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맹기 서강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명예교수언론자유는 전문가형 사회를 엮는 ‘유기적 연대(organic solidarity)’ 기능을 한다. 아무리 완벽한 분업이 일어나도, 사회가 분화되면 될수록 언론의 통합 기능이 돋보인다. 구체적으로 사회 각 부분이 일탈이 일어나면 감시를 하고, 각 부분이 건전하게 발전하면, 각 기능을 엮어준다.민주주의 발전은 그 연대의 기능이 특색이다. 그 전 집단은 종교, 규범 등 ‘기계적 연대(mechanical solidarity)’로 개인을 엮었다면, 전문가형 사회는 유기적 연대가 필요하게 된다. 이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의 기존 안보동맹에서 기술동맹과 경제안보 관계로 확대 발전시키기는 ‘포괄적 전략동맹 관계’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첨단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한미 양국의 협력관계가 한층 더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20일 방한하자마자 경기 평택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찾았다. 한미 양국이 지향하고 있는 기술동맹과 경제안보의 상징적인 모습이라 하겠다.사실 미국은 최근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를 겪으며 글로벌 공급망 확충이 시급했다. 중국에 주도권을 넘겨줄 수도 있는
VOL. 1261 김진호 화백
파문(波紋)김부조고요한 호수 위로작은 돌맹이 하나 던져 본다.알았다는 듯화답으로 번지는 파문그러나 나는너무 오래, 작은 두드림에도답하지 않으며 살아왔다. [시평]모든 만물은 어떠한 자극이나 충격에 반응을 함이 그 원칙이다. 비록 아주 미세한 나비의 날갯짓이라고 해도 그 반응으로 인해 변화를 주는 것을 ‘나비 효과’라고 하지를 않는가. 나비의 단순한 날갯짓이 그 결과로 엄청난 날씨의 변화를 가지고 오는. 비록 작고 사소한 사건이라고 해도 나중에는 커다란 효과를 불러오는 모습을 우리는 종종 본다.그래서 넓고 고요한 호수에 아주 작은 돌
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눈을 감으면 / 어린 시절, 선생님이 걸어오신다 / 회초리를 들고서 / 선생님은 낙타처럼 늙으셨다. / 늦은 봄 햇살에 등을 지고 / 낙타는 항시 추억한다 / - 옛날에 옛날에 - // 낙타는 어린 시절, 선생님처럼 늙었다. / 나도 따뜻한 봄볕을 등에 지고 / 금잔디 위에서 낙타를 본다. // 내가 여읜 동심의 옛 이야기가 / 여기 저기 / 떨어져 있음직한 동물원의 오후.1939년 문학잡지 문장에 발표된 시인 이한직의 낙타라는 시다. 화자는 화창한 봄날 오후 동물원에서 늙은 낙타를 보며 선생님의 모습을
김세곤 역사 칼럼니스트/ 청렴연수원 청렴강사전남 장성군 황룡면에는 청백리 박수량(1491~1554) 묘소가 있다. 묘 앞에는 글자 한 자도 새기지 않은 백비(白碑)가 있다.“그의 청백함을 알면서 비(碑)에다 새삼스럽게 그 실상을 새긴다는 것은 오히려 그의 청백에 누(累)가 될지도 모른다.”명종 임금은 청백리 박수량의 삶을 기리기 위해 이렇게 말하고 백비를 하사했다.먼저 ‘명종실록’에 실린 박수량의 졸기를 읽어보자.“지중추부사 박수량이 죽었는데, 전교했다. ‘염근(廉謹)한 사람이었는데 그가 죽었으니 매우 슬프다. 특별히 치부(致賻)하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은 물론이고 취임 이후에도 눈만 뜨면 ‘자유’를 외치고 ‘자유민주주의’를 끊임없이 소환한다. 취임식에서 ‘자유’라는 말을 무려 35번이나 외쳤다.어떤 말을 선택하는가 하는 것은 화자의 자유다. 하지만 말하는 사람이 대통령이라면 취임식에서 30번 넘게 외친 ‘자유’라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취임사를 요모조모 뜯어보면 그가 말하는 ‘자유’는 자신이 추구하는 철학과 정치 노선을 관철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언급하거나 빈곤
뒷걸음치는 봄김금용(1953 ~ ) 아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어머니 앞에서‘봄날은 간다’를 부르는 남편 손뼉까지 치며 선창해 보이는 환갑 지난 아들의 재롱 말을 잃어버린 어머니 앞에서 기억을 찾아주려는 아들 앞에서 봄날은 길을 잃었는지 뒤뚱거린다. [시평]봄도 이제 서서히 물러간다. 5월도 중반을 넘기면서 모란도 이울고, 작약이 그 꽃봉오리를 터뜨린다. 그런가 하면, 앞산 뒷산에 꽃향기 진동하며 아카시아 꽃 만개하고 있다. 그러면서 서서히 더위가 다가온다. 봄은 이제 조금씩 물러가고, 그 자리에 더위가 차츰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치매
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취임사는 대개 강력한 인상을 남긴다. 취임사에 취임하는 이의 정책 방향과 생각이 담겨있다. 특히 대통령이나 장관들이 취임하면서 가장 먼저 던진 말은 마치 거울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재임 시 그가 어떤 모습으로 활동할 것인지를 국민에게 미리 알게 해주기 때문이다.지난 16일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취임사는 침체된 엘리트스포츠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했던 체육관계자들에게 다소간 실망감을 안겨줬다. 취임사 내용에 엘리트스포츠을 언급한 부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A4 2장 분량의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우리나라 헌법은 특이하게도 기본권을 보호하거나 구제하기 위한 기본권인 청구권 규정이 많다. 그만큼 헌법이 기본권 보장을 위해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법치국가원리를 충실하게 기본원리로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라고 할 수 있다. 헌법은 제26조 청원권을 필두로 제27조 재판청구권부터 제30조 범죄피해자구조청구권까지 청구권을 규정하고 있다. 청구권 중 청원권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기본권이다.헌법 제26조는 청원권을 규정하고 있는데, 제1항에서는 모든 국민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국가기관에 문서로 청
VOL. 1260 김진호 화백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은을 멸망시킨 주는 봉건을 시행할 때 건국에 가장 공을 세운 주공단(周公旦)과 여상(呂尙)을 산동지역에 봉했다. 그러나 각자 통치기반을 구축하는 방법은 상반적이었다. 주공은 무왕이 죽은 후 섭정하느라고 봉지인 노(魯)를 아들인 백금(伯禽)에게 맡겼다. 백금은 아버지 대신 건국의 책임을 지고 곡부로 갔다가 3년이 지난 후 돌아와 보고했다. 주공은 아들에게 왜 이렇게 늦었느냐고 물었다. 백금이 대답했다. “노에 원래 있었던 풍습과 습관은 물론 예의와 제도도 바꾸느라고 늦었습니다.”백금과 같은 시기에 봉지로 출발했
박상병 정치평론가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18일 광주로 가서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다. 다 함께 5.18민주화운동의 상징곡이 된 ‘임을 위한 행진곡’도 제창했다. 보수정당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더 진화된 국민의힘, 나아가 ‘국민통합’을 위한 진정성을 보이려는 의지로 보인다. 반갑고 환영할 일이다. 언제까지 광주의 아픔을 음해하고 적대로 몰아서 정쟁과 진영 대결의 수단으로 삼을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5.18민주화운동은 과거 신군부 세력의 공작으로 10년 가까이 ‘폭동’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써야 했으
정부가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합류를 공식 확정했다. 21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IPEF 참여가 공식 발표되고, 이달 24일 일본에서 열리는 IPEF 출범 정상회의에 윤석열 대통령이 화상으로 참석한다는 소식이다. 국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지만, 아직 단언하기는 이르다.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는 기본적으로 갈등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미 RCEP에 가입돼 있다. 국제 통상에 대한 우리 셈법이 더 복잡하게 됐다.올 초 발
국가정보원이 19일 “북한이 코로나19 시국이긴 하지만 미사일 발사 징후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핵실험 준비도 다 끝났고 타이밍만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국회 정보위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전체회의에서 국정원 북한 국장이 보고한 내용이다. 북한 핵실험 동향은 이미 미국 등에서 계속 언급돼왔던 사안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국정원장이 교체된 이후 나온 ‘공식 보고’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이날 국회 정보위 여야 간사인 국민의힘 하태경,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기자들에게 전한 내용을 보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는
박관우 역사작가/칼럼니스트1907(융희 1)년 4월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합류한 이상설(李相卨)과 이준(李儁)은 그 해 5월 21일에 러시아 귀화 2세인 차니콜라이의 안내를 받아 시베리아 철도편으로 러시아의 수도 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하였다.6월 중순에 그곳에 도착한 그들은 전 러시아 공사 이범진(李範晉)의 아들 이위종(李瑋鍾)이 합류하여 비로소 특사단의 진용을 갖추었다.이와 관련해 특사단의 활동자금은 고종황제(高宗皇帝)의 내탕금(內帑金)에서 2만원이 지원되었으며, 또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김학만(金學萬)과 정순만(鄭淳萬)이 한인들로부터
최병용 칼럼니스트2022년 스승의 날이 휴일이어서 “모처럼 조용히 지나가 마음이 편했다”는 후배 교사들이 많다. 교사 대부분이 국제교육연맹(EI)이 정한 세계 교사의 날인 10월 5일로 스승의 날을 옮기던지, 교권 추락으로 스승이란 개념 자체가 없어진 만큼 스승의 날 폐지를 원한다는 조사도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전국 남녀 교원 8431명을 대상으로 ‘다시 태어난다면 교직을 선택하겠느냐?’는 물음에 긍정 응답률은 29.9%에 그쳤다니 교사의 자긍심마저 사라졌다.지금은 과거처럼 교사를 스승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부르는 사람도 없
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2년 4개월 넘게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 집콕’으로 답답해지는 마음을 풀기 위해 거의 매일 ‘만보 걷기’를 실행해오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둘레길이나 천변 길을 걸으면 머릿속에 어지럽게 담겨져 있던 이런 저런 생각들이 가다듬어지며 새롭고 즐거운 추억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만보 걷기로 자주 걷는 산책길은 집을 나서 15분 정도 걸으면 접할 수 있는 양재천변 길이다. 천변 길을 걸을 때 주로 천변 갓길을 따라 걷다가 요즘은 천변 옆 둔덕 상단에 조성돼 있는 길을 자주 걸으며 터널 길 걷기의 추억을 만들고 있
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스승의 날은 스승에 대한 존경심을 높이고 교권 존중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높이기 위해 제정된 기념일이다. 수십년 전부터 스승의 날에는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며 감사를 전하는 교실 풍경이 그려졌지만 이마저도 어색하고 사라지는 느낌이다. 학교 현장에 있는 일부 교사들은 스승의 날을 폐지하거나 휴무일로 지정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최근 학생 인권을 강화하면서 스승의 의미는 조금씩 퇴색돼 가고 ‘스승’이라는 호칭 대신 ‘쌤’, 심지어 ‘담탱이’라는 단어까지 학생들이 사용하면서 선생들 스스로도 ‘스승의
VOL. 1259 김진호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