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감격 함께 나눠… 반체제 펑크 록그룹 멤버에 관용 표명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외교 목적으로 영국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일(현지시각) 유도 경기장을 찾아 자국 선수를 열렬히 응원해 눈길을 끌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의 회담을 45분여 만에 마치고 곧장 ‘엑셀 아레나’ 경기장으로 향해 남자 100㎏급 준결승 경기를 관람하며 자국 선수인 타기르 하이불라예프를 응원했다.

유도 유단자인 푸틴 대통령은 ‘유도: 역사와 이론 그리고 실제’라는 교본을 직접 쓰기도 한 전문가다. 어린 시절 키가 작다는 콤플렉스를 극복하려고 유도를 시작해 18세 때 검은 띠를 따고 고향인 레닌그라드 대회에서 우승한 경력도 있다.

푸틴 대통령은 결승에서 하이불라예프가 몽골 선수 나이단 투브쉰바이아르를 상대로 손쉬운 승리를 거두며 금메달을 거머쥐자 자리에서 펄쩍 뛰어올라 양팔을 공중에 휘젓는 등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경기장으로 내려가 하이불라예프를 힘차게 안고 “잘했다.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며 승리를 축하했다.

푸틴은 러시아 국기가 게양되는 시상식까지 지켜보며 감격의 순간을 선수들과 함께했다.

하이불라예프는 4년 동안의 올림픽 준비기간 동안 푸틴이 여러 차례 대표팀 캠프를 찾아와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이날 반체제 여성 록그룹 멤버에 관용을 표명했다.

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푸틴 대통령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회담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펑크 그룹 사건과 관련된 질문에 “그들의 행동에 좋은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그들을 엄하게 처벌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러시아 현지 펑크 록그룹 멤버들은 정교회 사원에서 푸틴에 반대하는 시위성 공연을 펼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날 푸틴의 말은 이 사건과 관련한 최초의 논평이었다.

푸틴은 “그들 스스로가 어떤 결론을 얻기를 바란다”며 “최종 결정은 법원이 내려야 하며 올바르고 근거있는 결론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푸틴은 그러면서도 “이런 말은 하고 싶진 않지만 만일 이 여성들이 예를 들어 이스라엘에서 신성모독적 행동을 했다면 건장한 청년들이 그들을 교회에서 나가지도 못하게 했을 것이며, (러시아 남부) 캅카스 지역에서 이슬람 성물(聖物)을 모독했더라면 우리가 그들을 보호할 시간적 여유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펑크 록 그룹 ‘푸시 라이엇(Pussy Riot)’ 멤버 5명은 대선 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2월 몸에 꼭 끼는 기괴한 복장을 하고 복면을 쓴 채 모스크바 시내 러시아 정교회 사원 ‘구세주 성당’ 제단에 올라가 ‘성모여, 푸틴을 쫓아내소서’란 노래와 요란한 춤이 섞인 공연을 몇 분 동안 펼친 뒤 사라졌다.

이후 이들의 깜짝 공연을 담은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되면서 러시아 정계와 종교계에 큰 파문이 일었다. 엄숙한 러시아 최대 정교회 사원에서 록 음악을 연주한 것 자체가 신성모독으로 여겨지는데다 노래 가사가 푸틴을 비방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3월에 멤버 중 3명이 수사당국에 체포됐다. 검찰은 이들을 ‘종교적 증오에 따른 난폭 행위’ 혐의로 형사기소했다. 모스크바 하모브니체스키 법원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들에 대한 심리를 시작했다. 멤버들은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최대 7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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