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들이 제석(除夕, 섣달그믐)날 밤에 자정이 지나면 인가의 문밖에 와서 ‘재 올릴 쌀을 주시오’하고 크게 소리를 지른다. 그러면 수세(守歲)하느라고 모여 앉아 떠들며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있다가 이 소리를 듣고 서로 돌아보며 ‘벌써 새해가 다 되었군’한다”고 ‘열양세시기’에 기록돼 있다.설이 되면 스님들이 북을 등에 걸머지고 저잣거리에 내려와서 법고(法鼓)를 치며, 집집을 돌며 염불하며 권선(勸善)한다. 이때 스님들은 떡을 만들어 속가에 주는데 스님이 떡 한 개를 주면 속가에서는 두 개의 떡을 준다. 예로부터 절에서 만든
본문 : 마 21:33~43옛 고담(古談) 소설에 만고(萬古) 효녀 심청이 소경인 부친의 눈을 뜨게 하려고 공양미(供養米) 300석에 팔려, 선창(船艙)에 서서 두 손 모아 신령님께 우러러 빌 때, 산천도 울었고 초목도 울었다고 한다. 이 심청은 인당수(印塘水) 깊은 물에 빠졌다가 3일 만에 부활하여 왕비가 되었고,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초림으로 오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은 밤 같은 세상에 소경들의 눈을 뜨게 하시려고, 은전(銀錢) 30냥에 팔려 십자가상에서 하늘을 우러러 하나님께 기도하셨고, 죽으신 지 3일
정라곤(논설위원, 시인) 아파트에서 내려다보면 공터에 빽빽한 나무들이 가벼운 잎조차 미동 없이 한가로이 서있다. 5월의 마지막 일요일이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다. 지방선거일을 불과 10일 앞두고서 예전 이맘때 같았으면 유세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로고송이나 가두연설로 시끄러웠을 터인데, 그런 현상 없이 조용하기만 하다. 외출하면서 동네에서 선거벽보나 플레카드라도 보지 못했다면 4년 만에 치러지는 지방선거가 있는지도 모를 만큼 모든 게 조용한 시기다.푸름이 더해가는 신록의 계절인 지금은 활동하기가 딱 좋은 철이다. 우리 생활 주변에서 활기가
VOL. 56 김진호 화백
6.4지방선거가 ‘세월호 참사’의 후유증이라는 복병을 만나 휘청거리고 있다. 도무지 선거분위기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후보자들이 유세에 열을 올리고 그를 따르는 몇몇 조직원들이나 고용된 선거운동원들이 관심이 있을 뿐이지 유권자들의 관심이 별로 없다.그런 판이니 이번 지방선거에서 미리 준비를 해둔 유세차 제작회사나 홍보 회사들은 반타작도 못하고, 선거관련 책자나 사전 연수도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선거의 본질에서 선거의 3요소는 바람(정당), 구도, 텃밭이라 한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와 정치적 불신으로 유권자들이 정
가정의 달 오월이 되면 사람들은 자연이 주는 싱그러운 신록으로 인해 저마다 마음속에 아름다운 풍경을 담게 되고 일상에서도 희망과 활기가 넘친다. 그러면서 젊은이들은 “청자빛 하늘이 육모정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못 창포 잎에 여인네 맵시 위에 감미로운 첫여름이 흐른다”로 시작되는 노천명(1912∼1957) 시인의 ‘푸른 오월’이란 시를 외우곤 했다. 그렇게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오월이 국민의 가슴에 아픔과 회한을 남겨두고 지나가고 있다. 엘리엇 시인이 “4월은 잔인한 달”이라 설파했지만, 그 잔인한 달에 일어난 어이없는 세월
이병익 정치평론가 선거일이 이제 9일 남았다.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선거가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차분하게 진행되고 있다. 과거에 선거 때 들어왔던 시끄러운 확성기 소리를 듣지 않아서 좋다는 사람들도 많다. 과거 선거 때만 되면 시끌벅적하던 분위기는 이미 볼 수가 없어진 지 오래됐고 이제는 미디어의 효과로 이미 후보자에 대해서 알 수가 있을 정도는 됐다.또 마음속으로 지지정당이나 후보를 정해둔 상태에서 과도한 선거유세는 역효과를 볼 수가 있기 때문에 후보자들은 정중동의 움직임을 보여 왔다. 더구나 이번 지방선거는 애도의 분위기
손석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건망증이란 기억장애의 한 종류로서 머릿속에 이미 저장되어 있는 각종 정보를 잘 떠올리지 못하거나 자주 잊어버리는 상태를 말한다. 예컨대 사람이나 사물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과거에 있었던 경험을 잊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건망증을 호소하면서 병원을 찾고 있다. 이른바 주부 건망증이다. 왜 주부들이 건망증에 잘 걸릴까? 먼저 단순한 가사 노동의 반복과 일의 과부하 때문이다. 빨래, 청소, 설거지 등 가사노동은 대부분 노련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아
[독도시] 독도야 ! 너는 - 천숙녀
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인천에 상륙하라우.” 북한의 아시아경기대회 참가는 이미 지난 4월 당중앙위원회 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김정은의 결론으로 결정됐다고 소식통은 전하고 있다. 3, 4, 5월은 북한에게 협박과 도발, 대화의 사이클로 이어지는 ‘도발계절’이다. 다만 올해는 이 사이클이 거꾸로 대화, 협박, 도발로 순환됐다. 5월 말로 김정은은 도발과 협박을 거두어들이고 대화모드로 전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벌써 북한의 외무상 이수용이 중동과 아프리카 순방을 위해 평양을 떠났고, 이용남 무역상도 러시아와 시리아 방문을 위
이대로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지금 유엔의 공용어는 영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중국어다. 그러나 누리통신이나 경제력과 국제 영향력으로 볼 때 우리말이 국제어로 채택될 길이 멀지 않았다. 2007년 세계 지식 재산권 기구(WIPO) 총회에서 한국어가 국제특허협조약 국제 공개어로 채택됐다.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힘쓰는가에 따라 곳곳에서 우리말이 공식 언어가 되고 널리 쓰이게 될 것이다.현재 중국의 주요 관광지 알림글은 중국어, 영어, 일본어, 한국어로 돼 있다. 우리말이 중국에서 5대 공식 언어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아산경찰서 배방지구대장 경감 배한욱“빨간 불일 때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을 막을 수 없다면 강도도 막을 수 없다.”이는 1994년 미국의 거대도시 뉴욕시장으로 취임한 루돌프 줄리아니(Rudolph Giuliani)의 말이다.그의 말에 표현이 다소 과장됐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차된 차 유리를 부수는 행위나 건물 외벽에 낙서하는 행위, 무임승차 등 경미한 범죄를 집중단속한 결과, 연간 살인사건이 절반가량으로 감소했다는 외국의 통계를 보더라도 중대한 범죄는 경미한 범죄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또한 우리 일상에
본문 : 요 1:1~13, 요 3:1~6, 갈 3:23~28(갈 4:1~7)태초의 말씀과 계시될 믿음은 무엇을 말한 것이며, 나와는 무슨 관계가 있는가? 초림 때 천국 비밀에 대해 비유로 말씀하신 것과 재림 때의 실상(계시록의 실체들)과는 어떻게 다른가? 이 질문에 대해 하나님의 뜻과 마음을 아는 사람은 나같이 말할(답할) 것이다.바울이 고린도전서 13장에 기록하기를 “우리가 부분적으로 알고 부분적으로 예언하였으나, 온전한 것이 올 때에는 부분적으로 하던 것은 폐하게 되고, 그 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대하여 볼 것이라”고 하였다. 이
심옥주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 소장 근래의 세월호 사건을 접했던 한국의 어머니라면 마치 내 자식을 잃은 듯 참담함과 미안함으로 가득한 슬픔을 공감했을 것이다. 한 생명이 잉태되고 태어나면서 어머니와 자식의 관계는 더욱 밀착된다. 그리고 자라면서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은 배가된다. 이런 관계는위기에 봉착할 때 평소 숨죽이고 있었던 힘을 발휘하는 역사 속 어머니의 행보에서도 잘 나타난다.한일병합(韓日倂合)으로 나라의 통치권이 빼앗기고 식민지국으로 전락했을 때, 한국 어머니들은 구국 활동에 앞장섰다. 독립운동의 일선에 자식과 남편을 보
VOL.13
VOL.55 김진호 화백
22일 6.4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여야 모두 세월호 참사 이슈를 내세워 득표전에 나섰다. 그러나 재난 안전 대책이나 세월호 사고 수습 방안을 내놓기보다는 상대방 비판에 주력하는 모습이어서 씁쓸함마저 느끼게 한다. 전 국민을 비통에 빠트린 세월호 사건이 선거 공세 수단의 하나로 전락한 느낌이다. 지방선거 국면에서 시작된 세월호 국회가 텅 빈 것은 이 사건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이 어떠한가를 말해준다. 지난 21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자리를 지킨 의원은 손에 꼽을 정도다. 회의 개회 정족수마저 차지 않아 예정된 시간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혁신이 점점 탄력을 받고 있다. 대국민담화에서 ‘해경 해체’ 등의 강수를 둔 이후 이제는 인적 쇄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혁신 중에 가장 기본적인 것은 사람을 바꾸는 것이다. 어떤 혁신을 하더라도 그 혁신에 부합하는 사람을 발탁하지 못한다면 혁신에 대한 의지는 진정성을 얻기 어렵다. 사람이 곧 혁신의 주체이기 때문이다.요즘 정치권 안팎에서 ‘내각 총사퇴’ 얘기가 심상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청와대 참모진까지 전면개편론이 불거지고 있다. 물론 어떻게 정리될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말 그대로 인적쇄신이 가시권에
VOL.126
최상현 주필 세월호 참사가 부른 후과(後果)는 박근혜 대통령의 비장한 사과와 엄중한 문책으로 진정돼가는 듯해 보인다. 여전히 저의가 의심스러운 일부의 선동과 정치 투쟁화의 기도가 잔존해 있긴 하지만 그 세(勢)는 급격히 위축되게 됐다. 박 대통령의 사과와 그가 제시한 수습책의 수위가 꼭 예상을 훨씬 뛰어 넘어서라기보다는 그의 특단의 의지가 마디마디에서 읽히어 주목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대통령이 국가 개조에 시동을 건 느낌이다. 대통령의 정책 의지를 받들어 국민에게 봉사하는 정부 부처는 대통령의 수족(手足)이나 다름없다. 그런 부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