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태풍의 위력과 같은 큰 바람이 전국을 강타하고 지나갔다. 아니 지금도 거센 바람은 좀처럼 누그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엔가 홀린 듯 우리의 생각이 빼앗기고 있다. 지난 3월 11일 입적한 법정스님의 얘기다. 법정스님의 산문집 ‘아름다운 마무리’는 주간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가 하면, 그동안 출간한 서적들은 ‘품귀’에서 ‘품절’로 바뀌는 사태까지 벌어지며 불교도뿐 아니라 종파를 넘어 세인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 중심에 그가 남긴 ‘무소유(無所有)’ 정신이 있다. 평생을 신앙인으로 올곧은 길을 걸어오셨고,
김길태 사건을 계기로 사형제 부활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청송감호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사형을 전제로 한 사형시설을 갖추라고 지시했다. 이와 함께 이 장관은 이중처벌과 인권침해 논란으로 폐지된 보호감호제를 부활시켜 흉악범에 대한 국가적 관리에 나서겠다는 발언도 했다. 이 장관의 발언은 성폭행을 비롯한 중범죄로 국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해소시키기 위한 내용으로 해석되지만 과연 사형제가 강력범죄 예방책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나라당 역시 사형제 부활에 찬성 의견을 내세우고 있다. 한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 김예슬 씨가 스스로 대학을 그만두었다. 그의 자퇴서 전문을 읽고 또 읽어보았다. 처음엔 가슴이 답답하더니 두서너 번 찬찬히 더 읽어 보며 가슴이 뜨거워져가는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한 마디 한 마디는 표창처럼 가슴에 꽂혀 왔다. 바로 그 또래의 대학생 딸을 둔 아빠로서, 또한 30여 년 전 질풍노도처럼 시대의 아픔에 동참하겠다며 대학 캠퍼스를 질주하며 살았으나 어느덧 보수적 기성세대가 돼 버린 나약한 중년으로서 만감이 교차했다. 이 모든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김 씨는 자퇴서 서두에서 이렇게
불교계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큰 가르침을 주셨던 법정스님이 지난 11일 입적하셨다. 참으로 비통한 일이다. 누구나 세상을 떠나면 관에라도 모시지만 법정스님은 그 또한 소유라고 보셨는지 한 겹 가사(袈裟)만을 덮고 연화대에 올라 홀연히 떠나셨다. 사회의 큰 인물이 세상을 떠날 때 많은 이들이 추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여러 곳에 차리는 빈소는 말할 것도 없고, 영결식조차 없이 떠나시는 큰 스님을 보내드리는 서운함과 아쉬운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여전히 범인(凡人)이기 때문일 것이다. 고귀한 글귀가
2010년 1월 12일 중앙아메리카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 인근에서 리히터 규모 7.3의 지진이 발생하여, 대통령 궁과 국회의사당을 비롯한 주요 건물들이 붕괴되었고 피해자 수가 아이티 전체인구의 3분의 1에 달하는 3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이어서, 2월 27일 새벽에는 규모 8.8의 강진이 칠레의 제2수도 콘셉시온 연안에서 발생하여, 795명의 사망자와 200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하였다. 지난 3월 8일에는 터키에서 규모 6.0의 지진이 일어나 50여 명이 사망하고 70여 명이 부상당하는 등 강력한 지진이 연속적
대학원 강의를 맡고있는 한국체대 캠퍼스 구석 구석을 둘러보았다. 한체대 4년생인 모태범, 이승훈, 이상화 등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금메달 3총사’가 화려하게 개선한 직후인 이달초였다. 평상시 강의실만 왔다갔다 하다가 큰맘먹고 학교 전체를 살펴보기로 한 것이다. 금메달의 산실이 된 학교의 속내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금메달의 산실이라고 하기에는 많은 것이 부족해 보였다.서울 송파구 오륜동 올림픽공원 안에 자리잡은 국립대학인 한국체대는 대학교치고는 규모가 아주 작은 편이다. 9만평방미터 크기의 학교를 돌아보는데
연꽃은 7ㆍ8월 여름 연못에 흔하게 피는 꽃이다. 1~2m의 키로 뿌리는 더러운 진흙에 묻었으면서 물위에 고개를 쑥 내밀어 깨끗하고 아름다운 꽃으로 핀다. 사람과 마주하면 그 사람이 누구든 또 무엇하는 사람이든 전혀 스스럼없이 먼저 반기고 온화하게 미소 짓는다. 가장 흔하지만 겸손하고 지극히 청결하며 고귀한 꽃이다.바람이라도 부는 날이면 사람의 능력으로는 못 만들 자연의 풋풋하고 그윽한 향기를 바람이 멎는 데까지 실어 보낸다. 그 향기는 불타는 여름 더위를 식혀주고 세속에 찌든 마음을 시원하게 씻어준다. 피조물인 어느 생명 하나라도
얼마 전 서점가의 오랜 추태 중 하나인 사재기를 한 출판사들이 적발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출판물불법유통신고센터는 40여 일 동안 조사를 해 봤더니 4종이 사재기를 통해 전국의 유명 서점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랐으며 이는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사재기 금지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해당 출판사를 문화체육관광부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출판 산업은 문화 예술 분야의 기본으로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그만큼 자부심을 갖게 되고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아왔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겉으로 드
때는 비록 철늦은 눈과 꽃샘추위가 머뭇거려도, 삼일절과 경칩이 지나 봄기운이 이미 온 천지 산하에 펼쳐지고 만물이 소생하려 하고 있는 이즈음, 스님께서는 어인 일로 이 ‘시간과 공간’을 떠나려하십니까? 하긴 많이 피로하셨을 줄 짐작합니다. ‘삶과 죽음이 둘이 아니며, 죽음이 곧 새 삶의 시작’이라고 하셨지만, 떠나심을 어찌 막을 수 없는 남은 이들은 안타깝기 한이 없습니다. 아쉽고 섭섭한 마음을 이웃과 몇 마디 나누고 싶습니다.제가 스님을 처음 뵌 지 어느덧 40년이 지났습니다. 스님께서 서울 봉은사 다래헌에 계실 때였습니다. 가야
주요 도서(島嶼)를 포함한 한반도는 하늘이 허락한 천(天)의 요새요 요충지며 복 받은 땅이다. 왜 우리 민족은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토록 외세의 침탈야욕에 시달려 왔어야 했는지를 이제라도 특정인이 아닌 모든 국민이 알아야할 때가 왔다.면면이 이어온 역사가 증명하듯, 지도자요 권력자며 지배세력이라고 하는 그들은 자신들의 유익을 위해 민족과 영토를 이용해 왔고, 백성 즉, 민초들은 그들이 저지른 비극의 희생양이요 피로 얼룩진 역사의 산 제물이었다, 그렇듯이 민족의 불운과 함께 위험에 처한 국력과 국토의 회복은 늘 민초들의 몫이었음
사촌이 논 사면 배 아프다는 우리 속담은 국가 간의 일로 의미를 확장해도 기가 막히게 잘 들어맞는 것 같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 금메달리스트인 한국의 자랑 김연아의 성공에 대해 지리적인 이웃사촌 일본 사람들이 몹시 배 아파하는 모습이 역력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김연아에 무릎 꿇은 은메달리스트 아사다 마오의 패배를 깨끗이 인정하는 데 굉장히 힘들어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일부 일본 언론은 심판들의 채점 모습을 몰카로 찍어 마치 채점에 무슨 잘못이 있는 것처럼 냄새를 피우고 또 어떤 언론은 김연아의 귀고리 착용이 IOC(국제올림픽위원
월남 이상재 선생님의 삶과 정신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아마도 ‘한마음(一心)’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선생님의 친필 단구(短句) 가운데 대표적인 유품은 ‘일심상조불언중(一心相照不言中)’이 아닐까 합니다. 말이 없어도 한마음은 서로 밝게 합일한다는 깊은 뜻입니다.전택부 님은 ‘일심은 일편단심(一片丹心)의 준말’이라고 믿었습니다. ‘한 조각 붉은 마음’은 하나뿐인 참되고, 불변하고, 하늘(한울)처럼 높고, 넓고, 큰 마음(心)입니다. ‘心’은 심장을 그린 글씨입니다. 그래서 붉게 타면서 뜨겁게 생동하며 삶의 동력이 되는 것이어
필자가 현재 폴란드 주재 북한대사로 재임하고 있는 김평일 대사를 언론을 통하여 최초로 보게 된 순간, 그 첫인상에 강렬한 느낌을 받은 기억이 있는데, 그러한 일이 하나의 계기가 되어 본격적으로 김 대사의 행보에 비상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재작년에 다른 매체를 통하여 처음으로 김 대사 관련 칼럼을 기고한 바 있다. 김평일 대사는 김일성 주석의 차남으로 1954년 8월 10일 출생하였으며, 1977년 김일성 종합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한 이후 호위사령부 장갑차 대대장 및 인민무력부 작전국 부국장을 역임하였으며, 김 주석이 생전에 군(
대한불교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는 지난 3일 대한축구협회에 ‘국가대표 축구선수는 공인으로서 개인의 종교적 신념이 표출되는 행위는 타인의 종교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로 최대한 자제해야 할 것’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 파문이 일었다. 물론 공중파에서 정도를 넘어선 종교행위를 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개인 신앙의 발로에서 나온 감탄사나 몸짓까지 제재에 나서는 것 또한 종교자유 침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조계종이 자제해달라고 말한 국가대표 축구선수의 기도 세레모니는 이와 같은 이유에서 또 다른 종교편향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공영방송 MBC가 또 사고를 쳤다. MBC 아침 방송 프로그램에서 자사 기상캐스터인 박은지 씨가 몸매 교정을 위해 속칭 엉덩이 패드를 사용하고 있다고 방송해 빈축을 샀다. MBC는 방송에서 “일기예보 중에도 뒷태가 달라진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천국과 지옥을 넘나들게 하는 이것의 정체는 무엇일까요?”라는 자극적인 멘트를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MBC는 박 씨의 기상예보를 내보내면서 자막처리를 하지 않았고 모자이크 형식도 취하지 않아 박 씨가 엉덩이 패드 사용자인 것으로 기정사실화 했다. 당사자인 박 씨는 자신의 미니홈피에 “방송
어느 미국인 영어강사가 한국어를 막 배웠다. 가게에 가서도 어눌한 발음으로 더듬거리며 한국말로 주문했다. “햄 샌드위치 한 개 주세요.” “원 오아 투?”라며 한국인 점원이 영어로 묻는다. 그 영어강사는 계속 한국말로 하고 한국 사람은 끝내 땡큐로 마무리한다. 돌아서며 그 미국인은 “한국말 배우고 싶어요! 한국 사람들은 왜 내게 영어로만 말해요?” 한다. 한국인으로서 부끄러워 이런저런 궁색한 말을 늘어놓았더니 그동안 한국 사람들한테 정말 이상한 것이 있었다며 물었다. ‘헤어질 때 전화하겠다고 하고는 전화를 안 하더라는 것’이었다.
조선조 500여 년 동안 각 임금들의 치세 기간 중에 인재를 가장 많이 배출한 인물을 꼽으라면 선조의 재임 기간도 만만하지 않다. 퇴계, 율곡 등 우리에게 학문적 사상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 기라성 같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젊은 재상이었던 유성룡은 학문이 깊고 도량은 넓어서 국가의 중요한 대사와 외교문제는 대부분 그의 머리에서 나와 채택되었다. 유성룡에게 운룡이라고 하는 형이 있었다. 너무나 명석하고 훌륭한 재상 아우를 둔 덕분에 그 형은 그늘에 가려 바보 취급을 당하고 있었다. 세상 사람들은 운룡을 어리석고 주변머리가 없다고
1990년 10월 8일 당시 김대중 평민당 총재는 노태우 정권의 내각제 개헌 포기선언과 지방자치제 전면실시, 군의 정치개입 중지 등 4개항을 요구하면서 당사에서 무기한 단식투쟁에 들어간다. 평민당 의원들도 이날 의총을 열고 김 총재의 단식에 동조해 당사에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간다. 김 총재는 단식을 13일이나 계속하다 그달 20일 여당인 민자당이 지방자치제(지자제) 등을 긍정적으로 논의하겠다는 정국 타결안을 제시하자 중단한다. 여야는 이후 정치협상을 계속한 끝에 그해 12월 정기국회에서 ①1991년 6월 30일 이내에 지방의회 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