홈스가 고종 황제와 신하들 앞에서 영사기를 돌려 활동사진을 보여준 것이다. 이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