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제 언론인마구잡이 개발로 국토가 성치 않다. 영화 ‘파묘’에서 호랑이 척추에 해당하는 한반도 허리를 훼손한 자리에 매국노 영가가 묻혀 있어 후손들에게 우환이 끊이지 않는다. 무당과 풍수사의 도움으로 파묘하고, 상처받은 땅을 치유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당대 최고의 풍수사는 목숨을 걸고 최후 순간까지 파묘의 근간인 땅을 지켜낸다.그는 “금(金)과 상극인 것이 목(木)이고, 물을 머금은 목은 능히 불에 달궈진 금을 이긴다”고 음양오행의 원리를 되뇐다. 그리곤 물기 머금은 나무로 금기 강한 일본 귀신(정령)을 때려잡는 장면이 생생하다.
흔히들 말한다. 역사는 밤에 일어난다고, 또는 산에서 시작해서 산에서 끝이 난다고 말이다. 이 같은 말이 괜히 있는 것일까. 주지해야 할 것은 구전돼 오던 모든 이야기는 아무 때에나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성인들이나 각 종교의 경서나 인류 또는 민족마다 전해온 구전들은 한때를 만나고 당했을 때 그때 그 시대 사람들에게 적용되고 해당된다는 점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이를 보다 정확히 인식시켜 주는 경서의 한 구절이 있으니, 범사엔 목적이 있고, 기한이 있고, 목적을 이룰 때가 있다고 한 바로 그것이다.필자는 가끔 전국에
박희제 언론인영화에서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만 거꾸로 흐르는 건 아니다. 한국 정치도 퇴행의 길을 걷고 있다. 복잡다단한 목소리를 수용할 사회적 합의나 미래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지 못한 채 거대 양당체제 속에서 서로 비난하고 헐뜯기만 한다.4.10 총선이 다가왔는데도 기후위기, 인구감소, 기술혁명 대처에 필요한 국가 대개조를 향한 비전을 제시하는 정치인들은 희박하다.지역 민심을 들어보면 한숨 소리가 크다. ‘좋은 선택’을 고민하는 유권자를 찾아보기 힘들고, 이번에도 가장 나쁜 ‘최악’ 보다 성큼 손이 나가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박희제 언론인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세계 곳곳에서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전쟁 현장의 고통스런 모습이 SNS와 TV 영상을 통해 실시간 중계된다.‘날 것의 영상’들이 진실을 전달하고,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게 하면서 전쟁과 갈등이 사라지도록 하는데 얼마나 기여할까? 대중들이 비극적 영상을 보고 슬퍼하고, 아픔을 공유하기도 하겠지만 어쩌면 타인의 고통을 ‘소비’하는데 그치고 있는지도 모른다.며칠 전 경기 가평에서 3만여 명이 모여 평화를 염원하는 종교 행사에 우연히 참석해 상념에 젖다 보니 필자 또한 그런 부
박희제 언론인서울대에 글로벌 스타트업 기업을 양성하는 ‘캠퍼스타운’이 있다. 4년 전부터 서울시, 관악구와의 협업을 통해 창업 불모지와 다름없던 관악캠퍼스 주변을 ‘창업 밸리’로 조성하기 위한 선도 역할을 하고 있다. 교수진과의 기술 연계, 맞춤형 컨설팅, 커뮤니티 활동 지원 등을 다채롭게 펼치고 있다. 대학동, 낙성대동 2개 거점센터를 중심으로 다양한 창업 및 지역 상생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입주기업에 창업 공간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이런 혜택 때문에 유망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 창업가들 사이에 캠퍼스타운 입주 경쟁이
박희제 언론인엊그제 120여 년 역사가 사라질 뻔한 초등학교에서 뜻깊은 민관협의회가 열렸다. 필자를 포함해 참석자가 20명 정도의 소규모 회의였으나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소통회의’라는 다소 거창한 명칭이 붙었다. 회의 장소는 인천 최초 공립학교인 창영초교 문화재관 사랑채. 일자형 적벽돌 2층에 아치형 현관문, 격자형 창틀, 나무 복도 등 근세 풍모를 간직한 건물이다.창영보통학교에 다니던 어린 학생들이 1919년 3월 6일 전화선을 끊고 동맹휴교를 선언한 뒤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며 거리로 뛰쳐나갔다. 현재 교정 안에는 ‘3.1
박희제 언론인‘길’은 토종 우리말이라 어감이 좋다. 그래서 넓고 질러가는 길보다 좁고, 돌아가거나 험한 곳에 길이라는 이름이 많이 붙는다.마을 뒤편의 ‘뒤안길’, 좁은 ‘고샅길’, 논두렁의 꼬불꼬불한 ‘논틀길’, 잡풀 무성한 ‘푸서릿길’, 호젓한 ‘오솔길’, 산비탈 기슭의 ‘자드락길’, 돌 많은 ‘돌너덜길’, 사람 자취 거의 없는 ‘자욱길’, 발자욱 없는 눈이 소복이 쌓인 ‘숫눈길’…. 요즘 도시에선 꺾이면서 사이사이로 연결된 골목길이 주목받는다.도심 공동화로 쇠락하던 골목길의 부활이 1990년대 중반 X세대 거점 홍대를 시작으로
박희제 언론인30대 회사원 A씨는 강아지의 생살을 찢고 내장칩을 꺼내 유기한 사건에 치를 떤다. 얼마 전 충남 천안에 사는 견주가 키우던 푸들과 말티즈를 버렸다가 정보 등록된 푸들의 칩을 통해 연락이 오자 이런 잔인한 짓을 한 뒤 두 마리를 또다시 유기했다.몸 안의 내장칩은 사라지고 푸들 옆구리에 깊게 파인 상처를 드러낸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자 천인공노로 들끓었다. A씨 또한 분을 삭이지 못하고 인터넷 댓글부터 살펴봤다.‘개 키우다 개 되는 세상’ ‘버림받은 고통의 상처투성이 눈빛, 인간에 대한 신뢰상실’ ‘천벌받을 개버린’ 등등.
박희제 언론인엊그제 인천 송도국제도시 A초등학교의 제19회 졸업식에 다녀왔다. 예전과 달리 요즘 초등생 졸업식은 겨울방학과 동시에 속전속결로 치러진다.몇몇 학생들이 졸업장을 받기 위해 단상 위 교장 앞으로 걸어가다 공중부양을 연출하는 듯한 ‘슬립백 춤’이나 몸을 360도 돌리는 공중제비(텀블링) 같은 퍼포먼스를 선보여 웃음과 박수갈채를 터져 나오게 했다.또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가볍게 춤동작으로 몸을 흔드는 학생들도 많아 졸업식장 분위기는 자유 발랄했다. 흥 많은 한민족 후예들이다.졸업장을 받으러 나갈 때 무대 뒤 대형 스크린에
박희제 언론인겨울 철새인 떼까마귀 140여 마리가 약물 중독으로 땅바닥으로 추락하는 광경이 얼마 전 제주도에서 벌어졌다. 동공이 풀린 채 날갯짓도 못하고 널부러져 죽음의 문턱에 다다른 상황이었으나 다행히 주민 신고와 동물구조사 돌봄으로 대부분 살아났다는 뉴스를 접했다. 독극물 해독제를 맞고 하루 만에 자연 방사되는 모습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너무도 씁쓸한 일이다.텃새인 까마귀와 달리 떼까마귀는 몽골과 시베리아에서 매년 10월쯤 한반도 남쪽으로 내려와 6개월 정도 머물다 북쪽으로 이동하는 철새라고 한다. 몇 년 전 울산에 갔다 마을과
박희제 언론인송년회 모습 속에서 세월의 변화를 느끼게 된다. 평소 출석률이 썩 좋지 않던 동창회에 엊그제 다녀왔다. 서울 모 호텔에서 열린 대학 송년회엔 재담 넘치는 개그맨 사회자와 요정 원조로 불리는 아이돌 여가수, 뜨고 있는 트로트 가수 등 동문 연예인들이 3부 공연무대를 장식해 흥겨움을 더해줬다. 참석자 이탈을 최소화하려는 듯 푸짐한 상품을 나눠주는 경품 추첨이 마지막 순간까지 수시로 이어졌다. 폭탄주를 마시며 흥청대던 예전의 흔한 풍경은 사라지고 품위와 격조 있는 분위기였다. 그래도 뒤끝은 뭔가 허전했는데, 오랜만에 동문을
박희제 언론인서울이 뜨고 있다.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 서울 일극체제를 극복해야 한다고들 하지만 ‘서울 블랙홀’은 더 강력해지고 있다. 한류문화의 역동성, 창의성이 살아 숨 쉬는 한남동, 성수동, 압구정동, 연남동, 익선동과 같은 아기자기한 서울 뒷골목이 MZ세대뿐만 아니라 해외 관광객들에게도 인기를 끈다.디오르, 루이뷔통, 구찌 등 명품 패션브랜드들이 서울 명소에서 앞다퉈 런웨이를 여는가 하면 한식 체험, K-POP 댄스 배우기, 아티스트 공연 관람을 기본으로 삼는 해외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1인당 10만 달러(약 1
박희제 언론인오늘 아침 창밖 멀리 햇살에 비친 갯벌을 쌍안경으로 살펴봤다. 다소 먼 거리인데도 윤슬이 반짝대는 갯벌과 바다 풍광이 수채화처럼 한 편의 그림 같다.인천 영종도 백운산 자락의 아파트에 살고 있어 인천대교 주변의 바다 전경을 침대 머리맡에서도 늘 바라본다. 갯벌 탐사를 위해 장만한 쌍안경을 통해 집에서 2~3㎞ 떨어진 해안도로, 갯벌, 바닷물을 관찰하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40배율 크기까지 ‘줌-업’해주니 안방에서도 철새 날개짓까지 세심히 살펴볼 수 있다.요즘 영종도 몇몇 주민들과 함께 생태관광 프로그램을 만드는 활동
박희제 언론인초저출산국가로 진입한 한국에서 10, 20대 잘파세대의 위력은 막강하다. 미래를 열어갈 소중한 존재인 데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비즈니스 키즈’로 등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199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Z세대와 2010년 이후 탄생한 알파 세대를 통칭해 잘파세대로 부른다. 이들은 유년기부터 스마트폰, 태블릿과 친숙히 지낸 ‘디지털 네이티브’다.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스마트 기기를 척척 다루는 유아들을 흔히 본다. 알파세대가 태어나 처음 말한 단어가 ‘엄마’가 아니라 아마존의 AI 비서 ‘알렉사’라고 하지 않던가.개인
박희제 언론인한국의 교통 정책 우선순위는 변함없이 승용차-대중교통-도보 순이다. 아직도 경제성장을 철칙으로 삼고 있기에 사람보다 자동차가 중심이다. 빠르고, 신속한 효율성이 일상에서 최고의 가치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 성취를 넘어 기후 정의와 문명 전환을 선도해야 할 세계적 위상에 비하면 창피한 일이다. 한국은 이제 서구문화의 수신처가 아니라 세계를 향해 시대전환의 문화 가치를 전파할 발신지 아닌가.10년 넘게 살고 있는 인천 영종도의 통행료 문제를 살펴보다 엉뚱하게도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10월 1일부터 ‘돈 먹는 하
박희제 언론인주거 취약계층의 불안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전세 사기 피해를 막기 위한 특별법 시행 이후 임차인의 안전장치인 보증보험 가입이 까다로워져 오히려 세입자들을 사각지대로 몰아넣고 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규정을 충족한 빌라(연립‧다세대)가 전세 거래 총물량 중 절반 수준이다.모 언론사에서 올해 이뤄진 빌라 전세 거래 2만 7000건을 분석한 결과 46%가 보증보험 가입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한다. 더욱이 빌라 매매 및 전세가의 동반 하락세 인지라 보증보험 갱신 탈락자들이 더 늘어날 게 뻔하다.
박희제 언론인“돈 잘 버는 건 기술이고, 돈 잘 쓰는 건 예술”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최근 강원 영월에서 이 말이 딱 어울리게 기술과 예술을 고루 갖춘 기업인을 만났다. 한옥이라는 형식에 한국의 혼을 담고자 하는 열정이 느껴졌다. IT 기업을 이끌고 있는 그는 엄청난 금액의 사재를 문화재급 한옥마을 건축에 투입하고 있다.그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한옥 기반 문화플랫폼 시설 중 일부 준공한 ‘영월 종택(宗宅)’ A, B 2개 동을 구경했다. 한옥마을 앞에 평창강이 흐르고, 그 너머 하늘로 솟구치는 듯한 기암괴석을 품은 영월 명소
박희제 언론인새만금 잼버리(Jamboree, 유쾌한 잔치)가 막을 내리고 4만명의 스카우트 대원들이 각자 제 나라로 돌아갔으나 후폭풍이 거세다.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는 국제적 망신보다 더 심각한 매립지의 비극을 보여줬다.국제행사를 미끼로 새만금 갯벌을 매립해 야영지로 꾸며놓고도 뻔히 예상되는 폭염엔 속수무책이었다. 매립지의 배수되지 않는 땅은 모기와 화상벌레들의 서식지로 돌변했음에도 해충 방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기후 온난화로 더 뜨거워진 뙤약볕을 피할 그늘은 광활한 매립지엔 없고 화장실, 목욕시설은 엉망이었다. 세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11일 오후 폐영식과 K팝 공연으로 12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대부분의 각국 참가 대원들은 12일 숙소에서 퇴소, 출국길에 올랐다. 일부 국가 잼버리 대원들은 출국 일정을 미루고 한국에서 문화탐방과 관광 일정을 이어갈 예정이다.이번 잼버리 대회는 준비 부족, 운영 미숙으로 인해 88서울올림픽 이후 성공적으로 국제 행사에서 치렀던 대한민국의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개최지였던 전라북도의 부실한 행사 준비, 여러 명의 공동위원장으로 인한 컨트롤타워 부재, 정치권의
박희제 언론인흉포한 일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사회적 공포심이 극에 치달아 걱정스럽다. 서울 신림역의 ‘묻지마 흉기난동’에 이어 경기 분당 서현역에서의 차량 돌진과 흉기 습격난동 사건은 충격과 경악을 몰고 왔다. 곧이어 서울 경기 부산 등에서 범행 지역과 시간까지 특정한 흉기 테러 예고 글이 현재까지 40여건에 달해 시민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인파가 몰리는 지하철 역사나 백화점에선 초비상이다. 한 백화점은 직원들에게 ‘위험지역 방문 자제’를 당부하는 문자 메시지를 급히 전했다. SNS에 전파된 흉기난동 예고 지역을 적시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