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연 통섭예술인 은행잎이 바닥에 뒹굴더니 청소부 아저씨의 빗자루에 쓸려 리어카에 실려 간 후 가을은 저만치 갔다. 시장 바닥 갈색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긴 노오란 모과마저 팔리고 나면 그 바구니에는 하얀 눈이 가득한 계절이 올 것이다. 이러한 자연의 변화는 예술을 자극한다. 며칠 전 대전에 있는 ‘이응노 미술관’에서 오랫동안 멀리 프랑스에서 몰입하며 작업을 했던 문신, 이응노의 2인전을 보면서 나도 작업에 집중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작가는 작품으로 말하는 것인데 내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진정한 이유가 무엇인가? 난 용기를
남균우 왕인문학회 회장 소설가 그때 마침 상문이가 친구가 있으니까 장난을 했다. 가해자인 성욱이는 장난에 신경을 쓰다가 틀려서 100원을 날렸다. ‘너 때문에 틀렸으니 돈을 물어내라’ ‘못한다’ 옥신각신하다가 그날은 어떻게 해선지 끝이 났고 그 다음 날 학교에 일찍 등교해서 다시 시비가 붙어 ‘100원을 내라’ ‘못 낸다’ 다투었던 것이다. 못 물겠다니 주먹이 올라갔고 맞은 피해자는 같이 대들어 싸우다가 힘이 강한 가해자 성욱이가 엎어 놓고 때렸나 보다. 그런데 문제는 요사이 아이들의 정신상태다. 동료들이 싸우면 말려서 화해를 시키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의원 원장 최근 일본에서는 결혼식이 아닌 ‘이혼식’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이혼식은 이미 2년 전부터 시작되었지만, 지난 3월 대지진 이후 급증했다고 한다. 이혼을 결심한 부부는 일가친지가 참석한 가운데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고 결혼반지를 함께 망치로 부수는 의식을 치른다. 마치 결혼식을 연상시키는 장면이다. 이웃나라 일본의 이혼식 뉴스를 듣고 나서 필자는 잠시 우리나라의 이혼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과거와 다르게 이혼이 흔해진 지 한참이다. 이혼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테고, 각 부부 간에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국립서울현충원이 지난 2009년 현충일을 맞아 1만 7000여 명의 국민이 직접 손도장을 찍어 제작된 초대형 태극기를 다시 전시한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그런데 16일 기자가 전시장을 방문했을 때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전시장에는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생전 활동상과 당시의 배경을 담은 600여 점의 사진과 실물들이 시대별로 정리돼 있었다. 손도장 태극기는 마지막 전시관인 제3전시장에 게시돼 있다. 국민들이 자신의 이름을 새기고 그 위에 직접 찍은 손도장으로 빼곡한 태극기였다. 태극기에 대한 소개가 적힌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종교를 가진 종교인들이 있다. 종교백화점으로 불릴 정도로 다양한 종교가 섞여 있지만 이들 종교로 인한 마찰이나 충돌은 그리 많지 않아 세계가 놀랄 정도라고 한다. 이라크, 나이지리아, 콜롬비아, 파키스탄, 인도처럼 종교로 인한 교회 테러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나라가 있는 반면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지만 유혈사태와 같은 크나큰 충돌이 없기 때문이다.허나 이는 숲 전체를 보았을 때의 이야기에 불과하다. 나무 하나, 하나를 보게 되면 대한민국 또한 종교로 인한 마찰을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외려 같은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인한 폐해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숨 쉰 채 발견’이라는 말이 마치 유행처럼 번져 유명인들의 사망설을 낳기도 했다. ‘숨진 채 발견’이라는 말을 인용한 듯한 ‘숨 쉰 채 발견’이라는 말이 SNS를 통해 급속하게 퍼지면서 살아 있는 사람을 순식간에 ‘죽은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는 웃지 못 할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뿐 아니다. 공직자나 유명인들이 SNS에 올린 글이 일파만파로 퍼져 올린 이의 의도와는 다른 뜻으로 확대 재생산되기도 하고, 기사화되기도 하면서 피해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를 둘러싸고 국회에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5일 국회를 방문해 ‘한미 FTA 발표 후 3개월 내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논의’ 방안을 민주당에 제시했다. 이와 관련 미국 통상당국도 “FTA 발효 후 양국이 설립기로 한 서비스‧투자위원회에서 ISD 등 한국이 제기하는 어떤 이슈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다”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민주당은 FTA의 국회 비준동의안 처리를 위한 이명박 대통령의 ‘선(先) FTA 처리-후(後) ISD 재협상’ 제안을 거부함에 따라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20대 도둑이 크게 늘었다는 소식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왔어도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해서는 안 될 짓을 하는 청년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가슴 아픈 일이다. 열정과 꿈 그리고 패기로 앞날을 열어가야 할 꽃다운 청춘들이 범죄의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청년 실업이 우리 사회의 큰 문제이긴 한데 특히 남자들이 더 심각하다. 최근 어느 통계자료에 따르면 몇 년 새 젊은 여성들의 취업률은 크게 늘어난 반면 남성들의 경우 오히려 떨어졌다는 것이다. 여성들이 대학 졸업 후 취업에 더 적극적이기 때
이병익 정치평론가 한미 FTA의 국회인준을 둘러싸고 여야의 힘겨루기가 막장을 향해 달리고 있다. 한나라당은 FTA 재협상의 결과를 받아들이자는 입장이고, 민주당을 비롯한 민노당과 진보시민세력은 절대불가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내 온건파 의원들의 타협안이 대두되면서 야권은 국회인준 절대불가의 입장이 도전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온건파들은 무리한 국회통과 대신에 타협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어 보인다. 한미 FTA는 지난 노무현 정권 때 한나라당의 지원을 받아서 국회비준을 통과시킬 수 있었으나 미국의 태도가 불
최상현 주필 1941년 12월 7일 일요일이었다. 이날 아침 하와이 오아후 섬 진주만(Pearl Harbor)은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날씨는 쾌청해 구름 한 점이 없었다. 하지만 고요한 일요일 아침의 평화는 곧 지옥으로 변한다. 어디선가 까마귀 떼처럼 새까맣게 몰려온 전폭기들의 폭격이 시작된 것이다. 그 비행기들은 더 말할 것 없이 일본 연합함대의 항모에서 발진한 일본군 전폭기들이었다. 선전 포고 없는 기습이었다. 이날의 기습을 위해 일본 연합함대는 11월 26일 일본을 출발해 5천 마일 이상의 거친 태평양을 12일이나 항해해왔다.
박종윤 소설가 왕위 계승에 대한 불만이 많은 오나라 공자 광은 인재들을 모아 왕위 찬탈을 노리고 있었다. 요왕 8년에 왕은 광에게 명령하여 다시 초나라를 치게 했다. 장군 광은 초나라를 공격하여 옛날 패전을 설욕했다. 그때 거소에 옮겨 살고 있던 초나라 태자였던 건의 어머니를 데리고 돌아와 오나라에 자리를 잡아 주었다. 광은 다시 북쪽으로 군사를 몰아 진(陳)나라와 채를 공격했다. 이듬해 다시 초나라를 쳐서 거소, 종리 두 고을을 함락시켰다. 싸움의 발단은 두 나라 아가씨들의 말다툼에서 비롯되었다. 국경 가까이에 있는 오나라와 초나
이진 보스턴 주재기자 특히 이러한 모습은 학교와 회사 주변이라면 더더욱 심해서 무단횡단 광경은 매일 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WALK’ 신호나 사람 모양의 신호가 밝은 하얀 신호로 바뀔 때까지 참고 기다렸다가 제대로 건너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싶을 정도로, 교통 신호를 제대로 지켜가며 길을 건너는 사람은 열에 하나둘 있을까 말까 하다. 특히 필자가 사는 보스턴의 경우 학교가 많고 길이 복잡하게 형성되어 있어서인지 이러한 현상은 더 심한데, 이는 아마도 주마다 법을 지키는 부분에 있어서 조
우리는 정확히 지금으로부터 494년 전 즉, 1517년 10월 31일 루터의 종교개혁을 잘 알고 있다. 종교가 타락했을 때, 루터가 95개조의 반박문을 인쇄물로 만들어 비텐베르크 성당 정문에 붙임으로써 종교의 부패와 타락으로부터 과감히 벗어날 것을 주문했던 종교개혁의 시작일이다. 오늘날도 그때와 같이 95개 조항을 발표하면서 또다시 부패한 작금의 종교세계를 향해 종교가 개혁할 것을 주장하고 나오는 개신교 단체가 있어 화제다. 그들이 주장하는 종교개혁의 주된 대상은 다름 아닌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다. 이는 약 500년 전엔 가톨
현대사회를 생명경시 풍조가 만연한 사회라고 한다. 생명경시라고 하면 살인과 자살과 같이 직접 목숨을 해치는 일만을 생각할 수 있겠으나 생명을 싹틔우는 정자를 사고파는 행위 또한 생명경시로 볼 수 있다. 이런 풍조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요즘 인터넷에는 정자를 판다는 내용의 글들이 적지 않게 올라오고 있어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정식 입양기관을 통하지 않고 인터넷이나 브로커를 통한 불법입양이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자까지 상품화하고 있으니 참으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아기를 갖기 어려운 불임부부들이 혈액형 외에 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자신이 보유 중인 안철수연구소 지분(372만 주) 중 절반(14일 종가 기준 1514억 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안 원장은 15일 오전 융합과학기숙대학원 앞에서 1500억 원 상당의 안철수연구소 주식 지분을 사회에 환원키로 한 것에 대해 “다른 목적을 갖고 있지 않다. 오래전부터 생각해 왔던 일을 실행에 옮긴 것일 뿐”이라고만 간략히 답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내년 대선을 겨냥한 본격 정치 행보의 시작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을 쏟아내고 있다. 이번 행보가 정치적 행보냐 아니냐를 논
장순휘 한국문화안보 연구원 사무총장 지난 11월 11일 11시 11분 11초에 홍천실내체육관에서는 11년 전에 육군 제11사단에서 동고동락했던 화랑부대 전우들이 다시 모이는 행사가 열렸다. 11년 전 장병들이 자발적으로 재회 약속을 하고 회비를 모금한 후에 각자 전역 후 부대를 떠났었고, 일부 부사관을 제외하고 모든 장교와 부사관 역시 타부대로 전출을 갔거나 전역하여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바쁜 일상에서 11년 전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다시 모이는 만남행사를 한 것이다. 더욱이 행사비용 6000여만 원을 11년 전에 병사는 5천 원
이재술 정치컨설팅 그룹 인뱅크코리아 대표 지금 이 나라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때문에 괴담과 진실공방이 한창이다.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해서는 필자가 논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것이 정말 필요한 제도인지,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많은 서민들의 삶이 정말 좋아지는 제도인지, 자동차 등 대기업 배만 불리는 제도는 아닌지 이런 것들에 대해 솔직히 확신이 없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찬반 양론을 가진 자들은 서로가 지켜야 할 규칙과 법이 있는 것이다. 찬반론자 모두 이 나라를 위한다는 우국충정의 입방에 서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전투함인 거대한 항공모함의 비행갑판 위에서 대학농구경기를 가진 것은 기발한 발상이었다. 전투 비행기가 쉴 새 없이 날아다니고, 증기의 힘에 의해 시속 150마일(약 240km)까지 가속해 비행기를 이륙시켜 전쟁지역으로 날려 보내는 ‘캐퍼펄트(증기 사출기)’가 장착된 항공모함에서 한가하게 대학농구를 가졌으니 말이다. 소설이나 영화보다 더 재미있는 이야깃거리였다. 세대와 믿음, 가치 등 좌우 양진영 갈등의 골이 심화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군사시설에서 이렇듯 스포츠경기를 했다면 어떤 반응과 여론들이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